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하반기 실적 반등 전망, 김준 카본투그린 전략 투자금 걱정 없다

▲ SK이노베이션의 실적이 부진을 털고 3분기부터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얻고 있는 가운데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카본투그린(Carbon to Green)' 전략, 특히 친환경 신사업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사진은 김 부회장이 3월30일 제16기 정기 주주총회를 진행하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SK이노베이션이 석유와 배터리 사업의 동반 실적 상승에 힘입어 3분기부터 분기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할 것이라는 전망을 얻고 있다.

현금 창출력 강화는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부회장이 ‘카본투그린(Carbon to Green)’ 전략을 실행하는 데 든든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앞으로 3년 동안 암모니아, 폐기물 자원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등 친환경 신사업에 1조 원 이상 투자할 예정이다.  

31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영업적자가 1천억 원을 넘어섰는데도 향후 실적 관련 긍정적 전망을 주로 얻고 있다.

이날 SK이노베이션 분석 보고서를 내놓은 증권사 8곳 가운데 4곳이 SK이노베이션 목표주가를 높여 잡았다. 3곳은 유지, 1곳은 하향 분석을 내놨다.

분석보고서들은 공통적으로 SK이노베이션이 현재 주력인 석유 사업과 미래 주력이 될 배터리 사업에서 모두 실적을 개선해 이익체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의 분기별 연결기준 영업이익 전망치는 3분기 5852억 원, 4분기 7174억 원이다. 2분기 잠정치(영업손실 1068억 원)을 곧바로 대폭으로 회복하는 것이다.

연간 기준으로 보면 올해 SK이노베이션의 영업이익 예측치는 1조8135억 원이다.

이런 기대를 반영하듯 이날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직전 거래일인 28일보다 13.98% 오른 21만6천 원에 거래를 마쳤다.

우선 SK이노베이션의 실적 전망이 밝게 예측되는 데는 현재 실적 기여도가 가장 높은 석유사업 업황이 좋아지고 있는 것이 주요 근거다.

유가와 정제마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정책이 마무리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감 속 글로벌 원유 수요 상승 전망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전유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정유업황은 글로벌 수요 부진 탓에 우하향 추세를 보였지만 하반기 중국과 인도의 내수가 회복됨에 따라 상승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내 정유사들의 수입 원유 가격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 가격은 28일 기준 배럴당 85.00달러까지 상승했다.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2분기 평균 배럴당 108.1달러에서 하향곡선을 그리며 올해 2분기 평균 77.8달러까지 하락했는데 최근 오름세를 보인 것이다.

이에 정제마진도 7월 넷째 주 기준 배럴당 8.9달러까지 높아졌다. 정유사들의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5달러를 밑돌던 2분기와 비교하면 이익을 낼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왔다.

배터리 사업 실적 전망도 좋아지고 있다. 만년 적자를 보던 자회사 SK온은 배터리 사업에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수혜를 발판으로 본격적 수익성 개선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김도현 SK증권 연구원은 “SK온은 올해 하반기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수혜분 반영에 따라 큰 폭의 영업이익 증가가 기대된다”며 “수율(양품 비율)과 가동률 역시 추가적으로 개선될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SK온은 2분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 수혜분 1670억 원이 반영되며 출범 뒤 최소 영업손실인 1315억 원을 기록했다. 증권업계에서는 SK온 영업이익에 기여하는 AMPC가 3분기 1800억 원, 4분기 2200억 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SK이노베이션의 이익체력, 즉 현금창출능력 강화는 김 부회장의 '카본투그린' 전략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은 SK그룹의 에너지·배터리 부문 중간 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을 이끌며 ‘카본투그린’ 전략 실행을 위해 다양한 친환경 사업 분야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카본투그린은 탄소 중심에서 친환경 중심의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으로 탈바꿈하겠다는 SK이노베이션의 핵심 경영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6월 결정한 SK이노베이션의 1조180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4천억 원 이상을 친환경 관련 투자(타법인증권취득자금)에 활용한다고 발표했다.

또 20일 발간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보고서’에서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친환경 신사업에 모두 1조790억 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김 부회장은 친환경 사업으로 암모니아, 폐기물 자원화,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관련 사업의 투자를 준비하고 있는데 SK이노베이션은 28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이 분야들에 향후 투자계획을 상세히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했다.
 
SK이노베이션 하반기 실적 반등 전망, 김준 카본투그린 전략 투자금 걱정 없다

▲ SK이노베이션은 지금까지 모두 8천만 달러(약 1천억 원)을 투자한 암모니아 기반 수소연료전지 스타트업인 아모지에 추가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사진은 아모지가 올해 초 세계 처음으로 암모니아를 동력원으로 시험주행하는 데 성공한 트럭. < SK이노베이션 >

암모니아 관련 사업에서는 암모니아 사업 기반을 구축하고 암모니아 활용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투자한 아모지와 협력 관계를 넓힌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아모지는 암모니아 기반 수소연료전지 스타트업으로 수소와 질소 화합물인 암모니아를 연료전지 연료로 사용해 탄소배출 없이 동력을 발생시키는 기술을 지니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6월과 올해 3월 두 차례에 걸쳐 모두 8천만 달러(약 1천억 원)를 아모지에 투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콘퍼런스콜에서 “아모지는 현재 연구개발 단계에 있지만 2025년도에 상업화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라며 “이 공장 건설에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폐기물 자원화 기술 확보를 위해서도 기투자한 미국 펄크럼 바이오에너지에 추가 자금 투입을 고려한다.

펄크럼 바이오에너지는 미국에서 생활폐기물로 합성원유(석유 이외의 자원에서 인공적으로 만든 액체연료)를 만드는 공정을 최초로 상업화한 기업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7월 펄크럼 바이오에너지에 2천만 달러(약 260억 원)을 투자했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상장 전 지분투자(Pre-IPO) 단계에 있는 펄크럼 바이오에너지는 추가 프로젝트(공장 건설)를 진행하고 있는다”며 “이 프로젝트에 합작법인 형태로 참여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 분야에서는 올해 안에 기술확보나 사업개발을 위한 투자 실행을 검토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관련 기술 보유 기업을 향한 지분 또는 연구개발 역량 확보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놓고 투자 계획을 저울질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6월 유상증자 결정 뒤 주주서한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은 카본투그린 혁신의 과정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친환경 사업구조로 전환을 가속하기 위한 역량 확보에 박차를 가해 미래 에너지영역에서의 확고한 지위를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