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왼쪽)이 김동석 르노코리아 노조위원장과 2023년 2월27일 부산공장에서 열린 '노사 화합 협약식'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르노코리아>
내수 부진에 수출 운임비 증가가 겹쳐 상황은 어렵지만 내년부터 신차 출시와 미래차 투자 가능성이 나오고 있는 만큼 드블레즈 사장은 ‘미래 먹거리’를 제시하며 노조에 상생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르노코리아 노사의 2023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부결되면서 다시 협상을 진행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아직까지 새로운 합의안 도출을 위한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르노코리아 노사는 올해 5월15일 국내 완성차업계에서 가장 먼저 상견례를 시작해 6차 교섭 만에 2023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21일 진행된 잠정합의안 찬반투표에서 찬성이 47.4%로 과반을 넘기지 못하면서 합의안은 부결됐다.
부결된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10만 원 인상, 올해 타결 일시금 250만 원과 생산성 격려금 약 100만 원, 노사화합 비즈포인트 20만 원 지급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재협상을 통해 격차를 좁힐 여지는 남아 있다. 드블레즈 사장이 취임한 이후 노사 관계가 좋아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올해 첫 잠정합의안 도출까지 이전 르노코리아 노사 관계와 달리 무파업으로 빠르게 합의점을 찾고 있다.
사실 2018년 이후 르노코리아 노사는 임단협 과정에서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회사는 직장폐쇄로 맞서며 노사 관계가 한 치 양보 없는 분위기로 흘러왔다.
하지만 드블레즈 사장이 취임했던 지난해에는 4년 만에 무파업으로 임단협을 마무리하면서 노사 관계가 협력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
실제 드블레즈 사장은 2022년 3월 르노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한 이후 르노코리아 노조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노조가 설립됐던 2011년 이후 최고경영자 가운데 노조를 방문한 것은 드블레즈 사장이 처음이다.
이뿐 아니라 드블레즈 사장은 지난해 임단협에서도 노조와 상생을 강조한 바 있다.
드블레즈 사장은 2022년 9월 조인식에서 “이번에 이뤄낸 노사 상생의 결단이 르노코리아의 성공적인 미래를 만드는 굳건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며 "노사 간의 경쟁이 아닌 고객이 만족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시간과 노력을 더욱 집중하며 르노코리아의 향후 10년 먹거리를 결정할 오로라 프로젝트도 반드시 성공시키자"고 말했다.
물론 잠정합의안이 부결된 만큼 새 합의안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애초 르노코리아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14만7749원 인상과 일시금 600만 원을 요구했다.
기존 잠정합의안과 요구안 사이에 격차가 존재하는 셈이다.
▲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이 됐지만 다시 순탄하게 노사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드블레즈 사장으로서는 일시금 확대 등의 요구를 들어주기는 만만치 않다.
르노코리아가 판매 부진을 겪고 있는 만큼 비용을 늘리게 된다면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더 요원해질 가능성이 크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르노코리아는 국내외에서 자동차를 모두 6만4847대 판매하는데 그쳤다. 이는 2022년 1월부터 6월까지 판매량과 비교하면 14.8% 줄어들었다.
올해 국내 완성차 회사들이 판매량이 모두 늘고 있는 상황에서 르노코리아만 '나홀로 부진'을 겪고 있는 셈이다.
르노코리아는 내수 판매 부진과 함께 상반기 자동차 운반선 부족 등으로 수출길 확보에 고전을 겪으며 믿었던 수출 물량도 뒷걸음쳤다.
올해 5월 컨테이너선에 선적하는 방식을 도입하면서 한숨 돌렸지만 자동차 운반선 부족에 따라 운임비는 여전히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는 만큼 최대한 비용을 줄여야만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노조를 설득할 여지는 남아 있다.
내년에 신차 출시를 앞두고 있는 데다 전기차 생산 등을 위한 투자 가능성도 열려 있다는 점에서 노조의 협력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나온다.
르노코리아는 본사인 르노그룹에서 물량을 확보해야 일감이 생기는 만큼 신차 등의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르노코리아는 현재 ‘오로라(신차 프로젝트명)’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신차 출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이번 신차는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회사인 지리(Geely)그룹과 함께 개발한 하이브리드 중형SUV로 소형 라인업이 중심이었던 르노코리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기존에는 XM3 이후 신차 배정을 받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 오로라 프로젝트는 2024년 하반기를 시작으로 2026년까지 적어도 3개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는 신차 공백 우려가 기존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본사와도 긴밀히 소통하면서 미래 먹거리로 여겨지는 전기차도 생산할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
전기차 생산 라인까지 갖추게 된다면 노조도 추후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길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드블레즈 사장은 올해 6월 박형준 부산 시장 등과 르노그룹 본사를 방문해 귀도 학 르노그룹 부회장과 미래차 생산시설 투자계획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귀도 학 르노그룹 부회장은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은 그룹 내 중요한 생산거점”이라며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 연 20만 대 생산 규모의 전기차 생산설비를 위한 대규모 투자로 미래차 생산기지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