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브가 소속 아티스트에 AI기술을 접목하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BTS, 뉴진스 등 하이브를 대표하는 아티스트에게 확대 적용될 가능성도 나온다.
방시혁 하이브 이사회 의장이 팬플랫폼 위버스처럼 신사업 구축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9일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는 최근 신곡을 내며 등장한 아티스트 미드낫(MIDNATT)을 통해 하이브가 신사업 확장을 위한 테스트를 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미드낫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빅히트뮤직에 소속된 가수 이현씨와 AI기술이 융합돼 탄생한 아티스트다. 빅히트뮤직은 미드낫을 이현씨의 ‘새로운 자아’로 소개한다.
미드낫의 디지털싱글 'Masquerade'는 5월15일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인어, 베트남어 등 총 6개 언어로 전 세계 동시 발매됐다.
이번 노래에 적용된 기술은 AI오디오기업인 수퍼톤의 다국어발음교정 기술이다. 수퍼톤의 AI기술은 가수의 '어색한' 외국어 발음을 현지인의 발음으로 교정하는 역할을 한다.
하이브는 2021년 수퍼톤에 40억 원을 투자했고 올해 1월 450억 원을 추가로 투입해 총 490억 원으로 56.1% 지분을 확보하며 수퍼톤을 자회사로 편입했다.
미드낫의 곡에는 수퍼톤의 보이스 디자이닝 기술도 적용됐다. 이는 목소리 성별을 바꿔주는 기술로 미드낫의 음색은 노래 중간에 여성 목소리로 바뀌기도 한다.
하이브는 아티스트가 기술을 보조수단으로 활용해 다양한 음악적 표현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이브가 선보인 미드낫과 그 안의 AI기술은 방시혁 의장이 미래 핵심 사업으로 꼽은 분야다.
방시혁 의장은 최근 빌보드매거진 4월호 인터뷰에서 "인공지능기술은 하이브의 다음 핵심 전략 중 하나로, 인간만이 음악을 창조하는 존재로 남을 것이란 생각에는 전부터 의심을 품어왔다"며 "인간 아티스트만이 사람들의 욕구와 취향을 충족시킬 수 있는 시대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방 의장은 "수퍼톤의 기술은 단지 목소리를 흉내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 억양과 나이 등의 성질도 완벽히 모사할 수 있다"며 "녹음한 목소리에 특정 인물의 억양을 적용하면 다른 목소리로 만드는 식이다"고 수퍼톤의 기술을 소개했다.
하이브의 핵심 기술을 투입했지만 미드낫의 신곡 Masquerade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공개 이후 멜론 차트와 써클 차트에 진입하지 못했다.
하이브는 음악에 다양한 IT 기술을 접목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확장성을 높이고 대중들에게 새로운 음악 경험을 선사했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번에 선보인 AI 다국어발음교정과 보이스 디자이닝 기술은 앞으로 방탄소년단(BTS), 세븐틴, 뉴진스, 르세라핌, 투머로우바이투게더(TXT) 등 하이브의 주력 아티스트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하이브는 이에 대해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완전체 BTS가 없는 상황에서 BTS 목소리를 AI기술로 만들어 내 곡을 발표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일각의 우려와 별개로 기술적으로만 접근하면 활용 가능성은 충분하다. 다국어발음교정 기술을 고도화하면 글로벌 사업을 펼치는 전 세계 엔터테인먼트기업에 솔루션을 제공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하이브가 수퍼톤을 통해 단순히 자체 신사업 확보를 넘어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 선도자가 되고 싶어 한다는 시선도 나온다.
하이브가 국내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최초로 새로운 분야에 앞서 도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이브는 2019년 6월 팬플랫폼 위버스를 선보이며 플랫폼 사업을 시작했다.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 디어유는 그 다음해인 2020년 2월 버블을 출시했다. 엔씨소프트는 뒤늦게 팬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어 2021년 1월 유니버스를 내놨지만 후발주자로서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올해 초 SM엔터테인먼트에 해당사업을 양도했다.
하이브가 위버스를 통해 팬플랫폼 사업에 도전한 것은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방 의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방 의장은 2020년 10월15일 빅히트엔터테인먼트(하이브 전신) 상장기념식에서 “모두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계 최고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플랫폼 기업으로 힘차게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2021년 2천억 원과 위버스컴퍼니 지분 49%를 대가로 네이버의 스트리밍서비스 ‘브이라이브’를 양도받아 위버스의 덩치를 키웠다. 올해 3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을 포기하면서도 플랫폼 사업과 관련해서는 카카오에 기어코 협력 약속을 받아냈다.
BTS를 보유한 하이브는 음원시장에서 이미 세계적 기업에 올라섰다고 평가받는다. 위버스로 팬플랫폼 사업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만큼 새로 집중하기 시작한 AI기술 분야에서도 엔터테인먼트업계 선두주자로 올라설지 주목된다.
하이브는 AI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계속해서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영재 빅히트뮤직 대표는 5월15일 미드낫 신곡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하이브 전체 레이블을 대표해서 말할 수는 없고 빅히트뮤직 관점에서 말하자면 이번 프로젝트 결과가 좋게 받아들여질 경우 다른 아티스트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드낫의 신곡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하이브IM의 정우용 대표도 “기술솔루션을 담당하는 하이브IM을 별도 법인으로 설립한 것은 하이브가 음악과 기술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는 대표적 행보 중 하나”라며 “하이브IM은 미드낫 외에도 하이브 레이블의 아티스트, 여러 기술 스타트업과 협업 또한 열린 마음으로 검토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