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에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현장을 방문할 우리 정부의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야권과 시민단체에서는 일본에 파견될 대표단이 조사를 하지 않는 ‘시찰’단이라는 문제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시찰단 파견이 이뤄지더라도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둘러싼 국민들의 우려를 해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일 정상 합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시찰단, 실효성 확보 쟁점 떠올라

▲ 8일 정치권에서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현장 방문 시찰단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사진 왼쪽)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5월7일 공동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는 모습. <연합뉴스>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은 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기시다 총리가 우리 정부 대표단의 후쿠시마 원전 시찰을 허용한 일을 두고 “한국 국민 다수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조치”라며 “거의 '립 서비스'에 가깝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전날 한일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에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우려하는 한국 내 여론을 고려해 한국 전문가들로 구성된 시찰단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 교도통신은 한일 정상회담이 끝난 뒤 기하라 세이지 일본 관방부장관의 말을 인용해 일본 후쿠시마 발전소를 시찰할 한국 대표단이 오는 23일 입국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정부여당은 일본이 지금까지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제외한 별도 국가 단위 검증을 거부한 점을 들어 이번 정부 대표단 파견 합의가 외교적 성과라고 강조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와 관련해 우리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시찰단 파견에 합의하는 성과를 이뤘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도 시찰단 파견을 두고 “기시다 총리가 이웃 국가인 한국 국민들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 국민의 요구를 고려한 의미 있는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시찰단 파견은 별다른 효용성이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단순히 현장을 살펴볼 뿐 방류될 오염수의 위험성을 직접 확인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최예용 부위원장은 “시찰이라는 건 한국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문제점들을 수용하고 보완하겠다는 자세가 아니라 그냥 한번 둘러보는 걸 허용하겠다는 식”이라며 “한국 전문가들이 현장에서 위험성에 관한 이견을 보였을 때 도쿄 전력과 일본 정부가 그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할리 없다”고 바라봤다.

그러면서 “한국 시찰단의 현장 방문은 IAEA 시찰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IAEA는 지난 4일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오염수 해양배출 계획에 대한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NRA)의 관리 감독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중간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를 두고 IAEA가 오는 6월 발표될 최종 보고서를 통해 일본의 오염수 해양 배출 승인을 예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일본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을 토대로 오염수를 방류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은 IAEA의 과학적인 견지를 반영해 설명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시찰단이 원전 현장을 둘러본 뒤 내릴 결론에 따라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명분을 더해줄 뿐 아니라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이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이날 MBC 뉴스외전에 나와"국제법적으로 멈추지 않고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면 후쿠시마산이 안전한데 왜 수입 못하느냐 애기가 될 수 있다"며 "더 큰 문제가 해결되면 후쿠시마산을 우리가 거부할 이유가 없어져버린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표도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시찰단은 오염수 방출의 들러리로 오염수 방출의 정당화에 악용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 대표단을 단순 시찰단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검증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는 주장이 떠오른다.

최 부위원장은 “원전을 확대한다는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전문가들로 구성된다면 IAEA와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시찰단 구성을 할때 국민 다수의 우려를 전할수 있는 대표단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자력 업계와 학계를 대변하는 시찰단 구성은 객관성을 상실할 우려가 크고 활동범위 또한 일본이 보여주고 싶은 곳만 보게 될 것”이라며 “‘면죄부 시찰단’이 아니라 ‘국민검증단’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일본과 시찰단 규모 및 시찰 범위 등을 두고 후속 논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연합뉴스에 “가까운 시일 내에 한일 국장급 협의를 개최해 5월 23∼24일 시찰단 파견 구체 내용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