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부영그룹이 2023년 공정위 대기업집단 순위가 3계단 내려앉으면서 8년 만에 재계 20위권에서 밀려났다.

부영그룹은 지난해부터 공정자산총액도 역성장하고 있다. 임대주택사업 의존도를 줄여줄 새로운 먹거리사업 발굴 과제가 더욱 무거워지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부영그룹 8년 만에 재계 20위권 밖으로, 임대주택 사업 부진에 성장 주춤

▲ 부영그룹이 2023년 공정위 대기업집단 순위가 3계단 내려앉으면서 8년 만에 재계 20위권에서 밀려났다. 사진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26일 부영그룹의 핵심 계열사 부영주택 감사보고서를 보면 부영주택은 최근 2년 연속 매출이 큰 폭으로 줄어든 데 이어 2022년에는 영업이익도 적자로 돌아섰다.

부영주택 매출은 2020년 2조4559억 원에서 2021년 1조6744억 원으로 31.8% 후퇴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이 66.7% 급감한 5564억 원으로 주저앉았다. 2022년 분양수익이 72%가량 줄어든 탓이다.

부영은 부영주택의 임대주택 분양·임대사업을 통해 자산 21조 원대 ‘재벌’ 반열에 오른 그룹이다. 2022년 기준으로도 그룹 전체 자산에서 부영주택 자산 비중이 70%를 차지한다.

하지만 부영주택의 임대주택사업이 흔들리면서 그룹 성장에도 명백한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부영그룹은 부영주택을 통해 한 때 국내 임대주택시장 90%를 독식하면서 2004년 재계 순위 36위에서 2015년 19위까지 10여 년 만에 17계단을 뛰어올랐다. 

부영그룹은 2016년에는 상호출자제한집단 자산순위가 16위까지 올랐고 2019년까지 4년 동안 16위를 유지했다.

2020년에는 자산순위가 17위로 한 계단 내려왔지만 여전히 카카오, 네이버, 미래에셋, 현대백화점그룹 등보다도 자산총액이 컸다. 부영그룹은 2021년에는 공정자산총액이 23조3210억 원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건설부동산 경기악화 등으로 주택시장이 타격을 입은 지난해 자산총액이 21조7360억 원으로 꺾였고 올해 자산총액은 21조1070억 원으로 조금 더 줄었다.

2022년 재계 20대 그룹들 가운데 올해 자산총액이 감소한 곳은 부영과 신세계 두 곳뿐이다. 신세계는 자산이 줄어도 재계순위를 11위로 유지했지만 부영그룹은 재계순위가 19위에서 22위로 3계단 떨어졌다.
 
부영그룹은 임대주택사업 의존도를 덜어주고 미래 성장을 이끌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에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점이 더 큰 문제점으로 평가된다.

부영그룹은 건설토목 외 골프, 리조트 등 레저, 엔터테인먼트, 유통 등으로 발을 뻗어 계열사 22개를 거느리고 있다. 하지만 2021년 기준 여전히 부영주택이 그룹 전체 매출의 79.4%를 책임지고 있다.

부영그룹 창업주인 이중근 회장은 1970년대 우진건설을 세워 중동시장에 진출했다 부도를 맞은 뒤 다시 건설업에 도전했다.

이 회장은 1983년 40대 초반 나이에 자본금 5천만 원을 들고 삼진엔지니어링을 설립했다. 이 회장은 1985년 첫 임대주택사업에 도전해 성공한 뒤 5~10년 장기에 걸쳐 안정적 임대수익이 들어오는 임대주택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이때 이 회장은 ‘세발자전거’ 경영철학을 세웠다. 세발자전거는 두발자전거처럼 빨리 달리지는 못해도 잘 넘어지지 않는다는 경영철학이 부영그룹의 기둥이 됐다.

이 회장은 한때 임대주택시장에서 점유율 90%를 보이는 등 시장을 독식하면서 부영그룹을 대기업으로 키웠다. 

이 회장은 그 뒤 그룹이 커지면서 임대수익으로 확보한 현금을 들고 인수합병을 통한 사업다각화를 추진했다. 동남아를 중심으로 해외시장의 문도 두드렸다.

부영그룹은 2011년 영풍파일, 쌍용건설, 한국토지신탁 등의 인수전에 도전했고 무주리조트를 인수했다. 골프장사업도 시작했다. 

재계 20위권 그룹에 오른 2015년에는 제주면세점 입찰에도 도전했고 강원 태백 오투리조트(약 800억 원)부터 인천 송도 대우자동차판매 부지(3150억 원), 경기 안성 마에스트로CC(약 900억 원)를 사들이면서 호텔, 레저, 부동산개발사업 등으로 확장에 공격적 투자를 감행했다.

부영그룹은 서울 태평로 삼성생명 본관(5717억 원), 삼성화재 을지로 사옥(4380억 원), 포스코건설 송도사옥(3천억 원)도 매입했다. 

부영그룹은 이밖에도 서울 중구 소공동 한국은행 본관 인근 부지, 용산구 한남동 한남근린공원 부지, 용산동 아세아아파트 부지, 성동구 뚝섬부지 등 서울 알짜 토지를 사들여 호텔, 테마파크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부영그룹은 소공동 호텔건설부터 각종 개발사업이 난항을 겪으면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부영그룹은 올해 이희범 전 산업자원부 장관을 전문경영인 회장으로 선임하면서 경영체제에 변화를 주고 있다. 이 신임 회장은 1949년생으로 STX중공업 회장, LG상사 부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다만 부영그룹은 여전히 창업주 이중근 회장이 부영 지분 93.79%를 보유하고 그룹을 장악하고 있다. 이 회장은 동광주택산업(91.52%), 남광건설건업(100%), 남양개발(100%) 등의 지분도 대부분 보유해 1인 지배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부영은 대기업집단 가운데 유일하게 상장사가 하나도 없는 그룹이기도 하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