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지난 3월17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을 운영할 새 사업자 후보 명단을 발표한 날이다.

김주남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대표이사(롯데면세점 대표)는 당시 예상치 못한 결과를 받아들였다. 롯데면세점이 모든 구역의 사업권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면세점 다 탈락'에 당황했던 김주남, 롯데면세점 위기가 기회되나

▲ 김주남 호텔롯데 면세사업부 대표이사(롯데면세점 대표)는 3월 발표된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새 사업자 후보 결과를 보고 당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면세점이 전부 탈락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롯데면세점의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철수를 놓고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오히려 그 결과가 수혜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김 대표는 경쟁 강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됐던 DF5 구역의 입찰에도 실패한 것을 놓고 예상하지 못했다는 뜻을 일부 임원들에게 보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당시 입찰 결과는 롯데면세점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22년 만에 철수하게 됐다는 점에서 다소 충격적이었다. 롯데면세점의 면세업계 내 입지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평가도 따라나왔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을 놓으면서 시내면세점에만 집중하게 된 환경이 오히려 롯데면세점에게 득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 고개를 들고 있다.

11일 면세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 재개에 따라 면세업계에 온기가 도는 가운데 롯데면세점이 최대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한국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단체관광객은 대부분 각 나라로 돌아가기 전에 단체 쇼핑을 한다. 쇼핑 장소는 현지에서 구입한 여행 상품의 일정에 포함된 곳으로 대부분 시내면세점이다.

면세업계가 최근 중국 현지 여행사 대표들을 중심으로 일종의 ‘표심 잡기’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이유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이런 흐름을 살펴볼 때 롯데면세점에게 최대 기회가 왔다는 시선이 떠오른다.

롯데면세점은 국내 주요 면세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을 운영하지 않는 유일한 면세기업이다. 지난 3월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발표한 새 면세점 운영자 입찰 결과 사업권을 배정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은 당시 결과를 놓고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의 매출 비중이 채 10%도 되지 않는다며 입찰 탈락에 따른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을 내놨다.

하지만 다른 면세업계는 롯데면세점의 해명에 의구심을 가졌다. 해외로 나가는 관문 격인 인천국제공항에서 면세점을 운영하는 것은 눈앞의 실적을 떠나 인지도와 관련이 깊다는 점에서 경쟁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볼 여지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 년이 흐른 현재 시점에서 보면 롯데면세점의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철수가 오히려 롯데면세점에게 힘이 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쏟아야 할 노력을 시내면세점에만 집중하면서 해외 관광객 유치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여러 면세업계 관계자들도 이러한 시각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면세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 단체관광객(유커)들은 대부분 서울에서 관광하다가 출국하기 하루이틀 전에 서울 중심부인 명동에 있는 시내면세점에서 쇼핑한다”며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쇼핑하는 수요도 없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쇼핑은 시내면세점에서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서울 명동 한복판에 면세점을 갖고 있는 롯데면세점으로서는 아무래도 중국 단체관광객 증가에 따른 수혜가 클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런 시각은 수치로도 증명된다.

롯데면세점 내부적으로도 코로나19 직전인 2020년 1월 롯데면세점의 채널별 중국인 매출 비중은 시내면세점점 97.9%, 공항점 2.1%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면세점협회가 주관해 8월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내 면세산업 글로벌 경쟁력 제고방안’ 세미나 자료에서도 중국인들의 면세점 소비는 시내면세점에서 87.7% 이뤄지는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면세점은 현재 시내면세점 활성화를 위한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 활동에 한창이다.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에서 로드쇼 행사를 여는 등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고 에이전트들과 함께 롯데면세점 시내점 쇼핑코스가 포함된 일정 제작에 힘을 보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주남 대표는 이미 롯데면세점의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철수와 관련해 6월 말 인천공항점에서 일하던 직원 60여 명을 시내면세점으로 배치하는 전보 인사를 실시했다.
 
'인천공항면세점 다 탈락'에 당황했던 김주남, 롯데면세점 위기가 기회되나

▲ 롯데면세점은 5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가이드 초청행사를 열고 유커를 대상으로 한 면세점 쇼핑 행사를 적극적으로 열렸다. 당시 총 200여 명의 중국어 가이드가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면세점>


김 대표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철수와 관련해 사내 임직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 국내외 롯데면세점을 직접 방문하면서 “인천공항 투자 재원을 시내점과 온라인점 역량 강화에 활용하는 한편 카테고리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매출을 더 활성화할 것이다”며 “잠깐 승리의 단맛을 맛보기 위해 미래의 동력을 잃어버려서는 안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 단체관광 증가에 따른 롯데면세점의 수혜가 온전할 것이냐를 놓고는 결이 다른 전망도 나온다.

면세점기업의 다른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이 밖으로는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탈락에 대해 타격이 하나도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조바심도 상당할 것이다”며 “공항면세점에서 철수하게 되면서 업계 1위 타이틀을 유지하는 것이 아슬아슬한 상황인데 이를 홍보에 써먹지 못하게 되면 수혜 강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각 면세점이 가진 인지도는 한국을 잘 모르는 단체관광객의 마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당히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롯데면세점은 과거만 하더라도 ‘한국 면세업계 1위’라는 문구를 내거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었지만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철수로 이런 전략에 일부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롯데면세점은 이런 상징성을 감안해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서 완전히 철수하려던 계획을 세워두지는 않았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여할 당시 DF5 구역에서 현대백화점면세점보다 높은 입찰 금액을 제시했다는 점이 그 근거다.

다만 가격이 아닌 사업계획서 등을 검토하는 정성평가에서 결과가 뒤집힌 것으로 추정된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