[비즈니스포스트]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책에 고개를 숙였다.

이 사장은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를 비롯한 공공아파트 ‘철근누락’ 사태와 토지주택공사 조직 내부 해이, 전관예우 등 문제에 토지주택공사의 책임을 수긍하고 개선을 거듭 약속했다.
 
LH 국감서 “검단 사고는 시민 생명 빼먹는 것” 질타, 이한준은 '유구무언'

이한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6일 국회 국토교통위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검단아파트 보상문제를 둔 GS건설과 갈등 문제, 추가 철근누락 단지들의 후속조치 등 실질적 현안들에 관한 추궁에는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는데 그쳤다.

16일 오전 10시10분여부터 진행된 국토교통위원회 국감에서는 인천 검단아파트 붕괴사고와 입주예정자 보상문제, 최근 보도된 인천 벽식구조 아파트의 주거동 철근 누락 사태와 감리단장 교체 강압 의혹 등을 두고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천 검단아파트 붕괴사고는 사전에 예방가능한 인재라는 생각이 든다”며 “국토부와 토지주택공사가 건설노조 문제만큼 건설현장과 구조물 안전에 관심을 가졌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고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검단 붕괴사고가 4월29일에 발생했는데 그 4개월 전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이한준 사장, 기술안전정책관이 해당 단지를 방문했다”며 “방문해서 뭘 했느냐”고 이한준 사장에게 물었다.

이 사장은 이에 안전점검 등을 했다고 말했지만 조 의원의 질책에 답변이 가로막혔다.

조 의원은 “안전점검 대신에 건설노조 불법행위에 관한 병풍놀이만 했다”고 거세게 쏘아붙였다. 

인천 검단아파트 사고 후속조치가 부족하다는 질책도 이어졌다. 

조 의원은 “입주예정자들은 사고 뒤 한 번도 이한준 사장을 볼 수가 없었다고 한다”며 “왜 지금까지 안 만났느냐”고 몰아붙였다.

이 사장은 입주예정자들과 소통에 관해서는 “직접 만나지는 않았고 (토지주택공사) 부사장을 통해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다”고 답변했다. 다만 토지주택공사 최고 책임자로 국민안전과 주거 관련 신뢰를 무너뜨린 ‘철근누락’ 사태 대응에 안일한 부분이 있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검단아파트 피해자 보상책임 문제에 관한 토지주택공사와 시공사인 GS건설의 ‘줄다리기’를 두고 여러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검단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사고로 예측할 수 없는 삶을 살아가는 상황에 놓였다”며 “그런데도 토지주택공사와 GS건설 둘 사이 힘겨루기 때문에 해결책이 안나오고 있다”고 바라봤다.

맹 의원은 “입주예정자들과 대화도 책임자가 해야지 부사장이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덧붙였다.

권영세 국민의힘 의원은 “토지주택공사와 GS건설 사이 책임분담도 중요하지만 피해자 처지에서는 전체 보상의 규모와 진행사항이 중요할 것 같다”며 “토지주택공사가 발주처로 책임이 있는 만큼 GS건설과 다툼보다 토지주택공사가 먼저 보상해주는 방안도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지하주차장 보강철근 누락으로 붕괴사고가 발생한 검단아파트는 애초 입주예정일이 올해 12월이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입주가 5년가량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권 의원은 검단아파트는 1666세대 입주예정자 가운데 85%가 특별공급으로 분양된 공공아파트라는 점도 지적했다. 해당 단지는 신혼부부 특별공급 세대가 30%, 생애최초 세대가 25% 등 여유가 많지 않은 서민들을 위해 정부가 공급하는 아파트라는 점에서 입주지연에 관한 주거대책 등 보상에 공기업인 토지주택공사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이에 “토지주택공사도 입주예정자들의 어려움을 생각해 입주지연 보상금 일부 선지급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주거대책으로 매입임대 등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는 답변을 내놨다.

또 내일이나 모레쯤 국토교통부 주최 회의를 통해 토지주택공사와 GS건설이 검단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의 주거지원 등 보상대책을 협의해 방안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인천 검단아파트 사고와 관련해 토지주택공사가 현장 관리·감독 부실뿐 아니라 후속조치에서 공기업으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검단아파트 붕괴사고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붕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며 “철근을 빼먹었다고 하는데 이건 시민의 생명을 빼먹은 것이다”고 말했다.

심 의원은 “토지주택공사 책임이냐 GS건설 책임이냐는 별도의 문제고 (국민은) 공기업이니까 더 믿고 계약한 것이다”며 “국민에게는 토지주택공사가 책임을 져야할 것 아닌가”라고 추궁했다.
 
LH 국감서 “검단 사고는 시민 생명 빼먹는 것” 질타, 이한준은 '유구무언'

▲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오른쪽)과 이한준 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 일반증인으로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국회방송 유튜브 갈무리>


다만 이날 국감에서도 인천 검단아파트 사고와 보상 책임문제에 관한 토지주택공사와 GS건설의 갈등 불씨는 여전히 엿볼 수 있었다.

이 사장은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검단아파트 붕괴사고가 토지주택공사와 GS건설 둘 중 누구 책임이냐는 질문에는 “GS건설 잘못이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강대식 국민의힘 의원이 검단아파트 주거지원비 보상은 얼마나 해야 한다고 생각하냐고 묻자 “광주 화정아이파크 사례가 있었으니 그걸 기준으로 하면 되지 않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GS건설 보상안에 빠져있는 중도금 대위변제 문제 등을 국토부 주최 회의에서 전면적으로 관철하겠다는 취지의 답변도 내놓았다.

현재 GS건설은 인천 검단아파트 입주예정자에 주거지원비를 6천만 원 수준으로 제시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화정아이파크 입주예정자에 주거지원비 1억1천만 원, 입주지체보상금 9천만 원에 중도금 대위변제 등도 제공하기로 협의했다.

이를 고려하면 화정아이파크 사례에 견줘 보상을 책정해야 한다는 이 사장의 발언은 GS건설과 협의를 어렵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이 사장은 검단아파트 외에도 무더기로 확인된 철근누락 아파트 문제에 관해서도 사과와 함께 앞으로 잘하겠다는 약속밖에 하지 못했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토지주택공사에 입주할 사람들이 철근누락으로 불안에 떨고 있다”며 “특히 마지막에 YTN 보도로 밝혀진 인천 검단 21블록 주철근 누락은 언론에서 보도하지 않았으면 은폐하려고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토지주택공사는 보강공사를 하고 있어서 알리지 않았다고 했는데 21블록 단지는 보강철근도 아니고 주철근이 누락돼 더 중요한 상황이다”며 “철근누락도 문제지만 이를 숨기고 적당히 넘어가려는 안일한 태도가 더욱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인천 검단신도시 21블록 아파트 감리단장을 교체한 것도 감리단장이 철거 뒤 재시공을 하자고 하니 일이 커질까봐 그런 것이 아니냐고 질의를 이어갔다. 이 의원은 토지주택공사가 과거 감리단장 교체를 위해 벌점을 부과하는 등 사례로 재판에 갔다 패소한 자료도 제시했다.

이한준 사장은 이 의원의 질의에 “늦게 인지한 점에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 보고체계 정비에 노력하겠다”고 답변했다. 감리단장 교체 관련 의혹에는 “직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게 아닌 것 같다”며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다만 토지주택공사의 전관특혜 등 이권카르텔 문제와 관련해서는 설계, 시공, 감리업체 선정 권한을 조달청 등 기관으로 이관해 분리시키는 방안을 재차 언급했다. 토지주택공사 혁신과 관련해 조직축소, 인력감축이 중심이 돼왔지만 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정도의 인력은 담보돼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이 사장은 2022년 11월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에 올라 이번에 첫 국감을 치뤘다. 국토위는 10일 국토교통부, 행정중심복합건설청, 새만금개발청 등 감사를 시작으로 27일 종합감사까지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