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주도 전기차 가격경쟁 포드와 GM으로 확산, 현대차도 뒤따르나

▲ 테슬라가 촉발한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이 미국 자동차기업으로 확산되고 있다. 테슬라 주력차종 '모델Y' 이미지.

[비즈니스포스트] 테슬라가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앞세워 주도하는 전기차 시장 경쟁에 포드와 GM도 결국 뒤를 따라야만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전기차 가격 인하 추세가 이어진다면 현대차와 기아, 배터리 3사 등 한국 기업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블룸버그는 4일 “테슬라가 원하던 방향에 맞춰 포드도 전기차 가격 경쟁에 뛰어들었다”며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목적'을 달성하게 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포드가 최근 생산을 재개한 전기차 머스탱 마하-E 판매가격을 이전보다 최대 4천 달러 낮춰 내놓으며 테슬라의 가격 인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한 점을 언급한 것이다.

테슬라 모델3 및 모델Y의 경쟁작으로 꼽히는 머스탱 마하-E 출고가는 앞서 1월에도 6천 달러 가깝게 인하됐는데 두 차례에 걸친 가격 인하로 미국에서 4만3천~6만 달러 사이에 판매된다.

블룸버그는 포드가 테슬라의 가격 책정 전략을 의식할 수밖에 없던 것으로 보인다며 테슬라와 포드가 모두 올해 전기차 수익성에 악영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포드는 1분기 기준 전기차사업에서 -102%에 이르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여전히 큰 폭의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주력 모델의 가격을 낮춰 내놓은 것은 그만큼 치열한 시장 경쟁 환경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부동의 전기차 출하량 1위 자리를 유지하는 테슬라가 올해만 6차례에 걸쳐 차량 가격을 인하하며 공세를 더욱 강화하자 포드가 더 큰 수익성 악화를 감수할 수밖에 없게 셈이다.

블룸버그는 자동차사업 특성상 출하량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르러야만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포드가 가격 인하를 통해 머스탱 마하-E 판매 증가를 노려야만 하는 이유로 분석했다.

테슬라는 연간 전기차 판매량이 50만 대에 이르기 전까지 적자를 면하지 못했는데 포드의 최근 4개 분기 전기차 출하량은 9만1천 대로 이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짐 팔리 포드 CEO가 전기차 가격 경쟁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면서도 과감하게 머스탱 마하-E 가격을 낮추는 결정을 나렸다는 점은 그만큼 현재 상황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팔리 CEO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주최한 경제포럼에 참석해 “전기차 가격 경쟁은 매우 걱정스러운 트렌드”라며 “포드가 이러한 추세에 대응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분기에 포드를 제치고 미국 전기차 판매량 2위에 오른 GM의 메라 바라 회장도 전기차 가격 경쟁에 전면적으로 뛰어들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하고 있다.

바라 회장은 2022년 연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GM의 가격 책정 전략에 만족하고 있다”며 판매가격을 더 낮춰 경쟁에 대응할 계획은 없다는 점을 내비쳤다.

GM이 저가의 보급형 전기차 ‘볼트EV’를 2023년 말까지만 생산하고 단종하겠다는 발표를 내놓은 점도 이런 방향성과 일치한다. 

그러나 테슬라와 포드가 서로 상대방을 의식해 가격 인하 경쟁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GM도 결국에는 뒤를 따르게 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테슬라 주도 전기차 가격경쟁 포드와 GM으로 확산, 현대차도 뒤따르나

▲ 포드 전기차 '머스탱 마하-E' 이미지.

미국 CNBC는 GM이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해 비용 효율성이 높은 신형 배터리 생산 투자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도 결국 가격 경쟁력과 수익성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바라봤다.

GM이 볼트EV를 대체할 전기차 신차 에퀴녹스EV를 3만 달러 안팎의 가격에 선보이며 내년 1분기부터 생산 능력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이어졌다.

블룸버그는 아이오닉6과 같은 전기차로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는 현대차도 시장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테슬라와 같은 기업에 압박을 더하고 있다고 바라봤다.

미국 상위 전기차 기업들이 이처럼 가격 경쟁에 속속들이 동참하는 것은 현대차와 기아 등 한국 전기차 기업에도 부담을 더할 수밖에 없다.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 판매량 점유율을 점차 늘리며 성장 기회를 찾고 있는데 경쟁사들이 모두 전기차 가격 인하 전략을 앞세운다면 이러한 '전쟁'에 뛰어들어야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포드와 GM을 배터리 핵심 고객사로 두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한국 배터리업체에도 영향이 미칠 수 있다.

배터리는 전기차 생산 원가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이기 때문에 자동차기업들이 전기차 가격 인하와 수익성 방어를 모두 추진하는 과정에서 결국 배터리 단가 압박을 강화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러한 전기차 판매가격 경쟁은 결국 테슬라의 가격 인하를 계기로 본격화된 만큼 앞으로 테슬라의 전략 변화에 따라 시장 판도가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러한 가격 인하 경쟁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당분간 지금과 같은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머스크 CEO는 최근 트위터를 통해 “포드의 전기차 가격 인하는 현명한 전략”이라는 평가를 내놓으며 전기차 사업 초기에는 수익성보다 출하량을 우선순위에 두는 방식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