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IT 시장 보릿고개 넘어, 장덕현 고객과 제품 다변화 전략 통했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실적 반등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전장부품으로 사업 중심축을 옮기면서 고객사 다변화와 제품 라인업 확대에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기가 IT시장 침체라는 보릿고개를 넘으며 2분기 실적을 선방했다.

장덕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이 중국 스마트폰 업체로 고객사를 넓히고 전장부품으로 중심축을 옮긴 경영전략이 통한 것으로 분석된다.

1일 삼성전기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장 사장은 올해 하반기에 자동차 전장(전자장비)에 들어가는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실적 반등의 기회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의 신제품 출시로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와 카메라모듈 등의 공급을 확대하며 실적 방어에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을 전반적으로 살펴볼 때 성장폭이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사업 중심축을 옮길 필요성이 크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시장이 올해 3분기부터 성장세로 돌아서겠지만 전체적으로는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고 스마트폰 교체주기가 장기화됐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장 사장은 스마트폰 시장의 구조적 저성장을 누구보다 빠르게 인식하고 꾸준히 전장부품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제품 다변화와 고객사 확대에 힘을 쏟았다.

특히 전장용 MLCC와 파워인덕터와 같은 전자소자로 제품을 다변화해 실적 방어에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기의 전장용 MLCC 비중은 2021년 기준으로 전체 매출 가운데 한자릿수 후반대 수준이었지만 장 사장은 지속적 라인업 확대를 통해 고객사를 확대해 현재는 2021년보다 2배 이상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장 사장은 파워인턱터의 경우에도 지난해 말 관련 조직인 ‘전자소자팀’을 ‘전자소자사업팀’으로 격상하면서 전장부문에 공을 들여왔다.

파워인덕터는 배터리로부터 들어오는 전력을 자율주행 정보를 처리하는 반도체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부품으로 전기차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다.

전자장치 회로에 전기가 일정하고 안정적으로 흐르도록 제어하는 댐과 같은 역할을 하는 MLCC와도 비슷해 보이는데 전압조절을 하는 MLCC와 달리 파워인덕터는 전류를 조절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장 사장은 보도자료에서 “파워인덕터는 자율주행 및 전기차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급격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업분야”라며 “삼성전기는 그동안 쌓아온 소재와 기판 기술을 융합해 파워인덕터를 ‘제2의 MLCC’로 육성할 것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기 IT 시장 보릿고개 넘어, 장덕현 고객과 제품 다변화 전략 통했다

▲ 삼성전기가 개발한 파워인턱터 모습. <삼성전기>

전장용 부품은 스마트폰 부품에 비해 높은 안정성과 기술력을 필요로 해 일반적으로 가격이 더 높게 책정돼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여서 올해 2분기 실적 방어에도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장 사장은 카메라모듈 사업에서도 전장 비중을 늘려 안정적 실적 기반을 닦을 채비를 하고 있다.

전장용 카메라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의 고도화로 고화소 센싱 카메라 수요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유안타증권 자료에 따르면 차량용 카메라 모듈 출하량은 2022년 2억2600만 개에서 2025년 5억3천 만 개로 2배 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장용 카메라 모듈 시장을 금액 측면에서 살펴보면 2023년 43억 달러(약 5조6천억 원) 규모에서 2027년에는 90억 달러(약 11조5천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장 사장은 전장용 부품으로 제품을 다변화할 뿐만 아니라 IT와 모바일 분야에서도 고객사 다변화를 추진해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을 펼쳐왔다.

삼성전자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40%대 선에 이르는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 기업들로 고객사를 넓힌 것이다.

모바일 부품 고객 다변화 경영전략 역시 올해 2분기 실적 선방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전기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2205억 원, 영업이익 2050억 원을 거뒀다. 2022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0%, 영업이익은 43% 줄었지만 경쟁사인 LG이노텍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선전한 것으로 분석된다.

LG이노텍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9072억 원, 영업이익 184억 원을 거뒀다. 2022년 2분기보다 매출은 5.5%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93.7%나 급감했다.

경기침체에 따른 IT수요 감소라는 공통된 경영환경 속에서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영업이익을 가른 가장 큰 원인으로 고객사 다변화 여부가 꼽힌다.

장 사장은 삼성전기의 사업 방향성의 중심에 전장부품 사업을 두는 경영전략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올해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향후 성장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고부가 전장제품 사업 비중을 높여나가려고 한다”며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등 신규 시장 및 고객발굴 활동을 지속해 안정적 실적기반을 만들어나가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