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케미칼이 2분기에 영업손실을 기록하자 적자 추세가 다음 분기인 3분기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올해 2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적자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은 하반기에도 쉽지 않은 경영환경에 마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 예상보다 긴 적자, 화학·배터리 동반 부진에 김교현 하반기도 험난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이 하반기에도 쉽지 않은 경영환경에 마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2분기까지 5개 분기 연속 적자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상황에서 석유화학 사업과 배터리 소재 사업에서 모두 빠른 반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주력 사업인 석유화학 부문과 공격적으로 실행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등 배터리 소재 부문이 모두 부진하고 이런 흐름이 올해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13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롯데케미칼 2분기 실적이 당초 예측을 벗어나면서 향후 실적을 향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은 2분기 영업손실 770억 원을 거뒀다. 당초 증권업계는 롯데케미칼이 2분기에 영억이익을 275억 원을 거두면서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런데 실제 성적표를 펴보자 롯데케미칼은 흑자전환에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지난해 2분기(영업손실 595억 원)보다 큰 적자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롯데케미칼 실적발표 뒤 분석 리포트를 내놓은 주요 증권사 8개 대부분 실적발표 전 분석 때보다 3분기 이익 전망치를 낮춰잡았다.

3분기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8월10일 기준 679억 원으로 한 달 전의 전망치 1694억 원보다 절반 이상 떨어졌다.

아직 실적발표 뒤 리포트를 새로 내놓지 않은 증권사들이 분석을 마치면 3분기 영업이익 평균 전망치는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 4곳은 롯데케미칼이 3분기에 영업손실을 내는 등 하반기 실적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2분기부터 이어진 적자 고리가 최소 6개 분기까지는 이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다.

이들은 모두 올해 연간 기준으로 롯데케미칼이 영업손실을 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부회장에게는 올해 하반기에도 험난한 사업 경영이 예고된 셈이다.

특히 김 부회장은 주력인 석유화학과 신사업이 배터리 소재 분야 모두 올해 눈에 띄는 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고민이 더욱 깊을 것으로 보인다.

석유화학 사업은 예상보다 업황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당초 올해 초부터 점차 업황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많았다.

그러나 세계 수요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고 있다. 반면 중국 중심의 글로벌 석유화학 제품 생산설비 증설 등으로 공급은 지속되고 있다. 

최근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해를 넘길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만큼 김 부회장으로써는 올해 반전의 기반을 마련할 가능성이 적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NH투자증권은 2024년까지, 키움증권은 2025년까지 석유화학 업황이 나아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두 증권사는 이를 근거로 롯데케미칼 목표주가를 모두 낮춰잡았다.

정경희 키움증권 연구원은 “2025년까지 석유화학 업황 사이클이 바닥을 유지할 것”이라며 “글로벌 신증설, 수요 회복에 관한 의문 등으로 (롯데케미칼 등) 한국의 석유화학 경쟁력은 현재 매우 우려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 예상보다 긴 적자, 화학·배터리 동반 부진에 김교현 하반기도 험난

▲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롯데케미칼도 최소 3분기에는 시황 개선이 지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진은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도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기초소재 부문과 말레이시아 자회사 롯데케미칼타이탄의 향후 사업과 관련해 “3분기에도 경기 회복 불확실성 및 공급부담 지속으로 시황 개선이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최근 유가 상승으로 석유화학 제품의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을 통해 생산된다.

석유화학기업들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에틸렌 가격에서 나프타 가격을 뺀 것)는 지난해 4월 말부터 1년 3개월 넘게 손익분기점인 톤당 300달러를 밑돌고 있다. 8월7일 기준 에틸렌 스프레드는 134달러를 보였다.

이에 김 부회장은 원료로 나프타보다 가격이 저렴한 액화석유가스(LPG) 비중을 높이고 가동률을 최적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배터리 소재 사업에서도 빠른 수익성 개선을 이뤄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 중심에는 김 부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인수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의 2분기 실적 부진과 부정적 단기 전망이 자리잡고 있다.

김 부회장은 2조7천억 원이라는 거금을 투자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를 편입한 뒤 배터리 소재 사업에서 '퀀텀점프'를 이루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었다.

하지만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분기 영업이익 15억 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94%나 감소한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올해 안에는 한창 좋았던 지난해의 수익성(영업이익률 10% 이상)을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얻고 있다.
 
롯데케미칼 예상보다 긴 적자, 화학·배터리 동반 부진에 김교현 하반기도 험난

▲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도 올해 안에는 과거 수준의 높은 수익성을 거두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주력 제품인 동박의 생산 과정. <연합뉴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주요 고객사들의 단기 수요 감소와 중국 업체들의 해외 진출 확대 등으로 2분기 수익성이 급감했다”며 “하반기 동박 수요가 상반기와 비교해 회복되지만 과거 정상 수준의 마진율로 돌아가는 것은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최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이외에 다른 배터리 소재 기업들도 글로벌 수요 감소 탓에 실적 정체기에 접어든 상황이다. 

이는 본업에서도 부진한 롯데케미칼에는 더 뼈아프게 작용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동박 이외에도 분리막용 소재, 전해액 유기용매, 양극박, 알루미늄박 등 여러 배터리 소재를 신사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다만 롯데케미칼 전체 실적에 의미 있게 기여할 때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쉽지 않은 경영 환경이 예상되지만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배터리 소재 사업 등 미래 성장동력 육성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