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버려진 땅에서 롯데몰웨스트레이크로, 신동빈 13년간의 우여곡절

▲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사진)이 28일 프리오픈(사전 개장)했다. 애초 롯데그룹의 프로젝트가 아니었던 이 사업은 10년 동안 기초공사만 돼 있는 채로 방치돼 있었지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의지 덕분에 드디어 빛을 보게 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수많은 우여곡절을 딛고 베트남 하노이에 대규모 복합쇼핑몰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를 열었다. 

롯데쇼핑과 롯데호텔과 롯데월드, 롯데컬처웍스 등 롯데그룹을 대표하는 계열사를 총동원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드디어 완성된 것이다.

첫 삽을 뜰 때로부터 오픈까지 13년이나 걸린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 신 회장이 추진해온 ‘신남방정책’의 상징이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베트남 현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이날 베트남 하노이시 떠이호구 신도시 상업지구에 문을 연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는 현재 하노이에서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상업시설 가운데 총 투자금액이 가장 많은 시설이다.

롯데그룹이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에 투자한 금액은 모두 6억 달러다. 애초 2016년 말 이 사업권을 인수할 때 베트남 하노이시에 제출했던 투자 예정 금액은 3억 달러였지만 프로젝트 규모를 2배로 키웠다.

현재 환율로 따지면 약 7700억 원이다. 롯데쇼핑이 올해 백화점부문에만 모두 3800억 원가량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규모가 단일 프로젝트에 투입된 것이다.

이는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가 롯데그룹에게 매우 중요한 프로젝트였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0년째 버려진 땅에서 롯데몰웨스트레이크로, 신동빈 13년간의 우여곡절

▲ 사진은 28일 사전 개장한 베트남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 <롯데쇼핑>

롯데쇼핑은 27일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가 28일 사전 개장(프리오픈)한다는 소식을 보도자료로 전하며 “유통을 비롯해 관광, 레저, 건설 등 롯데 계열사의 역량이 총동원된 대규모 프로젝트다”며 “단지 연면적은 축구장 50개를 합한 규모인 약 35만4천㎡(약 10만7천 평)로 현지 유통시설 가운데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 프로젝트가 결실을 맺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우선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의 사업 주체는 애초 롯데그룹이 아니었다.

인도네시아 시푸차그룹과 베트남 UDIC의 합작회사인 남탕롱도시개발은 2010년 ‘시푸차하노이몰’이라는 이름으로 대형 복합쇼핑몰을 만들려고 했다. 1200개의 상점과 48개의 레스토랑 및 카페, 8500㎡ 크기의 슈퍼마켓, 12개의 와이드스크린이 있는 영화관 등이 총망라돼있었다.

남탄올도시개발은 당시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시푸차하노이몰이 베트남 수도인 하노이에서 가장 큰 쇼핑 단지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현지 부동산 시장이 악화하면서 이 프로젝트는 난항에 빠졌다.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탓에 프로젝트는 첫 삽을 뜬 지 5달 만에 중단됐다.

남탄올도시개발이 공사를 재개하기에는 프로젝트의 규모가 워낙 컷던 터라 기초시공만 돼 있는 채로 버려진 땅처럼 방치돼 있었다.

6년여 동안 새 주인을 찾지 못하던 프로젝트가 재개될 희망을 보인 것은 2016년 말이다. 롯데그룹에서 이 쇼핑몰 건설 사업권을 인수하겠다는 뜻을 전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롯데그룹이 중국에서 사드보복을 받고 있던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움직임이라고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봤다.

롯데그룹은 2016년 기준으로 중국에 계열사 24곳을 진출시켜놓고 있었다. 그동안 투자한 금액만 10조 원이 넘었을 정도로 힘을 줬던 해외 국가 가운데 하나였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사드 배치를 선언한 2016년 9월 이후 중국 정부에서 한국 회사에 대한 강도 높은 보복 조치를 시행하면서 롯데그룹은 직격탄을 맞았다.

피해가 컸던 대표적 회사는 바로 롯데마트다. 당시 롯데마트는 중국에서만 매장 112곳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중국 정부가 소방과 위생 등의 각종 점검을 실시해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탓에 롯데마트는 사실상 문을 닫은 상황이었다.

신동빈 회장으로서도 뾰족한 수를 찾을 수 없었다. 한국과 중국 정부의 갈등에 따른 외부 변수였던 만큼 롯데그룹이 나서서 사건을 수습할 수 없었다는 뜻이다.

결국 신 회장이 눈을 돌린 곳은 베트남이었다. 기존에도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사업에 힘을 쏟고 있었지만 앞으로 더 집중적으로 투자하자는 쪽으로 롯데그룹의 해외사업 방향을 설정했다. 이는 신동빈 회장의 ‘신남방정책’으로 불렸다.

롯데그룹이 2016년 말 하노이 쇼핑몰 건설 프로젝트를 구체적으로 얼마에 인수했는지는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투자 자본을 하노이시 정부에 3억 달러라고 등록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그룹은 이후 이 자본 규모를 6억 원으로 증액했다.
 
10년째 버려진 땅에서 롯데몰웨스트레이크로, 신동빈 13년간의 우여곡절

▲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는 이 사진처럼 10년 째 기초공사만 진행된 채 버려진 빈 부지였다. 롯데그룹은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2020년 초에야 비로소 건물을 올릴 수 있었다. <베트남타임즈>

하지만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여러 어려움이 많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자산개발은 2017년 상반기에 쇼핑몰을 착공해 2020년에 문을 열겠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새 방향으로 프로젝트가 추진되면서 하노이시 정부의 개발 규제 등에 부딪혔다. 저층 건축 지역으로 계획돼 있는 떠이호구 지역의 도시계획에 위배돼 설득 과정을 거치기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신동빈 회장도 베트남에 출장을 갈 때마다 틈나는 대로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 건설 현장을 점검하며 사업을 챙겼고 결국 2020년부터 공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사업 부지가 방치된 지 10년 만의 성과였다.

물론 이후 과정도 순탄하지는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공사가 3개월 동안 중단되기도 했다. 일하던 노동자 4200여 명이 공사 현장을 떠났던 탓에 공사를 재개한 뒤에도 일할 사람을 구하는 데 애를 먹었다.

원자재 가격 인상도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 건설에 부담을 줬다. 롯데건설은 자잿값을 예의주시하며 그때그때 싸다고 판단하는 시점마다 조금씩 사들이며 원가를 절감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첫 삽을 뜬지 13년 만인 이날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의 사전개장이 이뤄진 것이다.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 완공을 앞두고 현지에서도 상권 활성화 등에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베트남 현지 언론 카페에프에 따르면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 주변의 사무실과 주택의 임대료가 약 20% 상승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규모 상업시설에 따른 집객 효과에 현지인들도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롯데몰웨스트레이크하노이는 28일 프리 오픈으로 일부 상업시설 운영에 들어간 뒤 9월22일 정식 개장(그랜드 오픈)한다. 이 시설이 정식 운영에 들어가면 앞으로 롯데그룹의 신남방정책을 상징하는 중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