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영장 기각으로 전보다 탄탄해진 당내 입지를 바탕으로 정부여당을 더욱 강하게 견제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체포동의안 가결로 극심해진 당내 갈등을 수습해야 한다. 검찰의 기소와 재판 등 끝나지 않은 '사법리스크'도 여전히 이 대표의 과제로 남아있다.
 
‘기사회생’ 이재명 사법리스크 끝나지 않았다, 윤석열정부와 전면전 펼치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월27일 구속영장 기각결정이 내려진 뒤  서울구치소를 나서며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7일 오전 구속영장 기각 결정이 내려진 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 정문 밖으로 나서며 사법부와 국민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사실을 명징하게 증명해주신 사법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며 "상대를 죽여 없애는 전쟁이 아니라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로 되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를 받는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이 대표가 구속위기를 면한 만큼 친명(친이재명)계의 검찰의 '무리한 수사'란 주장이 힘을 얻게 돼 이 대표의 당내 리더십이 더욱 강화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민주당은 전날 원내대표 선거에서 비명계로 분류되는 박광온 전 원내대표 대신 범친명계로 평가되는 홍익표 의원을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이원욱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이재명 대표의 당 장악력이 높아지지 않겠냐는 질문에 “당연하다”며 “이미 (친명계 원내대표 선출로) 당 장악은 완성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당 대표에 오른 뒤 잇따른 ‘사법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영장 기각으로 사법리스크를 일부 덜어낸 만큼 정부여당은 물론 검찰을 향한 투쟁 수위를 끌어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기사회생’ 이재명 사법리스크 끝나지 않았다, 윤석열정부와 전면전 펼치나

▲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사진 맨 앞)를 비롯한 의원들이 9월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은 이날 의원총회에서 소속의원 전원이 채택한 ‘이재명 대표 구속영장 기각 관련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입장문’을 통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파면’을 요구하며 반격에 나섰다.

민주당은 입장문에서 “애초부터 영장 청구는 부당한 검찰 폭력이자 정치 보복이었다”며 “윤 대통령은 표적 수사와 무리한 구속 시도에 대해 사과함은 물론 이번 수사를 사실상 지휘한 한동훈 장관을 즉각 파면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대표의 복귀로 힘을 얻은 민주당은 앞으로 있을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 표결, 국방부·문화체육관광부·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내년도 예산안 심사 국면에서도 공세를 더욱 강화할 수 있게 됐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의 무능함과 폭주를 멈춰 세우겠다”며 “인사청문회와 국정감사를 통해서 윤석열 정부의 무능과 국정 난맥상을 국민께 소상히 알리고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기사회생’한 이 대표에게는 ‘당내 통합’과 끝나지 않은 ‘사법리스크’라는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다. 

우선 이 대표는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가결 사태로 커진 당의 내분을 수습해야 한다. 특히 체포동의안 가결 표를 행사한 의원들에 대한 처분은 이 대표의 향후 당내 통합 행보를 가늠할 수 있는 조치로 여겨진다.

체포동의안에 찬성한 의원들에 관한 조치를 두고 민주당 내부에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친명계 의원들은 가결표 행사가 ‘해당행위’라며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반면 민주당 중진 의원들은 전날 모임을 갖고 “가결 표 행사를 해당행위로 볼 수 없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징계청원에 동의의사를 밝힌 당원이 5만 명이 넘은 만큼 (당헌·당규에 따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입장을 밝히는 것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당 대표직 사퇴를 두고 의원들 사이에 이견이 존재하는 점도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친명계는 이번 구속영장 기각을 계기로 내년 총선을 ‘이재명 체제’ 하에 치러지는 게 확실해졌다고 강조하지만 비명계는 여전히 이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견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비명계인 김종민 의원은 2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대표의 2선 후퇴론과 관련해 “개인적으로 여전히 그(이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정말 당을 위해서 선당후사의 길이 무엇인지에 관해 이 대표 본인이 판단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가 구속되지는 않았지만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도 향후 이 대표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검찰이 백현동 개발특혜 의혹과 대북송금 사건으로 이 대표를 기소할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기사회생’ 이재명 사법리스크 끝나지 않았다, 윤석열정부와 전면전 펼치나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9월27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날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구속영장 결정은 범죄 수사를 위한 중간 과정일 뿐”이라며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해왔고 (남은 수사도)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기소하면 이 대표로서는 현재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비롯해 3개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같은 날 논평에서 검찰을 향해 구속영장 재청구를 촉구하기도 했다.

이날 구속영장 기각결정문의 내용을 고려할 때 이 대표가 사건에 관련된 혐의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백현동 개발사업의 경우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업 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들의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고 판단했다. 

또 대북송금 사건에 관해서는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의 진술을 비롯한 현재까지 관련 자료에 의할때 피의자의 인식이나 공모 여부, 관여 정도 등에 관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보인다”고 적시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