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하이브가 국내 연예기획사 최초로 연매출 2조 원을 향해 순항하고 있다.

박지원 대표이사가 확립한 멀티레이블 체제에 힘입어 BTS 의존도를 낮춘 것은 물론 아티스트 세대교체에도 성공하며 지속 성장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이브 연예기획사 최초 연매출 2조 순항, 박지원 멀티레이블로 세대교체 성공

▲ 박지원 하이브 대표이사가 확립한 멀티레이블 체제가 연매출 2조 원을 향한 동력이 되고 있다. 


8일 하이브에 따르면 올해 앨범 판매량이 지난해의 두 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써클차트 기준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가 발매한 앨범은 2023년 상반기에 2270만 장 판매됐다. 하이브의 작년 한 해 앨범 판매량이 2220만 장 이었으니 상반기에만 1년 치보다 많이 판매한 셈이다.

단순 계산하면 하이브의 올해 전체 판매량 예상치는 4500만 장으로 잡을 수 있는데 이는 방탄소년단(BTS)이 빌보드 핫100에서 12주나 1위를 차지하던 2021년 당시 앨범판매량의 세 배에 이르는 수치다.

연예기획사 매출 가운데 수익성 마진이 가장 큰 앨범판매량이 증가하면서 하이브는 상반기 매출 1조 원을 달성했다. 하이브를 제외하면 연매출 1조 원인 곳도 없는 상황에서 반기 매출이 1조 원을 넘긴 것이다.

한 가지 더 주목할 부분은 올해 상반기 아티스트별 앨범판매량 순위에서 하이브 소속 6팀이 10위 안에 포진했다는 점이다.

세븐틴,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뉴진스, 르세라핌, 엔하인픈, BTS 지민이 각각 상반기 앨범판매량 1위, 3위, 5위, 7위, 8위, 10위를 차지했다.

BTS 지민과 TXT는 같은 빅히트뮤직 소속이지만 나머지 그룹이 몸담고 있는 레이블은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어도어, 쏘스뮤직, 빌리프랩 등으로 모두 다르다.

하이브가 올해 상반기 앨범판매량 상위권을 휩쓴 것을 두고 멀티레이블이 가진 힘이 발휘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하이브는 2019년부터 BTS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아티스트 다각화를 추진했고 2020년 3월 사명을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하이브로 바꾼 뒤에는 산하 여러 레이블을 독립기업으로 두는 체제로 전환했다.

2020년 하이브에 합류한 박지원 대표는 2021년 대표로 취임했고 하이브가 지속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힘써왔다. 뉴진스가 속한 어도어 레이블은 박 대표 취임 이후 설립됐다.

박 대표의 멀티레이블 체제는 2021년 밑그림이 완성됐지만 그 성과가 제대로 드러나기 시작한 것은 올해라고 할 수 있다.

뉴진스는 ‘디토(Ditto)’와 ‘오엠쥐(OMG)’, 데뷔앨범 수록곡 ‘하이프 보이(Hype boy)로 2023년 1월부터 3월까지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에서 음원순위 1~3위를 석권했다.
 
하이브 연예기획사 최초 연매출 2조 순항, 박지원 멀티레이블로 세대교체 성공

▲ 하이브 산하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 소속의 보이그룹 세븐틴. <세븐틴 트위터 갈무리>


뉴진스가 7월21일 발매한 미니2집 ‘겟 업(Get Up)’은 빌보드 앨범차트 정상에 올라섰고 수록곡 세 곡은 모두 빌보드 핫100 차트에 진입했다.

보이그룹 세븐틴은 2015년 데뷔했지만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가 하이브에 인수된 것은 2020년이다. 그리고 세븐틴은 올해 전성기를 맞이했다.

세븐틴이 지난 4월 선보인 미니10집 ‘FML’은 발매 당일에만 399만 장이 팔리며 K팝 역대 신기록을 세웠고 6월까지 누적 887만 장이 판매됐다.

하이브는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로도 멀티레이블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하이브는 2021년 저스틴 비버, 아리아나 그란데 등이 소속된 이타카홀딩스를 1조 원가량에 인수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미국의 힙합레이블 QC미디어홀딩스를 3140억 원에 사들였다.

하이브는 북미 지역에서 추가 레이블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

박지원 대표는 8일 열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본업인 음악과 레이블, 매니지먼트 사업 확장을 위해 지속 투자할 예정이다”며 “조만간 새로운 소식을 들려드리겠다”고 말했다.

하이브는 미국 유니버설뮤직그룹(UMG) 산하 게펜레코드와 합작해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미국 걸그룹 데뷔 프로젝트는 하이브가 K팝의 제작시스템을 미국 음악 시장에 접목하는 첫 번째 시도다. 하이브는 3분기 중으로 신인 걸그룹의 멤버를 확정에 공개하는 행사를 가질 예정이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