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한문희 취임 50여 일 만에 파업 직면, 경영정상화 목표 달성 험난

▲ 한국철도공사 경영진이 9월8일 대전 한국철도공사 사옥에서 파업 대비 비상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

[비즈니스포스트]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가 예고한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와 한문희 한국철도공사 사장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철도파업은 국민 생활 등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커 노동계 투쟁 가운데 주목을 많이 받는 편이다. 한 사장이 파업 위기를 원만하게 넘어 코레일 경영정상화에 매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철도노조에 따르면 철도노조는 14일 오전 9시부터 18일 오전 9시까지 1차 총파업을 진행한다. 파업 첫날 서울·부산·대전·영주·호남 등 각 지방본부에서 총파업 출정식이 열린다. 철도노조는 국토부 및 코레일과 교섭 결과에 따라 다음 달 2차 총파업에 나설 수 있다고 예고했다.

철도노조의 파업은 2019년 11월 이후 4년 만이다. 철도노조에 따르면 이번 파업에는 필수유지인력을 제외한 약 1만3천 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문희 사장은 취임 후 처음 맞는 철도파업 사태 대응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가용자원을 모두 동원해 이용객 불편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운전경력이 있는 내부 직원과 군인력 등 자원을 동원해 열차운행 횟수를 확보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수도권전철은 평시대비 75%, 출근시간대는 90% 이상 운행하고 KTX는 68%, 새마을호는 58%, 무궁화호는 63% 수준 운행한다. 화물열차는 수출입 화물과 산업 필수품 등 긴급화물 위주로 평시대비 27% 운행한다.

한 사장은 철도노조가 파업을 발표한 7일 곧바로 보도자료를 통해 “노사 사이 지속적인 대화로 마지막까지 사태 해결에 전력을 다하겠다”며 “파업에 대비한 비상수송대책을 마련해 가용자원을 모두 활용해 (승객) 불편을 최소화하겠다”고 대응 의지를 드러냈다.

다음날인 8일에는 대전 한국철도공사 사옥에서 철도노조 파업에 대비해 비상수송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경영진 긴급 영상회의를 진행했다.

한 사장은 회의를 통해 국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마지막까지 노사합의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파업의 사회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24시간 비상대책본부 가동을 결정했다.

한 사장은 코레일 경영진을 향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현장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가용자원을 모두 활용해 안전한 열차운행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최명호 철도노조 위원장은 7일 서울 용산구 전국철도노동조합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철도노조는 원만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해왔지만 철도노동자의 진정성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총파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철도공사는 임금요구안 전체를 거부했고 오히려 임금수준을 후퇴시키는 개악안 제출을 밀며 노조가 수용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며 “국토교통부는 부산~수서 노선을 감축하면서 하루 최대 4920석의 좌석을 축소하는 등의 열차대란을 불러왔고 단 한 번의 공청회나 토론 등의 의견수렴의 절차는 거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코레일 한문희 취임 50여 일 만에 파업 직면, 경영정상화 목표 달성 험난

▲ 최명호 전국철도노동조합 위원장이 9월7일 서울 용산구 전국철도노동조합 사무실에서 열린 총파업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철도노조가 총파업에 나서는 가장 핵심적인 원인은 수서고속철도(SRT)의 노선확대다. SRT 운영사 에스알(SR)은 1일부터 기존 노선에 더해 경전·동해·전라선 운행을 시작했다.

해당 노선 추가로 비수도권 지역 주민들이 환승을 하지 않고 서울 동남권으로 이동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해당 노선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국토교통부가 경부선 SRT 열차의 평일 운행 횟수를 왕복 40회에서 35회로 축소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었다.

철도노조는 여력이 있는 KTX 열차를 ‘수서행 KTX’로 투입하지 않고 여유차량이 적어 교통대란이 발생하는 SRT의 부산 노선을 줄이는 방식으로 자체 조정에 나선 것을 ‘철도 쪼개기 민영화’의 포석이라고 보고 있다.

코레일이 실시하던 SR의 열차 정비 업무 일부를 4월부터 민간기업 현대로템이 진행하고 있는 것도 철도 노조가 제시하는 민영화의 증거 가운데 하나다.

이외에도 철도노조는 코레일을 향해 성실한 임금교섭과 4조2교대 근무제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철도노조와 정부·코레일의 교섭은 순탄하게 풀리지 않을 것이라는 시선이 우세하다. 정부의 철도 정책 원칙은 철도 통합보다는 경쟁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것으로 철도노조의 요구와 배치되기 때문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12월 정부에 제출한 철도 공기업 경쟁체제 평가 결과에서 “나라별로 사회·문화적 여건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으나 해외에서도 독점에서 경쟁으로 전환하는 것이 철도 발전의 기본 방향”이라며 “공공부문 안에서 건강한 철도 경쟁을 유도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도 이번 파업을 피할 수 없다고 보는 모양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부터 비상대책반의 기능을 확대한 ‘정부 합동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가동해 파업 대응에 나선다. 

비상수송대책본부장을 맡은 백원국 국토교통부 제2차관은 1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파업에 대비한 비상수송대책 점검회의를 주재하며 “수서행 KTX 운행, 코레일-SR 통합 요구 등 정부 정책을 명분으로 하는 파업은 명백한 불법”이라며 “정부의 파업계획 철회 촉구에도 철도노조가 불법 파업을 강행하는 경우에는 타협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철도노조는 12일 보도자료를 통해 백 차장의 발언을 비판하고 총파업 추진을 재차 선언하며 강경하게 대응하고 있다.

철도노조는 “국토부 제2차관이 정부 정책을 대상으로 한 파업은 명분 없는 불법파업이라고 했다”며 “정책이 틀렸고 시민 다수의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정부 정책도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고속철도 쪼갠 10년, 허공으로 사라진 시민혈세만 1조 원에 육박하고 매년 중복비용으로 낭비하는 혈세만 4백억 원이 넘는다”며 “철도를 쪼개면 쪼갤수록 사회적비용은 증가하고 공공성은 후퇴한다”고 주장했다.

철도파업 사태가 길어진다면 코레일 경영 정상화를 선언한 한문희 사장의 행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한 사장은 코레일이 만성적으로 겪고 있는 재정난을 해결하기 위해 재정건전화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코레일 한문희 취임 50여 일 만에 파업 직면, 경영정상화 목표 달성 험난

한문희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7월24일 대전 한국철도공사 사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 사장은 7월24일 대전 한국철도공사 사옥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안전향상, 경영혁신, 고객서비스, 핵심역량 구축과 같은 주요 현안에 대해, 방향성과 우선순위·예산·정부 지원 등을 종합적이고 세밀하게 검토해 재정립하겠다”고 선언했다.

코레일은 SR이 출범한 2017년 이래 매년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코로나19의 직격타를 입은 2020년엔 영업손실 규모가 1조2113억 원에 이르렀다. 코로나19의 영향력이 약해진 2020년 뒤로는 영업손실 규모가 줄긴 했으나 2021년 8881억 원, 2022년 3969억 원으로 영업손실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올해도 코레일의 경영상황은 녹록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1일 국회에 제출한 ‘2023~2027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에 따르면 코레일은 올해에도 3929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부채비율도 바람직하지 않다. 보통 200%를 기업의 적절한 부채비율로 보고 있는데 코레일의 부채비율은 10년이 넘도록 200% 이하로 내려오지 못했다. 코레일의 부채비율은 2014년 410.9%를 기록했으며 2021년 287.32%로 조사됐다. 2022년 기준으로 코레일의 부채비율은 222.6%다.

공기업 기관장으로서 한 사장의 경영능력에 여전히 물음표가 붙어 있어 코레일 경영정상화는 더욱 중요한 과제로 여겨진다.

그가 부산교통공사 사장이던 2022년 부산교통공사의 당기순손실은 2710억8317만원이었다. 2021년 당기순손실인 1946억5848만 원보다 오히려 늘어났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