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시공사 선정에 어려움을 겪던 도시정비 조합들이 공사비를 올려 돌파구를 찾고 있다.

서울 중곡아파트는 시공사를 선정했고 남성아파트는 시공사들의 경쟁수주가 예정됐다. 공사비 인상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조합도 시공사와 협상을 이어가며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공사비 올려 시공사 찾는 도시정비 조합들, 갈등 빚던 건설사와 화해하기도

▲ 공사비를 올려 시공사를 찾는 조합이 시공사 선정에 성과를 보이고 있다. 사진은 포스코이앤씨가 지난 10일 수주한 서울 광진구 중곡아파트 재건축사업 조감도. <포스코이앤씨>


15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남성아파트 재건축사업을 두고 한화 건설부문과 중흥토건의 경쟁수주가 결정됐다. 

남성아파트 재건축사업은 15층 높이의 390세대 아파트를 재건축해 지하 3층~지상 28층, 공동주택 488세대 및 부대복리시설 등을 짓는 사업이다. 488세대 가운데 각각 52세대가 공공임대와 일반분양 물량이다. 조합은 10월 시공사를 선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남성아파트 재건축조합은 2021년 11월부터 시공자선정 입찰을 진행했지만 5차 입찰까지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했다.

1·2차 입찰은 참여한 건설사가 없었다. 입찰 조건을 수정해 다시 경쟁입찰을 했으나 3·4차는 롯데건설이 단독으로 입찰해 유찰됐다. 롯데건설과 수의계약이 여의치 않자 진행한 5차 입찰 역시 시공자를 구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한 곳도 입찰하지 않았다.

남성아파트 재건축사업이 다섯 번 유찰된 배경에는 소규모 사업지라 사업성이 낮다는 점이 꼽혔다.

이에 재건축조합은 시공자를 선정하기 위해 1차 입찰에 3.3㎡당 525만 원 수준이던 공사비를 3.3㎡당 720만 원 수준으로 인상하고 이행보증금을 9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낮추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총 공사비는 1440억9907만 원가량이다. 

조합의 그런 노력을 기울인 결과 지난 6일 마감된 입찰에는 한화 건설부문과 중흥토건이 입찰했다. 

한화 건설부문은 포레나를 앞세워 서울 지역 도시정비사업을 확보하고 주택 브랜드 가치를 올리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중흥토건은 매력적 조건을 내걸고 조합원들의 마음을 얻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중곡아파트 조합은 지난 10일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 사업은 서울 광진구 중곡동 190-26번지에 위치한 중곡아파트를 지하 3층~지상 25층, 공동주택 345세대 및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것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조합이 공동시행을 맡는 공공재건축 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아파트가 심하게 노후화돼 있어 조합은 재건축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배관 누수와 녹물, 동파가 발생하는 등 생활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도로와 단지 사이 인도가 있고 일방통행 도로로 둘러싸여 있어 공사여건이 좋지 않은 데다 공사비도 낮아 지난해 9월23일 마감된 시공사 입찰에 한 곳의 시공사도 참여하지 않았다.

입찰이 유찰되자 조합은 공사비를 기존 956억880만 원 수준에서 1283억9934만 원으로 34.3% 올리는 초강수를 뒀다. 3.3㎡당 공사비로 보면 650만 원에서 800만 원으로 올린 것이다.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남성·중곡아파트 재건축사업의 공사비가 올랐다고 하더라도 시공사에게 크게 매력적 사업지는 아니었을 것으로 파악된다”면서도 “최근 벌어지는 조합과 갈등을 고려하면 사업의지가 있는 조합과 손을 잡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시공사들은 급등한 건설자재값, 조합의 사업의지 등의 분위기를 따지며 신중하게 입찰에 참여하는 기류가 강화되고 있다. 

이에 조합원 사이에서도 새 시공사를 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공사비 문제로 갈등을 빚은 조합이 기존 시공사와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고 있다. 
 
서울 홍제3구역 재건축 조합은 지난 9일 총회 안건으로 현대건설을 시공사에서 취소하는 안건을 올리기로 했으나 결국 이 안건을 제외했다. 

홍제3구역 재건축사업은 현대건설이 3.3㎡당 공사비 512만 원 수준으로 수주했다가 898만6400만 원으로 인상하고 공사기간도 37개월에서 51개월로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현대건설은 올해 신설한 ‘사업장 전담조직’을 통해 홍제3구역 조합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 도시정비업계는 요구한 공사비보다 다소 낮은 수준에서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기 산성구역 재개발사업도 시공사업단(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과 공사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조합은 지난 4월26일 이사회의를 열고 시공단을 해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지만 6월20일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가 없어 최종 유찰됐다. 
 
공사비 올려 시공사 찾는 도시정비 조합들, 갈등 빚던 건설사와 화해하기도

▲ 서울 영등포 남성아파트 단지에 한화 건설부문(위쪽)과 중흥그룹 현수막이 걸려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건설업계 관계자는 “정비사업은 공사비 감당 여력이 있는 곳을 중심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새 시공사를 찾을 가능성이 낮은데다 6개월 이상 사업지연으로 금융비용만 늘 수 있어 조합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시공사의 공사비 인상 요청에 고심하는 조합들도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재개발 조합은 75%에 이르는 공사비 인상 요청에 시공사업단(삼성물산·DL이앤씨)을 변경하려 한다. 2020년 계약 당시 3.3㎡당 490만 원이었지만 시공사업단이 3.3㎡ 859만 원을 요구했다. 

조합은 3.3㎡당 687만 원을 제시했지만 시공사업단과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9월 총회를 열고 시공사 계약 해지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 

이밖에 경기 성남 은행주공 재건축조합도 2019년 계약 당시 3.3㎡당 공사비 445만 원에서 3.3㎡당 672만 원으로 올려달라는 GS건설·HDC현대산업개발과 갈등을 빚고 있다. 조합은 21일 총회를 열고 계약 해지 여부를 조합원에게 묻기로 했다. 

은행주공 재건축조합은 “공사계약서 기준 제7조(공사비)3항에 의거해 소비자 물가 인상률 또는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설공사비 지수 변동률 가운데 낮은 것을 적용하기로 했고 이에 따르면 3.3㎡당 490만 원 수준이다”며 “다만 시공사들은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협상이 무의미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