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안내견학교 30돌, 장애인 생각한 '이건희 철학' 이재용으로 이어져

▲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은 시대를 앞서간 철학으로 30년 전에 시각장애인 안내견 사업을 시작했다. <삼성>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이 처음으로 개를 기른다고 알려졌을 때 많은 이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비록 시작은 작고 보잘 것 없지만 이런 노력이 우리 사회 전체로 퍼져나감으로써 우리 사회의 의식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해보자는 것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이 진정한 복지사회를 향한 생각으로 시작한 시각장애인 안내견 사업이 30주년을 맞았다.

이건희 회장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같은 구성원으로서 받아들이는 따뜻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안내견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그룹은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에서 안내견 사업 30주년 기념식을 열고 △우리 사회의 바람직한 변화를 위한 이건희 선대회장의 혜안과 철학 △이후 30년에 걸친 삼성을 비롯한 우리 사회의 노력을 조명하며 감사와 축하를 나눴다.

이날 행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시각장애인 파트너이기도 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배진교 정의당 의원, 퍼피워커, 시각장애인 파트너, 은퇴견 입양가족 등이 참석했다.
 
삼성 안내견학교 30돌, 장애인 생각한 '이건희 철학' 이재용으로 이어져

▲ 김예지(뒷줄 왼쪽부터) 국민의힘 의원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윌리엄 손튼 세계 안내견협회장,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 박태진 삼성화재안내견학교 교장 등 관계자들이 19일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

◆ ‘삼성 신경영’을 선언한 해에 탄생한 안내견학교

이건희 선대회장은 1993년 6월 ‘자식과 배우자 빼고는 다 바꿔라’라는 말로 유명한 ‘신경영’을 선언한 뒤 같은 해 9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를 설립했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기업이 운영하는 세계 유일의 안내견학교다.

한국에서는 최근에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사회에 대한 기업의 책임이 강조되고 있지만 이건희 회장은 30년 전에 이런 혜안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1994년 첫 번째 안내견 ‘바다’를 시작으로 해마다 12~15마리의 안내견을 무상으로 시각장애인에게 분양하고 있다.

지금까지 모두 280마리의 안내견이 분양됐고 현재 76마리가 안내견으로 활약하고 있다.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는 안내견 분양뿐만 아니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시각장애 체험행사 등 장애인과 안내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2002년 세계 안내견 협회(IGDF)로부터 공로상을 받았다.

이번 30주년 행사에 참석한 윌리엄 손튼 세계안내견협회 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30년에 걸쳐 안내견 사업을 펼친 삼성에 감사패를 전달했다.

손튼 회장은 “삼성은 지난 30년 동안 진정성 있는 노력으로 안내견을 훈련시켜왔다”며 “삼성화재 안내견학교가 세계적 기관으로 성장한 것을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이재용 회장은 새끼 강아지를 돌보는 퍼피워커들에게 박수를 치거나 연신 미소를 띄며 강아지를 쓰다들었다.

이재용 회장은 행사가 끝난 뒤 참석자들에게 “와 주셔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김예지 의원은 홍라희 전 관장이 "회장님(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보셨으면 더 좋아하셨을 거다. 생전에 굉장히 노력했고 지원에 대해 정말 관심이 많았던 부분이라 지금 30주년이 굉장히 감명 깊었을 거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삼성 안내견학교 30돌, 장애인 생각한 '이건희 철학' 이재용으로 이어져

▲ 삼성전자 릴루미노를 든 저시력 장애인 배우 송승환 씨 모습. <삼성전자 유튜브 갈무리>

◆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책임 철학

이건희 선대회장이 제시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 철학을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경영에서 녹여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저시력 시각장애인의 시각보조 솔루션 ‘릴루미노’를 내놓으며 전자기기 제조에서도 사회적 약자를 돕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릴루미노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영상처리 소프트웨어와 안경타입 웨어러블 기술로 구성된 시각보조 솔루션이다.

릴루미노는 글래스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촬영한 생활 속 이미지를 앱을 통해 영상처리해 저시력 장애인의 사물 인식률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

삼성전자는 릴루미노 이외에도 인공지능 기술을 바탕으로 한 로봇청소기 ‘비스포크 제트봇AI’를 올해 초 선보이면서 시각장애인들도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제품 구성을 다변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시각장애인 뿐만 아니라 청각장애인도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는데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다양한 기술 개발에 힘쓰고 있다. TV분야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시각·청각 장애인들이 기존보다 나은 시청경험을 누리고 손쉽게 TV를 활용할 수 있도록 스마트TV에 장애인방송유형 안내, 소리다중 출력, 화면 포커스 확대 등을 비롯한 편의기능을 늘리는 데 힘쓰고 있다. 조장우 기자
 
삼성 안내견학교 30돌, 장애인 생각한 '이건희 철학' 이재용으로 이어져

▲ 예비 시각장애인 안내견 모습. <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