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미리 보는 네옴시티, 170km 더라인에 담긴 사우디의 꿈

▲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네옴전시회 '디스커버네옴' 전시회장.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여기에 650조 원이 들어간데 엄청나, 옆에 젊은 사람이 하는 거 보고 우리도 해볼까?”

170km 길이에 이르는 더라인 조감도를 볼 수 있는 조종기를 다루는 사이 옆 노부부는 이렇게 말하며 전시회를 둘러봤다. 건설업계 관계자뿐 아니라 직업이나 세대를 막론하고 일반 대중 사이에서도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프로젝트를 향한 관심이 그만큼 높아 보였다.

국토교통부와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은 26일부터 8월3일까지 9일 동안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네옴전시회 ‘디스커버네옴’을 진행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유럽이 아닌 곳에서 전시회가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A1 입구에 들어서면 온라인신청을 접수한 참석자들이 들어갈 수 있다. 넓은 전시관에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이 제시하는 미래 비전이 담겼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170km 길이의 더라인을 중심으로 대형 디스플레이에서 네옴 프로젝트를 설명하는 동영상이 흘러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한국에서 미리 보는 네옴시티, 170km 더라인에 담긴 사우디의 꿈

▲ 길이 170km, 폭 200m에 이르는 더라인의 내부 구조 모형물. <비즈니스포스트>

네옴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에서 ‘사우디비전2030’을 실현시키기 위한 핵심 프로젝트다. 비전2030은 석유부문 의존도를 줄이고 외국인 직접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경제 개발목표다. 

무함마드 빈 살만 알사우드 왕세자는 2017년 10월24일 미래 투자회의에서 네옴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프로젝트는 높이 500m 길이 170km의 직선형 도시 ‘더라인’, 해상에 떠있는 물류단지 ‘옥사곤’, 2029년 동계아시안게임 개최가 예정된 ‘트로제나’, 2024년 완공 목표인 인공섬 리조트 신달라 등으로 구성된다. 

동영상은 기후위기에 대응해 자연을 보전하면서 도시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를 선명하게 제시했다. 네옴프로젝트를 대표하는 더라인의 폭은 200m 수준으로 좁은 면적에 개발을 집중해 자연을 해치는 일을 최대한 막는다는 계획이 담겨있다. 
 
한국에서 미리 보는 네옴시티, 170km 더라인에 담긴 사우디의 꿈

▲ 더라인 내부를 볼 수 있도록 조종기를 통해 디스플레이를 조종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전시장에는 좁고 긴 더라인의 내부를 꼼꼼히 볼 수 있도록 조종기를 통해 위, 아래, 양옆을 조망할 수 있도록 시스템이 마련됐다. 내부 정원과 함께 양쪽 기둥으로 이동할 수 있는 브릿지(다리)도 보였다.

전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시물 역시 한 가운데 위치한 더라인 모형이었다. 양 옆 홍해를 끼고 배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도 구현됐다. 더운 날씨였으나 외국인들도 전시장을 찾아 전시물을 살피고 영상을 챙겨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다만 더라인 이외 옥사곤, 트로제나, 신달라 등은 구체적 조감도와 설계가 나오지 않아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에서 미리 보는 네옴시티, 170km 더라인에 담긴 사우디의 꿈

▲ 26일 네옴전시회에 사전등록을 마친 참석자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은 900만 명의 정주 인구, 300만 개의 일자리, 연 1천만 명의 관광객, 100% 재생에너지로 돌아가는 도시로 2050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재정문제와 현실성을 들어 프로젝트 추진의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현재 네옴 관련 공사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4월까지 총 사업비 5천억 달러 가운데 267억 달러 규모의 공사가 발주됐고 공정률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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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옴전시회에 전시된 해상 물류단지 옥사곤(왼쪽)과 해상 고급리조트섬 신달라 모형. <비즈니스포스트>

사우디아라비아가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동력이 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 석유화학플랜트를 제외한 교통, 인프라 등의 사업은 대금지급, 공사 지연 위험이 큰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왕정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의미의 미스터 에브리띵(Mr. Everything)으로 불리는 빈 살만 왕세자가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만큼 결과를 기대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프로젝트 가운데 속도가 가장 빠른 프로젝트는 신달라 섬으로 2024년 개장이 목표다. 이미 포시즌스 호텔 등 호텔 체인과 계약이 모두 끝난 것으로 알려졌다.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개최가 예정된 트로제나도 경기장과 숙박 시설을 갖추려면 사업이 빠르게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에서 미리 보는 네옴시티, 170km 더라인에 담긴 사우디의 꿈

▲ 더라인 도시의 시작 지점 홍해에 유람선 등의 배들이 정박해 있는 모습이 구현된 모델을 전시 참가자들이 보고 있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우리기업들도 사우디아라비아 시장 개척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은 2022년 6월 컨소시엄을 이뤄 그리스 아키로돈과 함께 더라인 터널공사를 수주했다. 

이어 후속 더라인 후속공사인 스파인프로젝트(A,B) 등에 나섰다. 또한 네옴 커넥터(더라인-옥사곤 연결철도)와 스파인을 연결하는 델타JCT 인프라사업도 노리고 있다.

대우건설도 옥사곤 물류기지의 중심인 두바(Duba) 항구 2단계 확장공사(5억 달러) 입찰에 참여했다. 

전시회 개막 전날인 24일에는 네이버랩스, 현대엘리베이터, 수자원공사를 포함한 100여 곳의 한국기업·기관이 네옴 관계자들을 만나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로드쇼도 진행됐다. 
 
한국에서 미리 보는 네옴시티, 170km 더라인에 담긴 사우디의 꿈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네옴 전시회 로드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로드쇼에서 나드미 알나스르 네옴 최고경영자(CEO)는 “네옴 1단계가 2030년 완료되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이 프로젝트가 얼마나 현실적이며 사업성 있는 사업인지 알려줄 수 있을 것이다”고 네옴 실현 가능성을 의심하는 목소리를 두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네옴 프로젝트 성공을 기원하며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협력이 한 차원 더 강화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