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위한 마지막 관문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최종보고서 발표가 다가오면서 오염수 방류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은 오염수 방류 이후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수산물 수입규제 철폐 요구에 더욱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여론을 고려해 수산물 수입을 무기한 연기했으나 우호적 한일 관계를 지향하는 만큼 일본의 압박이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가시화, 정부 수산물 수입규제 해제도 압박 전망

▲ 최종보고서를 전달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한 라파엘 그로시(왼쪽)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7월4일 도쿄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과 회담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4일 일본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만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검증한 최종보고서를 전달한다.

IAEA 최종보고서는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에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 담길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IAEA는 그동안 중간보고서에서 오염수 방류에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일본 원자력 규제위원회는 최종 보고서에 심각한 문제가 없으면 도쿄전력에 검사 합격증을 발부한다. 일본 정부는 이르면 올해 여름부터 오염수 방류를 실행에 옮길 것으로 관측된다.

오염수 방류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재개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다. 일본은 그동안 자국의 수산물 수입규제 철폐를 추진해 왔는데 이번 IAEA 최종보고서에 오염수 안전성에 관한 우호적 내용이 담기면 일본의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여러 나라들이 일본 수산물 수입규제를 없애거나 완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국은 6월29일부터 일본 후쿠시마산 식품 수입규제를 철폐했다. 대만도 올해 2월 후쿠시마를 포함한 일본 5개현에서 생산된 식품의 수입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영국과 대만은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 가입 신청하면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허용해 달라는 일본의 요구를 들어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앞서 2021년 미국 식품의약품국(FDA)에서 일본 후쿠시마산 농수산식품에 대한 수입 규제를 해제했다.

이로써 주요 국가 가운데 현재까지 일본 수산물 수입을 규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중국, 유럽연합(EU)이 남은 상황이다.

다만 EU는 최근 일본 수산물 수입규제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13일 브뤼셀의 EU 본부를 방문하기 전까지 EU 가맹국에게서 규제 철폐안을 승인받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EU 농업 담당 집행위원인 야누시 워저호스키는 3일 일본 마이니치 신문과 인터뷰에서 “앞으로 몇 주 동안 일본과 EU 쌍방이 납득할 수 있는 좋은 결론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규제 해제를 시사했다.

EU가 규제를 철폐하면 EU 규제를 기준으로 삼는 노르웨이나 스위스 등도 이를 따를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세계 각국이 일본산 수산물 수입 재개 움직임을 보이자 일본은 우리나라에도 규제 철폐를 강력히 요구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은 6월30일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산 수산물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규제와 관련해 “일본은 엄격한 안전 대책을 마련해 국내와 해외에서 유통되는 식품 모두 과학적인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음을 계속 정중하게 설명하고 규제의 조기 철폐를 강하게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은 하지 않겠다고 선을 긋고 있다. 오염수 방류가 일본 수산물 수입재개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가시화, 정부 수산물 수입규제 해제도 압박 전망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재옥 원내대표는 전날 박성훈 해수부 차관, 유국희 원자력안전위원장 등이 참석한 'IAEA 검증 결과 보고 후속 대책 간담회'에서 “국민들이 안심할 때까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이 정지될 것이라고 믿어도 좋다”고 말한 데 이어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도 “10년이고 100년이고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금지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규제 해제 분위기에 IAEA 보고서까지 더해지면 일본 정부의 압박에 대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정부여당이 그동안 IAEA 검증 결과를 ‘과학적 기준’으로 강조한 만큼 IAEA가 최종보고서에서 오염수 방류의 안전성을 담보할 경우 일본이 이를 오염수에 노출되는 후쿠시마 수산물 역시 안전하다는 근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우리 정부가 만약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찬성해버리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을 금지해왔던 논리가 완전히 사라져 버린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당정이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는 계속된다고 밝힌 것을 두고도 “지난 3월에는 '후쿠시마 수산물이 한국에 들어올 일은 결코 없을 거다'라고 했는데 어제는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무기한 금지하겠다'고 말이 바뀌었다"며 "내년 총선 때까지 금지할지 모르겠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정부는 오염수 방류와 수산물 수입은 별개의 사안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이마저도 지속되기 힘들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원내대책단 부단장을 맡고 있는 송기호 변호사는 비즈니스포트와 통화에서 “일본 관점에서 오염수 방류와 수산물 수입문제는 나눠지는 게 아니다”라며 “IAEA 최종보고서에 오염수 안전성이 담보되는 내용이 담기면 수산물 수입규제를 해제하라는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 변호사는 “우리나라가 사실상 오염수 방류를 허용하는 기조로 간 이상 (수산물 수입은) 일본 정부가 주도권을 갖게 된다”며 “우리가 다시 일본 바다에 방사능 오염문제가 있으니 수산물 수입을 안 하겠다고 주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때문에 IAEA 보고서 내용을 전달 받은 뒤 정부의 반응을 두고도 관심이 모인다.

박구연 국무조정실 1차장은 이날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관련 일일 브리핑에서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이 7일부터 9일까지 우리나라를 방문해 종합보고서 내용을 정부에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