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형 세단 시대 저무나, 디자인 확 바꾼 '국민차' 쏘나타도 판매량 힘 못 써

▲ 자동차업계에서는 완전변경에 가까운 쏘나타 부분변경 모델(사진) 출시에도 판매가 답보하고 있는 것을 놓고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중형 세단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현대자동차>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가 5월 야심차게 내놓은 '풀체인지(완전변경)'급 부분변경 모델인 쏘나타 디 엣지가 판매량에서 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반면 지난해 11월 비슷한 패밀리 디자인을 장착해 먼저 출시됐던 현대차 그랜저 판매량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중형 세단 인기가 저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3일 자동차 통계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쏘나타의 7월 국내 판매량은 2142대로 6월 2951대와 비교해 판매량이 꺾이며 신차 효과를 통 보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쏘나타는 중형 세단 라이벌인 기아 K5(2246대)에도 밀렸다. 심지어 1년 전과 비교해도 판매량이 21.16% 감소했다. 

이는 디자인으로 호불호가 갈렸던 직전 모델인 8세대 쏘나타보다도 적게 팔린 것으로 야심차게 디자인까지 변경해 '국민차' 위상 회복을 노렸던 현대차로서는 체면을 구긴 셈이다.

현대차는 올해 3월 일산에서 열렸던 ‘2023 서울 모빌리티쇼’에 부분변경 모델인 쏘나타 디 엣지 디자인을 공개하면서 쏘나타 부활에 발 벗고 나섰다.

사실 쏘나타는 2019년 7월 완전변경 모델인 8세대 모델이 출시돼 올해는 일반적으로 부분변경(페이스리프트) 모델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디자인 논란 등으로 판매량이 꺾이면서 디자인을 완전히 바꾸는 풀체인지(완전변경)급 수준의 부분변경을 단행한 쏘나타 디 엣지를 내놨다.

그럼에도 쏘나타 디 엣지가 출시됐던 올해 5월부터 월 판매량을 살펴보면 5월에 1729대, 6월에 2951대, 7월에 2142대에 그쳤다.

물론 쏘나타 디 엣지가 출시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은 데다 쏘나타 출고까지 8월 계약 기준 최대 11개월(하이브리드 모델)이 소요되고 있지만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초반 판매량이 애초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쏘나타 디 엣지와 비슷한 패밀리 디자인이 적용된 그랜저가 지난해 11월 출시됐음에도 아직까지 월평균 1만 대 안팎으로 팔리고 있는 것과도 비교된다.

쏘나타 디 엣지의 디자인이 공개됐을 당시 7세대 그랜저 완전변경의 상징적 디자인인 차체를 수평으로 가로지른 주간주행등(DRL)이 적용돼 ‘미니 그랜저’라는 평가도 받았다.
 
중형 세단 시대 저무나, 디자인 확 바꾼 '국민차' 쏘나타도 판매량 힘 못 써

▲ 현대자동차 7세대 그랜저. <비즈니스포스트>

이렇게 비슷한 디자인임에도 불구하고 7세대 그랜저는 출시됐던 2022년 11월 1023대에서 다음달 12월 8640대로 판매량이 대폭 늘었다.

그 뒤 올해 1월 9118대 팔린 것을 시작으로 2월 9815대, 3월에는 1만916대까지 증가하면서 월 판매량 1만 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물론 7월에는 8531대로 주춤했지만 여전히 국내 차시장 판매량 1위 모델을 유지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비슷한 디자인임에도 쏘나타가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는 점에서 차량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국내 소비자들의 중형 세단 선호도가 낮아진 데 따른 결과라는 시각이 많다.

중형 세단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까지만 해도 국내 시장에서 연간 19만 대 정도 팔렸지만 2022년 국내 완성차 5곳의 중형 세단 판매량은 10만4897대까지 감소했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수입차까지 더해도 13만1709대에 그친다.

같은 기간 국내 완성차 5곳의 준대형 세단 판매량은 15만9834대로 중형 세단 판매량을 크게 웃돈다.

특히 국내 준대형 세단은 2022년 국내 시판 기준으로 현대차의 그랜저, 기아 K8, 제네시스 G80 등 3개 차종에 그친다. 

반면 중형 세단은 현대차 쏘나타, 아이오닉6, 제네시스 G70, 기아 K5, 르노코리아자동차 SM6, 한국GM 말리부 등 6개 모델이 판매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판매 둔화가 두드러지는 셈이다.

중형 세단의 판매 둔화 현상은 전기차에서도 나타난다.

다나와에 따르면 7월 중형 전기 세단인 아이오닉6 판매량은 488대로 같은 기간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아이오닉5(1350대)나 기아 EV6(1398대)와 비교해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누적 판매량도 아이오닉6은 7267대로 같은 기간 아이오닉5(1만854대)와 EV6(1만2325대)의 판매량을 크게 밑돌았다.

국내 소비자들이 세단보다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을 선호하면서 세단의 인기가 하락하고 있는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통계사이트 카이즈유에 따르면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세단 판매 비중은 2020년 41.8%까지 낮아지며 처음으로 SUV(43.3%)에 역전됐다. 2021년 38%로 40%가 깨진데 이어 2022년에는 34.23%까지 쪼그라들었다.

반면 SUV는 2021년 44.6%에서 2022년 50.80%까지 높아졌다.

이뿐 아니라 세단 안에서도 중형의 위치는 준준형과 준대형 사이에서 갈 곳을 잃고 있다.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추구하는 소비자는 준중형을, 고급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는 준대형을 선택하면서 중형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이다.

기존 중형차는 2.0L 엔진을 장착했지만 세계 자동차회사들이 각국의 환경 규제에 따라 배기가스를 줄이기 위해 ‘엔진 다운사이징’을 통해 최근에는 1.6L터보 엔진을 장착하기 시작하면서 준중형과 중형의 경계가 희미해졌다.

현대차에서는 아반떼 1.6터보 모델과 쏘나타 1.6터보 모델은 동일한 엔진을 장착하고 있어 같은 엔진이면 비교적 저렴한 차량으로 수요가 이탈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국내에서 SUV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세단에서도 고객들에 따라 수요가 준중형이나 준대형으로 몰리고 있다”며 “이뿐 아니라 수입차 중형세단이 고급차 수요를 일부 대체하면서 국내에서 중형 세단이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