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리포트 8월] 우리 아파트 기둥 철근은 괜찮을까, 잠 못 이루는 사람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이한준 LH 사장이 7월30일 오후 LH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 회의에서 국민께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인천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사고가 촉발한 철근 누락 아파트 사태가 건설업게를 덮치고 있다.

당장 LH 아파트에서만 철근을 누락한 단지가 두 자릿수 나왔다. 민간까지 조사를 확대하면 얼마나 더 나올지 모르는 노릇이다.

건설사들이 국내 주택사업 부진으로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들을 향한 불신의 시선이 짙어지게 돼 부담은 더욱 클 것으로 여겨진다.

◆ 순살아파트 오명은 LH로 이동

LH가 붕괴사고가 발생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과 마찬가지로 무량판구조 설계를 적용한 아파트단지 자체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후폭풍이 건설업계 전반으로 일파만파 퍼져나가고 있다.

LH는 7월30일 무량판구조로 설계된 아파트 91곳 중 15곳에서 구조상 필요한 전단보강근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7월31일에는 해당 아파트 명단과 시공·감리사를 공개했다.

파주운정A34, 충남도청이전, 수서역세권A3, 수원당수A3, 오산세교A6, 남양주별내A25, 음성금석A2, 공주월송A4, 아산탕정2-A14 등 9곳은 주공이 완료돼 입주가 이뤄졌거나 입주를 앞둔 곳들이다.

양주회천A15, 광주선운2A2, 양산사송A2, 양산사송A8, 파주운정3A23, 인천가정2A1은 공사가 진행중이다. 이 중 양주회천은 전단보강근이 필요한 기둥 154개 전개소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드러났다.

철근 누락 LH 아파트 15곳의 시공사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13위의 DL건설을 비롯해 한신공영, 한라, 효성중공업, 대보건설, 동문건설, 에이스건설, 대우산업개발, 이수건설, 삼환기업, 남양건설, 양우종합건설, 태평양개발, 일신건설, 대보실업 등이 포함됐다.

신축아파트의 철근 누락이 GS건설이 시공한 검단아파트 만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건설업계 전반을 향한 불안과 불신이 더욱 짙어지게 됐다.

사안의 엄중함을 감지했는지 윤석열 대통령도 7월31일 곧바로 민간아파트까지 전수조사 지시를 내린데 이어 8월1일에는 문제의 아파트들이 윤석열 정부 출범 전에 지어졌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혹여 떠오를 수 있는 책임론을 조기에 차단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여당이 부실공사 원인으로 건설산업의 ‘이권카르텔’을 지목하고 국정조사까지 벼르고 있는 만큼 향후 건설업계를 향한 사정의 칼날이 닥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장 2017년 이후 준공한 아파트 중 무량판 구조를 채택한 293개 단지들을 대상으로 점검이 이뤄진다. LH 발주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에만 무량판 구조를 사용했으나 민간 아파트는 주거동에도 무량판 구조를 사용한 곳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안전진단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3개월가량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LH 아파트와 달리 입주민들이 문제 사실이 알려질 경우 집값하락 등을 우려해 명단 공개를 꺼릴 수 있다.

안전진단 결과 철근 누락 등 문제가 확인되면 정밀안전진단을 거쳐 보강 공사를 하게 되는데 비용 등 문제가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앞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이후 전면재시공을 결정한 GS건설은 비용을 보수적으로 반영해두고 LH 등 책임주체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국토부는 우선 점검 비용은 건설업계가 부담하도록 하고 입주를 완료한 단지의 보강공사는 하자보수 예치금을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 2023년 시공능력평가 누가 잘했나

2023년 종합건설사업자 시공능력평가 결과가 발표됐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부동의 1, 2위를 지킨 가운데 대우건설이 6년 만에 3위를 탈환했다.

삼성그룹은 ‘형님’ 삼성물산이 1위를 수성했으나 삼성엔지니어링이 26위에서 33위까지 밀려났다. 평가액은 삼성물산이 20조7296억 원, 삼성엔지니어링 1조3897억 원으로 둘이 합쳐 약 22조 원 규모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 2위에 이어 현대엔지니어링이 전년 대비 3계단 오른 4위를 기록하며 톱5 건설사 중 두 자리를 차지했다. 평가액은 현대건설이 14조9791억 원, 현대엔지니어링이 9조7360억 원으로 합치면 24조 원을 훌쩍 넘어 삼성그룹보다도 많다.

3위 대우건설을 품에 안은 중흥그룹은 주력계열사인 중흥토건이 15위로 순위를 3계단 끌어올렸다. 50위 중흥건설 등 계열사를 포함하면 그룹 전체 평가액은 13조 원대에 이른다. 6위 DL이앤씨와 13위 DL건설을 거느린 DL그룹 평가액 12조8천억 원을 웃도는 수준이다.

GS건설은 평가액  9조5901억 원으로 5위를 지켰는데 자회사들의 약진이 돋보였다. 자이씨앤에이는 6276억 원으로 55위, 자이에스앤디는 5568억 원으로 64위에 올라 GS그룹 평가액도 10조 원을 넘어섰다.

호반건설은 평가액 4조3965억 원으로 10대 건설사에 이름을 올렸는데 계열사 호반산업도 평가액 1조5666억 원으로 한 단계 오른 29위에 자리했다. 두 회사 합산 평가액은 5조9600억 원으로 9위에 있는 SK에코플랜트과 엇비슷하다.

2022년 주요공종별 공사실적을 보면 도로분야는 대우건설이 1위, GS건설이 2위, 포스코이앤씨가 3위에 올랐다. 철도는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 SK에코플랜트가 1~3위였고 지하철은 현대건설, GS건설, 삼성물산이 톱3를 이뤘다. 

댐은 삼성물산-두산에너빌리티-SK에코플랜트, 항만은 대우건설-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 공항은 LT삼보-현대건설-DL이앤씨가 1위부터 3위까지 이름을 올렸다.

대우건설은 하천·산림·농수산토목에서 기성액 1위에 올랐고 상수도는 태영건설, 하수도는 현대건설, 택지·용지조성은 SK에코플랜트가 1위를 차지했다.

아파트는 대우건설이 1위, GS건설이 2위, 현대건설이 3위였는데 3위까지 기성액 차이는 비교적 크지 않았다. 주택은 현대건설 1위, 금호건설 2위, SK에코플랜트 3위였다.

상가시설은 신세계건설-롯데건설-현대엔지니어링, 숙박시설은 현대건설-한화-신세계건설, 업무시설은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태영건설이 톱3를 이뤘다.

원자력발전소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두산에너빌리티 순서로 기성액이 많았다. 화력발전소는 두산에너빌리티, 삼성물산, 포스코이앤씨 순서였고 열병합발전소는 SK에코엔지니어링, 두산에너빌리티, 롯데건설 순서였다. 

수력발전소는 현대엔지니어링만 기성액이 발생했다. 에너지저장·공급시설은 삼성물산,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이 1~3위를 차지했다.

쓰레기소각장은 두산에너빌리티, 하수종말처리장은 포스코이앤씨, 폐수종말처리장은 SK에코플랜트가 기성액이 가장 많았다.
 
[데스크리포트 8월] 우리 아파트 기둥 철근은 괜찮을까, 잠 못 이루는 사람들

▲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아파트 단지들의 모습. <연합뉴스>

◆ 비주택이 가른 상반기 건설사 실적

2023년 상반기 주요 건설사 실적이 엇갈렸다. 상반기 주택 인허가는 전년대비 27.2%, 착공은 50.9%, 분양은 43.0% 감소할 정도로 주택경기가 악화한 가운데 비주택부문이 선전한 회사들이 상대적으로 좋은 실적을 거뒀다.

상반기 건설사 영업이익 1~3위에는 시공능력평가 1~3위가 그대로 이름을 올렸다. 우선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상반기 영업이익 5970억 원으로 전년대비 92.6% 늘어나 1조 클럽을 향해 순항을 이어갔다. 

현대건설은 3971억 원, 대우건설이 3944억 원으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2~3위를 차지했다. 두 회사는 해외 대형 프로젝트 등에 힘입어 전년 대비 상반기 영업이익이 각각 14.5%, 28.2% 증가했다.

세 회사는 매출 성장세도 뚜렷했다. 삼성물산은 반기 매출 9조3510억 원으로 46% 증가했고 현대건설(13조1944억 원), 대우건설(5조8795억 원)도 각각 35.7%, 28.2% 늘어났다.

반면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의 충격이 컸던 GS건설은 9년 만에 적자를 피해지 못했다. GS건설은 매출은 29.2% 증가한 7조77억 원을 기록했지만 재시공 비용 5500억 원을 반영한 영업손익은 2550억 원 적자로 집계됐다.

DL이앤씨도 매출은 3조820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6% 늘었다. 하지만 추가 원가반영 등 부진한 주택사업 탓에 영업이익이 37.8% 감소한 1620억 원에 그치며 시장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했다.

포스코이앤씨는 매출 4조9550억 원, 영업이익 1110억 원을 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7.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났다. 건축사업에서 개발부담금 등 추가 원가로 수익성이 둔화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매출 2조85억 원, 영업이익 558억 원을 냈다. 매출은 22.1%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흑자로 전환했지만 시장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외주주택 이익률이 크게 감소하면서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0분의 1도 안되는 57억 원에 그쳤다.

국내 주택시장이 둔화하고 수익안정성도 떨어지면서 건설사들은 해외 대형 프로젝트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 해외 수주 성과가 다소 부진했던 곳들은 물론 상반기 해외에서 수주잔고를 넉넉히 채운곳들도 마찬가지다.

상반기 해외수주 1위에 오른 삼성물산은 연초에 세운 수주목표 13조8천억 원을 19조9천억 원으로 올려잡았다. 상반기에 연간 해외수주 목표를 이미 달성한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역시 하반기에 사우디·이라크 등 전략지역에서 추가 수주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반기에 발주가 예상되는 해외 프로젝트 가운데 건설사들이 공들이고 있는 사업이 적지 않아 얼마나 수주 성과를 낼지 주목받는다.

3분기에 사우디 네옴시티 터널C, 인도네시아 석유화학단지(CAP2), 미국 텍사스 LNG액화플랜트 등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4분기에는 인도 화공플랜트(MEG), 이라크 알포항·해군기지, 사우디 아미랄 폴리부텐, 사우디 파드힐리 가스플랜트, 사우디 리야스 천연가스플랜트 등의 발주가 전망된다.

이 외에도 하반기에 사우디 자푸라2, 아랍에미리트(UAE) 하일앤가샤·LNG터미널, 터키 바이폴 등에서 수주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디모데 정책&건설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