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이 올해 들어 여러 차례 해외 출장에 나서는 등 바삐 움직이며 나름의 경영 성과도 거뒀지만 결과 측면에서는 다소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전통 에너지사업에서 일감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인데 박 회장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소형모듈원전, 가스터빈, 풍력발전 등 성장사업에서도 본격적 수주 성과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 1분기 호실적은 자회사 덕, 본업 성과 미흡한 건 아쉬워

박지원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회장이 올해 들어 여러 차례 해외 출장에 나서는 등 바삐 움직이며 나름의 경영 성과도 거뒀지만 결과 측면에서는 다소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10일 증권업계와 에너지설비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두산에너빌리티가 올해 1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90% 넘는 영업이익 성장률을 보였지만 본업에서 성과가 실적으로 입증됐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란 평가가 많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23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410억 원, 영업이익 3646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2022년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34.98%, 영업이익은 90.72% 늘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1분기 영업이익은 직전 분기(2717억 원)보다는 34.18%, 증권사 추정치 평균(1835억 원)보다는 거의 두 배를 웃도는 것이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의 실적 호조는 자회사 두산밥캣이 애초 기대치를 크게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낸 데 힘입은 측면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두산에너빌리티 연결기준 영업이익 3646억 원에서 두산밥캣(3697억 원) 비중은 100%를 넘는다. 본업이라 할 수 있는 에너빌리티사업의 별도 영업이익은 85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3% 늘긴 했지만 실적 기여는 자회사보다 한참 못 미친다.

이밖에 두산퓨얼셀 32억 원, 기타 및 조정항목 손실 936억 원 등이 두산에너빌리티 1분기 영업이익에 반영돼 있다. 

본업인 두산에너빌리티의 사업 성과가 실적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박지원 회장으로서도 만족하기엔 이른 셈이다.

박 회장은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023’ 참석차 해외 출장에 나선 데 이어 4월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때도 동행하는 등 올해 들어 바쁘게 움직이며 경영 일정들을 소화하고 있다. 

특히 이번 미국 방문에서 뉴스케일파워와 엑스에너지 등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들과 협력을 한층 강화하며 글로벌 소형모듈원자로시장 공략의 발판을 마련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소형모듈원자로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로서 두산에너빌리티의 위상을 공고히 하는 데도 애를 썼다. 

박 회장은 “이번 미국 행사를 통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서 소형모듈원자로에 대한 한국과 미국 양국 정부의 높은 관심과 지원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원전사업을 통해 쌓은 경험과 기술, 경쟁력 있는 국내 협력사들의 역량을 바탕으로 소형모듈원자로 개발 업체들과 다각도로 협력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소형모듈원자로 파운드리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스템반도체시장에서 파운드리인 대만 TSMC나 삼성전자가 설계를 담당하는 팹리스들 이상의 위상을 지닌 것처럼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소형모듈원자로 분야에서 대체불가능한 ‘슈퍼을’ 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다만 소형모듈원자로 사업의 협력기반 구축과 영업 외연확장 활동에도 불구하고 정부 차원의 원전 세일즈 외교 성과가 신통치 않아 박 회장으로서는 다소 김이 새는 형편이 됐다. 

당초 원전업계는 이번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서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사이 지식재산권 분쟁의 해법이 모색될 것이란 기대가 컸다. 지식재산권 문제로 한국이 원전 수출을 진행하면서 두고두고 미국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웨스팅하우스는 지난해 10월 폴란드의 1단계 원전사업자 선정을 열흘 앞둔 시점에 한수원을 상대로 지식재산권 소송을 냈다. 이후 폴란드 원전 1단계 사업자로 웨스팅하우스가 선정됐다. 

하지만 한미 정상 공동선언인 ‘워싱턴 선언’에서는 원전과 관련해 “양 정상은 각국의 수출 통제 규정과 지식재산산권을 상호 존중하는 가운데 국제원자력기구(IAEA) 추가의정서에 일치하는 방식으로 세계적 민간 원자력 협력에 참여하기로 약속한다”는 문구가 들어가며 오히려 글로벌 원전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만 좁아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식재산권 상호 존중’은 현재 쟁점이 되는 분쟁의 원만한 해소보다는 미국 쪽 의견을 반영한 측면이 큰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물론 지식재산권 문제는 원전의 원천기술을 둘러싼 대립인 만큼 두산에너빌리티는 갈등 전면에서는 다소 빗겨 있다. 두산에너빌리타는 기자재 업체라 웨스팅하우스에도 주기기 납품을 하고 있기도 하다. 

다만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팀코리아'의 일원으로서 원전 수출의 혜택을 볼 수 있는 만큼 원전 수출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적잖은 부담요인일 수밖에 없다.

박 회장으로서는 1분기를 지나 어느덧 하반기 준비를 해야 할 시점에 다소 아쉬운 점들이 남았지만 그런 만큼 새로운 일감 확보에 더 속도를 내며 그동안의 사업체질 개선의 성과를 확실히 입증하는 데 더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두산에너빌리티가 과거 두산중공업 시절인 2020년 채권단 관리체제에 들어가는 등 극심한 경영난에 허덕이는 상황에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앞당기는 데 힘썼다. 

이 과정에서 중공업 중심의 사업구조를 친환경에너지 중심으로 고도화한다는 취지로 회사이름도 지금의 두산에너빌리티로 바꿨다. 

2022년 채권단 관리체제를 조기에 졸업한 만큼 재무구조 측면에서는 경영정상화 목표를 달성했지만 친환경에너지 중심의 사업구조 고도화를 완성하려면 수주를 통해 성과를 입증할 필요성이 크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가 전통 에너지사업 수주기반 위에 친환경 분야 성장사업에서도 수주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박 회장에게 반가운 일일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는 3월 신한울 3∙4호기 주기기 공급계약(약 2조9천억 원), 우즈베키스탄 천연가스발전소 기자재 공급계약(약 600억 원), 투르키스탄 복합화력발전소 건설공사 계약(약 1조1500억 원) 등을 체결하며 기존 사업의 수주잔고를 늘리고 있다. 

수주사업 특성상 최초 수주 시점과 수주를 통해 진행한 기자재 납품과 건설공사 등이 실적으로 연결되는 시점 사이에 차이가 있는 만큼 수주 실적은 점진적으로 내년부터 이익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가스터빈과 소형모듈원자로 등 성장사업의 수주 가시성도 전보다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3월 경기도 김포열병합발전소에 가스터빈 설비 연결과 시운전을 진행해 성공했다. 회사 측은 “최초 점화 및 시운전 과정에서 진동, 소음 등의 성능 결과가 다른 OEM(주문자상표부착) 회사 대비 양호했다”며 “발주처로부터 가스터빈 신뢰성에 대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가스터빈은 수소를 섞은 20% 혼소 발전기술을 시작으로 석탄발전을 점진적으로 대체해 상용화하며 최종적으로 수소 터빈으로 고도화해 나간다는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앞으로 북미 등 해외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소형모듈원자로 분야에서도 기존 뉴스케일에너지와 엑스에너지 등 협력사가 추진하는 사업의 기자재 공급권을 확보한 데 이어 추가로 다른 소형모듈원자로 개발사들과도 공급 참여를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문경원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가스터빈 사업은 보령, 분당 등 지역에서 수의계약 형태로 이뤄지는 프로젝트의 연내 수주 가능성이 높고 올해 4분기에는 소형모듈원자로 분야에서도 유의미한 수주가 기대된다”고 바라봤다. 

다른 친환경에너지 사업과 비교해 다소 미진했던 풍력발전 사업에서도 정부의 대규모 해상풍력단지 조성계획과 맞물리며 성장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풍력발전 터빈을 국내에서 생산하게 되면 기자재와 부품도 국내에서 조달할 유인이 커지기 때문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월 글로벌 해상풍력 1위인 지멘스가메사와 국내 해상풍력 시장에서의 전략적 협력을 위한 기본합의서를 체결하고 초대형 해상풍력 부품의 조립, 시공, 유지보수(O&M)서비스 등에서 기술 협력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상풍력발전은 국내의 제한된 지리적 여건상 반드시 가야 할 길로 국내 해상풍력 산업 육성을 위해 국산 기자재를 우선 구매하는 정책이 시행될 것”이라며 “두산에너빌리티는 그동안 업력을 바탕으로 기자재 대장기업의 위상을 유지해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