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노조 파업은 테슬라에 기회, 전기차 가격경쟁 주도 여력 더 커져

▲ 테슬라가 전미자동차노조와 미국 빅3 자동차기업의 임금 협상에 중장기적으로 반사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뉴욕주에 위치한 테슬라 기가팩토리 공장. <테슬라>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최대 자동차산업 노조인 전미자동차노조(UAW)가 GM과 포드, 스텔란티스를 상대로 파업을 예고하며 테슬라가 중장기적으로 반사이익을 보게 될 가능성이 떠오른다.

테슬라 노동자의 평균 임금이 위에 언급된 ‘빅3’ 자동차기업보다 현저히 낮은 상황에서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지면 전기차 가격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4일 미국 액시오스에 따르면 전미자동차노조와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빅3 자동차기업 사이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테슬라는 논외의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테슬라는 미국 대형 자동차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자동차 생산공장에 무노조 경영 원칙을 유지하고 있어 전미자동차노조의 영향력이 작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미자동차노조는 현재 빅3 자동차기업과 4년마다 이뤄지는 임금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최대 40%에 가까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공세에 나서고 있다.

현지시각으로 14일 기존 계약이 마무리되면 전미자동차노조는 곧바로 파업에 나설 수 있다. 이를 무기로 삼아 상당한 수준의 임금 상승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웨드부시와 에버코어ISI 등 증권사는 노조가 3개 자동차기업을 대상으로 모두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이 85% 이상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 빅3 자동차기업은 전기차 시장 진출을 확대하며 1위 기업인 테슬라의 점유율을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는데 이러한 임금 협상 결과는 부정적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테슬라는 전기차 사업에 경쟁사보다 일찍 진출한 효과로 우월한 수익성을 나타내고 있는데 빅3 자동차기업의 인건비가 상승한다면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빅3 자동차기업 노동자 평균 시급은 64~67달러 사이로 테슬라 노동자 평균 시급 추정치인 45~50달러를 이미 크게 웃돌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가 파업 등 수단을 활용해 임금 인상에 성공한다면 GM과 포드, 스텔란티스의 인건비 부담은 테슬라와 비교해 훨씬 커지게 된다.

테슬라는 전기차 사업에서 높은 수익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장점을 앞세워 지난해 말부터 공격적으로 출고가를 낮추는 가격 경쟁을 주도해 왔다.

전기차 가격 인하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자동차기업들의 경쟁력을 낮추고 수익성 확보에 더욱 어려움을 겪도록 함으로써 연구개발이나 시설 투자도 줄어들 수밖에 없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미국 자동차노조 파업은 테슬라에 기회, 전기차 가격경쟁 주도 여력 더 커져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테슬라가 전기차 사업에서 높은 수익성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배경은 생산 공정 효율화 및 전기차 배터리 수직계열화, 대량 생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 등으로 분석된다.

공장 자동화를 통한 필요 인력 감축과 낮은 인건비 역시 중요한 요소에 해당한다.

빅3 자동차기업에 높은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을 예고하는 전미자동차노조의 행보가 테슬라에 단기적 수혜를 넘어 중장기 관점의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충분한 상황이다.

테슬라가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전기차 가격 경쟁을 주도하기 더 유리한 입장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슬라의 무노조 경영 원칙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전부터 전미자동차노조에 공개적으로 강력한 반감을 표현하며 공장 노동자들이 노조에 가입해도 실질적으로 큰 이득을 보기 어렵다는 주장도 내놓았다.

테슬라는 노동자들에 스톡옵션을 지급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노조 설립 의지를 꺾었다.

그러나 전미자동차노조가 빅3 자동차기업과 협상에서 큰 폭의 임금 인상에 성공하는 선례를 보인다면 테슬라 공장 노동자들도 노조 가입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게 될 수 있다.

일론 머스크가 과거 트위터를 통해 노조에 가입하는 노동자들에 불이익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을 이유로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도 변수로 꼽힌다.

테슬라가 노조 가입을 추진했다는 이유로 최소 18명의 노동자를 해고했다는 혐의도 해당 재판에 포함되어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테슬라가 무노조 경영 원칙을 유지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액시오스는 해리 캣츠 코넬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테슬라 공장에 노조가 설립되지 않았다는 점은 전미자동차노조에 앞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빅3 자동차기업과 임금 협상이 끝난 뒤에는 테슬라가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