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HMM이 1분기 '실적 선방'에 성공하면서 매각 변수 중 하나인 실적 우려를 일부 해소했다.

하지만 대규모 전환사채의 주식전환 가능성은 여전히 매각의 걸림돌로 남아 있다.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지분가치가 희석되는 만큼 원매자를 구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HMM '매각 변수' 실적 걱정은 일단 덜어, 김경배 전환사채 해결 과제는 여전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이 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채권단과 협상해 매각에 부담이 되는 전환사채의 처리 방안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재무적 성과를 달성한 김경배 HMM 대표이사 사장이 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 등 채권단과 협상해 현금상환 등 전환사채 문제를 해소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코로나19 특수가 끝나 운임이 하락한 상황에서도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냈다.

HMM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816억 원, 영업이익 3069억 원을 냈다. 지난해보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은 14.7%를 기록했다.

해운업 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2022년 상반기 4천 포인트대에서 올해 900포인트대로 내려왔는데도 준수한 수익성을 보인 것이다. HMM은 앞서 SCFI가 평균 900포인트대였던 2020년 1분기 영업손실 20억 원을 냈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리포트를 통해 "1분기 SCFI가 968.8포인트로 지난해보다 80.0% 하락해 매출의 감소는 불가피했다"며 "다만 분기 매출원가율은 80.7%로 방어해 체질 개선된 HMM의 이익체력을 입증했다"고 말했다.

김 대표의 경영전략에 힘입어 회사 수익구조가 상당히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HMM에 따르면 항로 합리화, 화물비용 축소 등 원가구조 개선 노력으로 컨테이너, 벌크 등 전 부문에서 모두 영업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다.

HMM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운임을 갖고도 이익을 내는 데 성공하며 매각 적기가 지났다는 의견에도 여전히 매력적 매물임을 드러냈다. HMM을 관리해온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최근 본격적으로 매각에 나섰다.

다만 HMM과 산업은행,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단기간에 원매자를 찾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적 우려가 일부 해소되면서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지닌 전환사채 문제는 더 부각되고 있어서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이 발행한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 총 2조6800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채권단이 주식전환권을 행사할 경우 HMM은 지분 희석을 피할 수 없다. 원매자가 막대한 금액을 지불하고 HMM 경영권을 인수해도 경영권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뜻이다.

HMM 시가총액은 19일 기준 약 9조 원이다. 원매자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 지분 총 40.65%를 인수할 경우 약 3조7천억 원이 필요하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해지면 매각 가격은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 이전에 전환이 청구되어도 문제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 양사의 HMM 지분은 총 71.68% 수준으로 오른다. 이 경우 지분가치는 약 6조5천억 원으로 원매자의 가격 부담이 커지는 것이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산업은행은 지분 매각을 통한 민영화를 서두르고 있으나 성공적인 지분 매각을 위해서는 192~197회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처리 방안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 제시가 필요하다"며 "영구채 해결없이는 원매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HMM의 선장인 김 대표에게 채권단과 협상을 통해 전환사채의 현금 중도상환 방안을 모색하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임기 첫날부터 전환사채 문제를 해결하라는 주주들의 성토를 들었다.

이에 올해 주주총회에서 "영구채 상환시기가 도래하면 상환을 시도해 불확실성을 줄이는 방향도 검토하겠다"며 "다만 채권단 입장이 있어 어떻게 진행될 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보유한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의 중도상환 콜옵션은 발행일로부터 5년이 지난 뒤 행사할 수 있다. 올해 9월 행사 가능한 물량은 1조 원 규모에 이른다. HMM은 유동성 자산 약 14조 원을 가지고 있어 상환에 따른 자금 부담은 적다.

시장에서는 김 대표가 채권단과 입장을 조율해볼 여지가 충분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2021년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HMM 전환사채의 현금 중도상환을 거절하고 주식전환권을 행사했을 때와 상황이 다소 바뀌었기 때문이다.

당시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은 "전환사채의 주식전환은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할 때 당연한 사항이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전환권을 행사한 2021년 6월 HMM 주가는 4만 원대였고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행사한 10월에는 3만 원 안팎이었다. 하지만 현재 주가는 이보다 훨씬 낮아져 있다. 18일 종가 기준 HMM의 주가는 1만8280원에 그친다.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주식전환에 나서도 전보다 수익성이 줄어드는 셈이다.

무엇보다 산업은행은 HMM의 매각을 공식화하고 올해 3월 매각 관련 자문기관 선정을 마쳤다. 전환사채 부담이 매각을 지연시킬 수 있는 만큼 중도상환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도 지난해 "공공이 해운사업을 계속할 수 없다"며 민영화 의지를 드러냈다.

산업은행이 2022년 아시아나항공의 전환사채 1291억 원 중도상환 요청을 수용한 사례도 HMM 전환사채의 현금 중도상환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당시 아시아나항공은 이자비용을 줄이기 위해 상환을 요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매각 진행 상황과 전환사채 처리에 관한 질문에 "관계기관 및 자문단과 충분한 논의를 거쳐 매각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이후 추가된 내용은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전환사채 문제 해결을 위해 채권단과 논의를 지속하는 한편 HMM 실적을 더욱 개선해 매물로서 매력을 높이는 데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2026년까지 약 15조 원을 투자하는 중장기 전략을 내놓은 뒤 실행에 옮기고 있다. HMM의 주요 사업인 컨테이너선은 선복량을 120만TEU(20피트 컨테이너 적재량단위)로 확대한다. 벌크선은 수를 2배가량 늘리기로 했다. 환경규제 변화에 대응해 LNG(액화천연가스)선과 친환경 연료 기반의 선박 확보에도 나선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