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전장 자회사 하만 실적 개선, 이재용 추가 M&A로 날개 달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전자와 전장 자회사 하만의 시너지를 더욱 극대화 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비롯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전장 자회사 하만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도 순항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전장사업의 시너지를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추가 인수합병을 비롯한 다양한 방안을 고려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하만은 올해 2분기 매출 3조5천억 원, 영업이익 2500억 원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7%, 영업이익은 150% 증가한 것으로 파악된다. 

상반기 기준으로 봐도 하만은 매출 6조6700억 원, 영업이익 3800억 원을 보면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8.1%, 영업이익은 90% 각각 뛰었다.

하만은 삼성전자에 인수되기 직전인 2016년 매출 약 9조2386억 원, 영업이익 6800억 원을 올렸으나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2021년 회복하기 시작해 2022년 매출 13조2100억원, 영업이익 8800억 원으로 하만은 삼성전자로 인수되기 전 실적을 뛰어넘었고 올해 사상 첫 영업이익 1조 원 시대를 열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소비자 오디오 수요 증가와 비용 효율화로 매출과 이익이 모두 증가했다“며 ”특히 하만을 통한 역대 최대 규모의 전장 분야 수주로 성장 기반을 공고히 했다"고 설명했다.

전장업계에서는 하만이 올해 하반기 실적이 더욱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전장산업에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 전장 분야의 성장세에 올라타려는 다른 글로벌 기업들과 전장 내재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려는 완성차 업체들의 움직임이 커지고 있어서다.

실제 현대자동차그룹이나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하만의 주력 품목인 디지털 콕핏을 자체 개발하는데 힘쓰고 있다.

하만은 주력 사업인 디지털 콕핏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유지하고 있지만 점유율은 점차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디지털 콕핏은 자동차 안에서 운전자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하거나 운전을 돕는 장비를 말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2020년 27.5%였던 하만의 디지털 콕핏 시장점유율은 2021년 25.3%로 하락했고 2022년에는 24.7%까지 낮아졌다.
 
삼성전자 전장 자회사 하만 실적 개선, 이재용 추가 M&A로 날개 달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사진)과 하만 로고 모습.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하만 사이 시너지가 예상보다 더디고 미흡하다는 시각도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9조 원을 들여 하만 인수를 완료한 뒤 하만과 시너지를 내기 위한 전장사업팀을 꾸렸고 하만 이사회에 최고재무책임자를 투입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공동개발 정도의 협업만 이뤄질 뿐 기업문화 공유나 인사교류와 같은 움직임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 때문에 전자업계 일각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전장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삼성전자 전자사업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기업을 찾아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이재용 회장은 전장사업을 삼성전자의 미래먹거리 가운데 하나로 점찍고 하만 인수도 진두지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만은 2021년에는 미국 V2X(차량과 사물을 연결하는 기술) 솔루션업체 사바리를 사들였고 지난해에는 증강현실(AR) 소프트웨어 기업 아포스테라를 인수했다.

이재용 회장이 이달 초 유럽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독일 뮌헨을 찾은 것을 놓고 전장사업을 키우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움직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독일에는 차량용 반도체 기업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첨단공정 장비업체 지멘스가 있으며 가까운 네덜란드에는 또 다른 차량용 반도체 기업 NXP반도체 등이 있다. 이들 모두 삼성전자의 인수합병 후보군으로 거론된 바 있다.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겸 대표이사 부회장이 꾸준히 대형 인수합병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이재용 회장의 다음 행보를 주목하게 한다.

한 부회장은 1월 CES2023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만간 좋은 (인수합병) 소식이 있을 것”이라며 "(이재용 회장은) 항상 ‘과감한 투자와 기술 혁신을 하라. 위축되지 말라’고 한다"고 전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추가적 인수합병이 전장분야에서 이뤄진다면 하만뿐만 아니라 전기전자 계열사인 삼성전기,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시스템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삼성디스플레이 등과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고의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펜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IT산업과 글로벌 경기침체가 나타나고 있는데 반해 미래차 중심 전장산업은 성장하고 있어 가치가 높아지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