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온이 기존 파우치형에 이어 각형 배터리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최재원 SK온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은 법인 출범 후 첫 연간 영업흑자 전환을 앞둔 상황에서 폼팩터 확장을 통해 고객사를 넓힘으로써 수익성 개선의 속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SK온 각형배터리로 폼팩터 확장 임박, 최재원 수익성 개선에 고삐 죈다

▲ SK온이 기존 파우치형에 이어 각형 배터리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최재원 SK온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사진)은 폼팩터 확장을 통해 고객사를 넓혀 수익성 개선에 고삐를 죌 것으로 예상된다. < SK온 >


17일 SK온에 따르면 지난 3월 각형 배터리 시제품을 공개한 뒤 잠재 고객사들과 공급 관련 협의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 부회장은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프랑크푸르트 국제 모터쇼(IAA) 모빌리티 2023'을 참관한 자리에서 “각형 배터리 개발은 잘 되고 있고 다 만들어놓은 상태다”고 말했다. 

배터리업계에서는 SK온의 각형 배터리 개발이 잠재 고객들에게 시제품을 제공하는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부회장은 “유럽 배터리 시장 주도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기존 고객사를 포함한 다양한 완성차 업체와 긴밀한 사업확대를 모색하겠다”고 고객외연 확장 의지도 내보였다. 

SK온은 지금껏 파우치형 배터리 한 종류만 생산해왔는데 폼팩터 확장을 통해 고객사 확대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파우치형과 원통형, 삼성SDI는 원통형과 각형의 배터리를 생산하고 있다.

자동차 회사들은 각자 전략과 상황에 따라 하나 혹은 둘 이상의 폼팩터의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SK온은 파우치형 배터리를 사용하는 포드, 현대자동차그룹, 메르세데스-벤츠 등에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파우치형 배터리는 다양한 크기와 모양으로 제작할 수 있고 높은 에너지 밀도를 나타내는 장점이 있지만 생산원가가 상대적으로 높다. 

각형 배터리는 알루미늄 캔을 사용해 파우치형보다 무게가 많이 나가고 열 방출에 어려움이 있어 별도 냉각장치가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외부 충격에 강해 내구성과 안전성이 높으며 수명이 길고 제작공정이 비교적 간단해 대량생산하면 원가를 크게 줄일 수 있는 장점을 지닌다.

이에 각형 배터리는 완성차 업체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력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배터리 전문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각형 배터리의 점유율은 49.2%로 파우치형(27.8%)이나 원통형(23%) 배터리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폭스바겐을 비롯해 벤츠, BMW, 볼보 등이 각형 배터리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 

특히 내수 위주인 중국업체를 제외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테슬라 다음으로 많은 전기차를 판매하는 폭스바겐은 2030년까지 자사 브랜드 전기차 가운데 80%까지 각형 배터리 비중을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기도 했다. 

현재 폭스바겐이 미국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ID4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는데 SK온이 각형 배터리 양산에 성공하면 폭스바겐에 보낼 배터리 물량이 대폭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SK온은 2021년 10월 모회사 SK이노베이션에서 별도법인으로 독립한 뒤 공격적 증설에 따른 비용 확대와 낮은 수율로 올해 2분기까지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SK온은 2021년말 22.5GWh에서 2022년말 기준 약 71.7GWh로 빠르게 생산능력을 늘린데 이어 2025년 280GWh, 2030년 500GWh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공격적 증설계획 추진으로 전체 가동률과 수율(양품 비율)을 끌어올리지 못했으나 최근 들어 이런 문제점을 점차 개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SK온이 2023년 안으로 분기 단위 영업흑자를 내는데 이어 내년에는 연간 단위 영업흑자 전환을 이룰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온 각형배터리로 폼팩터 확장 임박, 최재원 수익성 개선에 고삐 죈다

▲ SK온이 각형 배터리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최재원 부회장이 IAA 2023 독일 뮌헨 메세 전시장을 찾아 BMW 관계자로부터 차량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SK온 >


하나증권은 SK온(SK이노베이션 배터리 부문)이 2024년 매출 21조1710억 원, 영업이익 7724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추정치보다 매출은 약 39.4% 늘고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로 전환하는 것이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조지아 공장의 수율 개선 과정에서 전방 고객사의 특정 모델에 대한 전망치가 긍정적으로 된 데다 마침 양극재 등 원료 가격도 하락 중”이라며 “출하량 증가에 따른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의 대폭 상향도 가능해 보인다”고 파악했다. 

그는 “SK온이 전망치(가이던스)로 제시한 ‘2024년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가까워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적이 회복되는 상황에서 폼팩터 확장으로 고객사 다변화에도 성과를 거두게 된다면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강조했던 고속 성장의 성과도 보다 가시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재원 부회장도 4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타운홀 미팅에서 “SK온은 빠르게 성장하는 배터리 산업에서도 가장 빨리 크고 있는 기업”이라며 “통상 제조업은 초기 4~5년은 적자를 보다가 이후 빠른 속도로 빛을 보는데 내년부터는 성과가 가시화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김경훈 SK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SK이노베이션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수익성 개선은 크게 생산성 향상과 비용 감소에 따르는데 우리는 생산성에 따른 수익성 증가를 예상하고 있다“며 “각형 배터리의 경우 수주 확보와 연계해 양산을 구체화할 계획을 세웠다”고 말했다. 전찬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