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중국 투자규제 완화는 반도체 경쟁 '장기전' 전략

▲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투자 규제를 추가로 유예하는 일은 결국 미국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삼성전자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반도체공장.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반도체기업의 중국 투자제한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반도체 주도권 경쟁에서 '장기전'에 대비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삼성전자와 TSMC가 미국 이외 지역에 파운드리 투자를 늘릴 가능성을 견제하는 목적일 뿐 한국이나 대만, 중국 반도체산업에 실질적으로 큰 변화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아시아 주요 반도체기업에 중국 투자규제 수위를 낮추는 일은 합리적 결정으로 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지난해 10월 주요 동맹국이 중국 공장에 첨단 반도체 생산설비를 반입할 수 없도록 하는 고강도 수출규제를 시행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 중국에 공장을 운영하는 주요 반도체기업은 1년의 유예조치를 받아 계속 투자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올해 10월까지인 유예기간 만료가 가까워지면서 미국 정부는 기간을 1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 반도체사업에 큰 타격을 우려하던 한국 기업에도 숨통이 열리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바이든 정부의 이러한 결정이 전략적 선택이라고 바라봤다. 반도체 공급망의 현실적 측면과 한국 및 대만 정부의 입장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삼성전자 낸드플래시 생산량의 약 40%, SK하이닉스 D램 생산량의 40%와 낸드플래시 20% 가량을 차지하는 주요 생산기지에 해당한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매출처에도 해당한다.

TSMC 역시 다수의 반도체 파운드리공장을 중국에서 운영하며 현지 고객사 주문에 대응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중국에 반도체 생산 투자를 벌이기 어려워지면 향후 실적은 물론 국가 경제에도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미 중국공장에 수십억 달러의 비용을 들였다”며 “이러한 투자를 멈추는 일은 심각한 타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미국 정부가 이처럼 규제 유예를 결정한 더욱 큰 목적은 자국에서 추진하는 반도체 지원법의 성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TSMC는 현재 각각 미국 텍사스주와 애리조나주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인공지능 등 첨단 산업에 필수적인 첨단 미세공정 라인 도입이 예정되어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와 TSMC가 미국에 계획하고 있던 투자를 각각 한국과 대만, 또는 유럽에 확대할 가능성을 고려해 중국 투자규제 유예를 연장하는 것이라고 바라봤다.

반도체 지원법 시행 가이드라인에도 중국 투자 제한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된 만큼 이들 기업이 중국사업 차질을 우려해 미국 공장 건설에 소극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미국 정부의 규제 유예가 실질적으로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점도 중요한 배경으로 꼽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 기업이 어차피 중국에 첨단 반도체 시설 투자를 자제하고 있던 만큼 투자 제한을 적용하거나 완화하는 일은 큰 변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와 TSMC는 이미 중국에서 반도체기술 유출 등 가능성을 고려해 첨단 공정 투자를 원하지 않는다”며 “자국이나 미국에 투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결국 미국 정부가 강도 높은 투자규제를 적용한 뒤 유예기간을 1년씩 부여하며 타협에 나서는 일은 결국 반도체 공급망의 주도권이 미국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목적이라는 해석도 있다.

미국이 막강한 경제적 및 외교적 영향력을 통해 주요 반도체기업의 사업을 좌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점을 앞세워 여러 동맹국을 압박하는 전략인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중국과 반도체 산업에서 ‘장기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동맹국을 고려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 일이 결국 승리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