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로 석유화학업계 긴장, 유가 상승에 수익성 악화일로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충돌로 유가가 또다시 상방압력을 받고 있어 수익성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석유화학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사진은 9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불타고 있는 팔레스타인 자치지역 가자지구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력충돌로 최근 하향세를 띠었던 유가가 요동칠 조짐이 보이며 석유화학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아직까지는 이번 무력충돌이 실제 중장기적 유가 급등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그러나 지난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뒤 수익성 악화일로를 걸었던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유가 상승 압력이 다시 생긴 것만으로도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10일 3대 원유 가격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충돌이 본격화하자 모두 3% 이상 급등하며 장을 마감했다.

이날(현지시각 9일) 서부텍사스산 원유는 직전 거래일보다 4.33%(3.59달러), 브렌트유는 4.22%(3.57달러), 두바이유는 3.08%(2.65달러) 뛰었다.

현지시각으로 7일 팔레스타인 무장세력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대규모 폭격을 가하며 무력충돌이 발생했다.

이에 이스라엘은 9일 팔레스타인 자치지구인 가자지구를 폭격했고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할 때마다 포로를 1명씩 처형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날까지 양측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는 15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유가 향방의 핵심은 이번 무력충돌이 이스라엘의 우방인 미국과 하마스 침공의 배후로 지목된 이란의 대리전으로 확산할지 여부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금까지 하마스에 물적 지원을 해 온 이란이 이번 침공에도 도움을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원유를 생산하지 않고 있어 이날 유가 급등의 원인은 중동 지역의 단순 지정학적 위기 고조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하루 29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이란이 이번 분쟁에 휘말리게 되면 직접 원유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게다가 이란은 근처 원유 수송길을 통제하고 있어 상황에 따라 유가에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란 아래쪽에 자리한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공급의 20%를 차지하는 하루 2천만 배럴의 원유 수송길 역할을 하고 있다.

황성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충돌 발발로 중동 지역 지정학 위기기 고조됐다”며 “양측이 직접 원유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없지만 하마스의 배후가 이란이라는 보도에 서방의 대이란 제재가 강화되면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원유 수송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최악의 경우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 유가는 최대 배럴당 15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황 연구원은 내다봤다.

당장은 여러 이유로 이번 무력충돌이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확산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시장에선 유가 역시 배럴당 100달러를 크게 넘어서는 충격까지는 오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더 우세하다.

신얼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하마스가 외국 국적의 민간인들을 학살하여 대외적 명분을 상실한 가운데 이란 역시 자국이 이번 기습의 배후로 있다는 주장에 부정하는 설명을 발표했다”며 “이번 무력충돌이 전 세계 국가들이 참여하는 전면전으로 확장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무력충돌 확산에 따라 현재 유가(배럴당 80달러대) 기준으로 120달러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면 유가 상승에 따른 수요 파괴 영향이 더 클 수 있다”며 “원유 생산국들이 이런 경제 논리를 무시하고 지속적으로 전쟁에 관여할 가능성은 낮다”고 짚었다.

이럼에도 석유화학업계에서는 다시 유가 상승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무력충돌이 미국과 이란의 대리전으로 확산하지 않더라도 단기적으로 유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유가가 열흘 사이 배럴당 10달러가량 떨어지는 등 하향 안정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더욱 석유화학업계에는 더욱 아쉬울 수 있다.

현지시각으로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우디가 내년 초부터 미국에 원유 증산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박성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충돌이 중동의 원유 생산 및 원유 수송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그러나 유가 급등세가 진정되는 상황에서 발생한 지정학적 리스크가 가격 불안을 재차 자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석유화학업계는 지난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뒤 1년 반 넘게 바람 잘 날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로 석유화학업계 긴장, 유가 상승에 수익성 악화일로

▲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지난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라 유가가 급등한 뒤 경기 침체와 맞물려 수익성 회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LG화학 여수 나프타분해시설(NCC) 공장 모습. < LG화학 >


석유화학기업들은 주로 원유에서 뽑아낸 나프타를 원료로 에틸렌 등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한다. 유가가 높아지면 원료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주요 석유화학기업들의 석유화학 사업 부문은 대개 낮은 이익이나 또는 손실을 기록해왔다.

세계 경제가 침체인 상황 속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에너지 안보 위협을 불러왔고 이는 유가 급등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3월 유가는 배럴당 130달러까지 뛰기도 했다.

이런 탓에 석유화학기업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로 여겨지는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것)는 지난해 4월 이후 지금까지 손익분기점인 톤당 300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단기적으로라도 유가가 상방 압력을 받으면 나프타 가격 역시 올라 수익성 개선 시기를 더 미뤄야 할 가능성이 많아진다.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6월 중순 나프타 가격은 톤당 500달러로 1년 사이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3분기 유가 상승에 따라 700달러 안팎으로 다시 뛰었다. 이에 6일 기준 에틸렌 스프레드는 톤당 223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가 하향 안정세를 보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무력충돌이라는 사태가 발생해 단기 수익성 개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충돌이 길어지거나 확산되면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질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