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가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새 사장으로 추천된 김동철 전 의원의 선임 반대를 권고했다. 김 전 의원이 경영능력과 탈석탄 등 에너지 전환 관련 검증된 전문성을 갖췄다는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다. 

12일 비즈니스포스트가 확보한 한전 대리투표 자문 보고서(Proxy Advisory Report)에 따르면, 서스틴베스트는 18일 전남 나주시 한전 본사에서 열리는 한전 임시 주주총회의 안건인 ‘사장 (김동철) 선임의 건’에 반대를 권고했다.
 
의결권자문사, 기관투자자에 "한전 사장 후보 김동철 선임 반대" 권고

▲ 12일 서스틴베스트가 한국전력공사 새 사장으로 추천된 김동철 전 의원의 선임에 반대하기를 국내 기관투자자들에게 권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김 전 의원이 2022년 4월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4차 산업혁명과 위드 코로나 시대 양극화 극복을 위한 국민 대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 보고서에서 서스틴베스트는 “동 후보는 사장으로서의 경영능력을 검증할 만한 정보가 부족하다고 판단된다”고 반대 권고 이유를 설명했다.

우선 김 전 의원이 한전의 악화한 재무상태를 개선할 만한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전의 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2020년 말 187.5%에서 2023년 6월 말 574.1%로 3배 이상 높아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한전은 지속적으로 채권을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에도 대규모 영업손실을 낼 경우 한전채 발행 한도가 급감해 향후 추가 운영자금 조달마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김 전 의원이 높아지고 있는 탈석탄 및 재생에너지 전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역량도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했다.

에너지 전환이 시대적 흐름인 반면 한전 및 발전자회사 6개는 대부분 석탄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서스틴베스트는 “현재 한국전력이 처한 상황은 엄중"하다며 "신임 사장은 회사가 당면한 재무적 문제와 기후 리스크를 해결하고 효과적으로 조직을 운영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전력이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관기관이지만 김 후보는 위원직을 약 2년, 상임위원장직을 약 1년 동안 역임해 에너지 분야 경력이 3년 이하인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런 경력만으로는 회사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이나 에너지 산업에 대한 전문적 지식, 기업 운영 역량 등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근거로 충분하지 않다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전력 임원추천위원회는 1일 주주총회 소집공고에서 김 전 의원의 사장 추천 사유를 “김동철 후보는 제19대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위원 및 위원장을 역임하여 전력산업에 대한 폭넓은 식견과 전문성을 갖춘 점”이라고 설명한 적 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한전 새 사장에게는 경영능력과 함께 탈석탄 등 에너지 전환 관련 검증된 전문성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한전 임원추천위원회가 추천한 사장 후보는 이 두 가지를 갖췄다고 말할 근거가 불충분했다”고 말했다.

류 대표는 “우리는 한전에 이 두 가지를 갖췄는지에 대한 근거자료를 요청했지만 받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의원은 1955년생으로 전남 광산군에서 태어났다. 광주제일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했다.

1983년~1989년 한국산업은행에서 재직한 뒤 1991년 권노갑 의원의 정책보좌관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광주 광산구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20대 총선까지 광산 갑에서 각각 통합민주당, 민주통합당, 국민의당 후보로 당선돼 4선에 성공했다.

21대 총선에서는 민생당 후보로 출마해 낙선했고 2022년 대선을 앞두고 당시 윤석렬 대통령 후보 지지선언을 한 뒤 대선캠프에 합류했다. 윤석열 캠프에서는 특별고문 겸 새시대준비위원회 지역화합본부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냈다.

한전 사장의 선임은 주주총회 표결 이후 산업부 장관의 제청, 대통령 임명 등을 거쳐 완료된다. 김 전 의원이 한전 사장에 선임되면 한전 역대 첫 정치인 출신 사장에 이름을 올린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