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미자동차노조(UAW) 조합원들이 현지시각으로 9월15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파업 행진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조 파업이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등 친환경 정책의 단점을 부각시키고 있는 만큼 이전부터 이를 비판해 온 공화당에 힘을 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숀 페인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은 현지시각으로 18일 미국 공영라디오 NPR을 통해 “미국 ‘빅3’ 자동차기업과 노동계약을 체결하고 파업을 중단하기까지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파업 사태가 단기간에 마무리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전미자동차노조는 GM과 포드, 스텔란티스 등 빅3 자동차기업과 체결한 임금 계약이 만료된 직후인 15일 곧바로 파업을 선언했다. 3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동시 파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조와 사측은 그동안 노동자 임금 상승폭을 두고 협상을 이어왔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전미자동차노조 조합원은 미국 자동차산업 전체 노동자 가운데 약 40%에 이른다. 그만큼 대규모 파업 사태가 미치는 영향도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이번 협상에서 노조가 유독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인플레이션에 따른 임금 인상 필요성 이외에도 전기차 산업의 빠른 성장이 중요하게 꼽힌다.
기존에 주로 내연기관 차량 공장에서 일하던 조합원들의 상황이 자동차 제조사들의 전기차 중심 사업 전환에 따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기 때문이다.
자동차기업들이 이 과정에서 내연기관 차량 생산공장을 폐쇄하는 등 사례가 잇따르면서 노조는 고용 승계 등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에서 전기차 산업이 빠르게 성장한 배경에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친환경 정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서 전기차 및 관련 부품 공장에 대규모 보조금이 지급되자 자동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중심 전환에 더욱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결국 바이든 정부 정책을 문제삼으며 노조의 권익을 지켜내는 데 조 바이든 대통령과 여당인 민주당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은 “파업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발언을 내놓는 등 소극적인 대처로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노조의 이번 파업은 미국 2024년 대선 결과를 좌우하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며 “민주당의 미래를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전미자동차노조 파업이 정치적 여론에 그만큼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의미다.
특히 2024년 대선 출마를 시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를 비판하며 전미자동차노조를 지지하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앞세우고 있다.
그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을 폐기하겠다고 선언하며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에 ‘공정한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내연기관 차량이 전기차로 바뀌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바이든 정부가 노조의 파업 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 한다면 2024년 대선에서 이러한 과거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에 출마해 당선되면 노동자와 지구 환경 모두 안전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미국 빅3 자동차기업은 노조와 협상 과정에서 약 20% 수준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노조는 36% 수준의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전미자동차노조 파업 사태에 따른 여파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업체로 번질 수 있다.
이들 기업이 빅3 자동차기업과 협력해 미국에 다수의 전기차 배터리공장 건설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 산업의 미래 자체가 불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파업이 시작된 뒤 자동차기업 노사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고위 관계자를 파견했다. 정부 차원에서 직접 개입해 사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