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총회 주최국 UAE는 온실가스 배출 줄일 생각없다, 가디언 내부문서 폭로

▲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화석연료 감축 계획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디언에서 입수한 내부문서에 따르면 화석연료 감축에 관한 내용은 일절 언급돼 있지 않았다. 사진은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시에 위치한 아부다비 국영 석유회사(ADNOC) 본사 건물.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유엔 기후총회 주최국인 아랍에미리트(UAE)가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계획이 없다는 문건이 나왔다.

온실가스 저감 등 각국의 기후 행동을 이끌어내야 하는 기후총회 주최국이 기후총회를 화석연료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산업박람회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1일(현지시각) 가디언은 아랍에미리트 정부 내부문서를 입수해 확인한 결과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는 화석연료 감축 계획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가디언에서 입수한 3페이지 길이의 문서는 아랍에미리트가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주최국으로서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와 설명 등을 담고 있었다.

여기에는 돈세탁부터 예멘 전쟁범죄, 정치범, 감시 및 스파이, 성소수자 공동체, 표현의 자유, 여성의 권리, 인신매매까지 광범위한 주제가 담겼다. 

하지만 문서 어디에서도 화석연료의 '감축 계획'은 다뤄지지 않았다.

유일하게 화석연료를 언급하는 부분은 “아랍에미리트는 차세대 에너지 체계 건설을 선도하고 있으며 화석연료의 탄소 배출 농도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라는 짧은 문구뿐이었다. 친환경 에너지 확대만을 강조한 것이다. 

내부문서에 따르면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는 2016년 이후로 온실가스 배출 추적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서는 친환경 에너지 생산을 늘리는 등 기후대응책을 확대한다고 언급하면서도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은 오히려 2030년까지 증가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었다.

2020년 기준 세계은행 통계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의 1인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tCO2eq(이산화탄소환산톤)에 이른다. 한국(11톤)의 두 배에 가깝다.

언론 통제 우려가 있는 문구도 들어 있었다. 언론을 상대할 때 정부에서 승인한 ‘전략적으로 선별된 답변’만을 사용하도록 규정한 부분이다.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이전에도 ADNOC에 COP28 사무국 업무와 관련한 이메일 접근 권한을 부여하고 가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만드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

파스코 사비도 기업유럽관측소 연구원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이 문서가 사실이라면 유엔 기후 대화는 기후 행동을 위한 회담이 아니라 화석연료 업계의 산업박람회나 다름없다”며 “(아랍에미리트는) 우리 모두를 기후재앙으로 이어지는 죽음의 소용돌이로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아랍에미리트 정부 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