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투르크메니스탄을 중심으로 중앙아시아 건설시장 개척에 시동을 건다.

대우건설은 기존 베트남·리비아·나이지리아·이라크 4개 거점시장에 더해 투르크메니스탄에 지사를 설립해 중앙아시아 건설시장 진출의 교두보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 중앙아시아 개척 발판 마련, 백정완 폴란드 원전까지 해외사업 박차

백정완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투르크멘히미야 니야즐리니야즐리예프 투르크멘화학공사 회장이 2022년 11월29일 비료공장사업 2건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대우건설>


25일 대우건설에 따르면 투르크메니스탄 지사를 10월에 연다는 목표로 8월 현지출장과 서류제출을 마무리했다.

백정완 사장은 정원주 회장의 전폭적 지원을 업고 해외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투르크메니스탄 지사 설립을 통해 높은 성장이 기대되는 중앙아시아 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하려 한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11월 투르크멘화학공사와 비료공장 건설과 관련한 2건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구체적으로는 요소-암모니아 비료플랜트(연산 115만 톤 요소비료와 연산 66만 톤 합성 암모니아 생산설비)와 투르크메나밧 인산비료플랜트(연산 30만 톤) 및 부대시설을 짓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발칸 요소-암모니아 비료공장을 중앙아시아지역 최초의 블루 암모니아 생산 설비로 건설할 것을 제안했다. 친환경 비료의 유럽지역 수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지난 5월 대우건설 회장 취임을 공식화하고 첫 해외일정으로 투르크메니스탄을 방문해 세르다르 베르디하메도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비료플랜트 업무협약을 구체화했다. 

플랜트뿐 아니라 투르크메니스탄 정부가 공을 들이고 있는 아르카닥 신도시 프로젝트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아르카닥 신도시는 수도 아쉬하바트 남서쪽 30㎞ 지역에 약 50억 달러를 투입해 6만4천 명이 거주할 스마트 신도시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2019년 착공해 올해 6월 1단계 사업을 마쳤다. 대우건설은 2026년까지 진행될 2단계 사업에 참여의사를 이미 밝혀뒀다.

백 사장이 투르크메니스탄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중앙아시아 건설시장 잠재력이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중앙아시아 건설시장 규모는 2021년 182억 달러에서 2022년 220억 달러로 성장했다. 연평균 6% 안팎의 성장률을 보여 2030년에는 534억 달러에 이르는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러시아 영향력을 낮추고 대체 교역로를 마련하기 위한 유럽연합(EU)의 지원과 함께 일대일로 구상에 따른 중국의 지원이 더해져 원유·천연가스를 보유한 우즈벡키스탄, 카자흐스탄, 투르크메니스탄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됐다. 

2023년 건설시장 규모는 카자흐스탄이 141억 달러, 투르크메니스탄 59억 달러, 우즈베키스탄 54억 달러로 추산된다. 전년보다 우즈베키스탄과 투르크메니스탄이 6.7%, 카자흐스탄은 5.9% 성장하는 수치다. 
 
대우건설 중앙아시아 개척 발판 마련, 백정완 폴란드 원전까지 해외사업 박차

정원주 중흥그룹 부회장(왼쪽 네 번째)이 2022년 10월5일 우즈베키스탄 현지를 방문해 라흐모노프 바크티요르 술타노비치 타슈켄트 부시장(오른쪽 세 번째) 등 주요 현지 인사들 면담을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우건설>


정원주 부회장은 이미 우즈베키스탄 건설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뒀다. 지난해 10월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해 타슈겐트 부시장, 주지사를 연이어 면담하면서 신도시 및 인프라 개발사업을 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더욱이 우즈베키스탄은 대우그룹 시절 대우자동차가 현지에 진출해 ‘대우’라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국가로 꼽힌다. 

우즈베키스탄은 1200억 달러 규모의 2022~2026 국가 발전전략을 수립해 추진하고 있다. 석유·가스 산유국으로 화력발전과 신재생에너지 플랜트와 함께 노후화가 심한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계획이 담겼다.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등은 민관합작투자사업(PPP)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건설은 파키스탄 라호르~이슬라마바드(357㎞) 고속도로사업, 파트린트 수력발전사업 등의 민관합작투자사업 경험을 살려 수주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해외사업 가운데 백 사장이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원전 분야에서도 성과가 기대된다.

폴란드는 최근 한국형 원전 도입을 위한 내부절차를 시작했다. 국영 폴란드전력공사(PGE)는 민영 발전사 제팍(ZE PAK)과 함께 한국형 원전 APR1400 2~4기를 건설하기 위한 기본 결정신청서를 기후 환경부에 제출했다.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상대로 원전 수출 관련 소송을 제기했음에도 폴란드 정부가 절차를 밟고 있어 원전사업을 향한 의지가 강하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보이치에흐 동브로프스키 폴란드전력공사 사장은 지난 4월 한국을 방문해 “언제든지 본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웨스팅하우스는 APR1400이 자신들의 설계와 기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며 지난해 10월 워싱턴 연방지방법원에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의 원전 수출은 미국 에너지부(DOE)의 허가가 필요하고 라이선스 수수료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수원은 원전 주요 기술은 국내 자체 기술력으로 갖췄고 미국 정부 허가 없이 원전수출을 할 수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결과는 안개속이지만 원만히 해결된다면 올해 하반기 폴란드에서 원전 수주가 기대되며 2024년 상반기에는 체코에서도 수주낭보를 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수원은 대우건설, 두산에너빌리티 등과 팀코리아를 구성해 동유럽 국가(폴란드,체코)의 신규원전 수주를 추진하고 있다. 한수원이 이끄는 팀코리아가 동유럽 수주를 따내면 대우건설은 원전 시공과 관련해 폴란드에서 2조5천억 원, 체코에서는 1조5천억 원의 수주를 늘릴 수 있게 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투르크메니스탄 지사 설립을 통해 정부 및 관계기관과 소통을 확대하고 2건의 비료공장 프로젝트와 신도시 개발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 신규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