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공석인 한국전력공사 사장 자리에 관료 아닌 정치인 출신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사회 현안으로까지 떠오른 전기요금 문제와 한전의 재정난 등으로 정치권의 바람이 강해진 데 따른 영향으로 읽힌다.
 
한전 사장 공백 한 달 후임자 안갯속, 총선 염두 정치인 출신 하마평 힘 받나

▲ 한국전력공사는 19일로 사장 공백 한달을 맞았다. 한전 안팎에서는 다음 사장 후보를 놓고 정치인 출신이 유력하다는 말이 나온다.


19일로 한전은 수장 공백 한 달째를 맞았다.

정승일 전 사장은 5월12일 한전의 재정건전화를 위한 자구안을 발표하면서 사퇴 의사를 밝혔고 정 전 사장의 사표는 같은 달 19일에 수리됐다.

한전은 조만간 새 사장 선임을 위한 공모 절차를 시작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전 안팎에서는 새 한전 사장으로 정치인 출신 인사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인사로는 김동철 전 의원과 김종석 대통령직속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이 꼽힌다.

김동철 전 의원은 산업은행에서 근무하다 정치권에 입문한 뒤 17~20대까지 4선 의원을 지냈다.

광주 출신인 만큼 열린우리당, 국민의당, 바른미래당, 민생당 등에서 주로 정치활동을 했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캠프에 합류해 특별고문 겸 새시대준비위원회 지역화합본부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맡았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각종 공직 인선에서 호남 출신 인사가 드물다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인 데다 한전 본사가 전남 나주에 있다는 점 등은 호남 출신 정치인인 김동철 전 의원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종석 위원장은 경제학자로 활동했던 인사로 국민의힘의 전신인 새누리당에서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내며 정치권에 발을 들였다. 20대 총선에 비례대표로 당선돼 한 차례 국회의원을 지냈다.

정치 입문 전 교수로 일할 때 한전의 비상임이사를 맡았던 경험이 있다.

한전 사장은 통상적으로 산업부 차관 출신이 맡아 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치권 출신 인사가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상황은 다소 이례적이다.

한전의 21대 사장인 정승일 전 사장을 비롯해 김종갑 20대 사장, 조환익 19대 사장 등은 모두 산업부 차관 출신이었다.

한전 사장으로 정치인 출신 후보가 유력하게 떠오르는 데는 최근 정치권의 바람이 더욱 거세진 한전의 사정이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한전은 핵심 자원인 전력의 공급을 맡고 있고 전체 자산 규모가 235조 원, 10개 자회사를 거느린 국내 최대 규모 공기업인 만큼 늘 정치권의 영향을 받는 곳이기는 하다.

하지만 지난해에만 32조6천억 원에 이르는 영업손실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으면서 정부와 여권의 정책 방향이 이전보다 더욱 중요한 변수가 됐다.

특히 한전이 재정난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발행한 31조8천억 원 규모의 한전채는 국내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협하면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공개적으로 “한전채 물량이 국내 채권시장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발언할 정도였다.

한전 영업손실의 주요 원인은 원가 보다 낮은 전기요금이지만 물가 상승률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정부와 여권으로서는 정치적 부담을 무릅쓰고 전기요금 인상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올해 3분기부터 총선이 있는 내년 1분기까지는 사실상 전기요금 동결이 유력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여당은 전기요금 인상보다는 한전을 향한 강도 높은 자구 조치 혹은 내부 개혁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한전 사장에게 이전보다 더 정치적, 정무적 역할이 요구되는 상황인 셈이다. 결과적으로 정부, 여당에는 정치인 출신 한전 사장을 더 선호할 가능성이 커진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18일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 조정계획을 놓고 “기본적으로 공공요금은 원가 상승 요인이 있다면 공공기관 자체에서 최대한 자체 흡수하면서 경영 효율화나 생산성 향상을 통해 원가 상승 부분을 최대한 흡수해 주는 노력이 제일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요금에 상승 요인이 있고 이를 한꺼번에 반영하면 국민 부담이 굉장히 커진다”며 “여러 기관, 시기에 분산해서 공공요금이 오르도록 함으로써 한꺼번에 각종 공공요금이 일시에 오르는 것을 조절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산업부 차관 출신 역시 여전히 유력한 한전 사장 후보군으로 꼽힌다.

정승일 전 사장이 물러난 직후부터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 박일준 전 산업부 차관 등 관료 출신 인사들은 유력한 사장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