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바이든 회담에 중국언론 경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보복'도 언급

▲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대중국 규제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한국 반도체기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중국언론의 경고가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메모리반도체 생산공장.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매체가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내놓았다.

한국이 미국 정부의 뜻을 받아들여 중국을 겨냥한 무역 압박에 동참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이 위기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25일 논평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은 중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미국의 강압적 태도에 직면할 것”이라며 “이를 받아들이면 한국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를 비롯한 글로벌 주요 산업 공급망에서 중국을 소외시키겠다는 의도를 두고 수출규제 등 강경한 정책에 힘을 싣고 있다.

일본과 네덜란드 등 미국의 주요 동맹국도 이에 동참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은 만큼 바이든 대통령도 정상회담에서 윤 대통령에 이와 관련한 내용을 논의할 공산이 크다.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자국의 이해관계를 앞세워 강행하는 정책에 한국이 ‘소모품’으로 쓰여서는 안 된다며 외교 측면에서 독립적 태도를 지켜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국이 미국 정부의 대중국 압박에 동참한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을 중심으로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최근 보안 문제를 이유로 미국 메모리반도체기업 마이크론에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 당국의 조사가 미국의 무역 압박에 대응한 보복조치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중국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매체에서 직접 무역 보복을 언급한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마이크론과 비슷한 보복조치 대상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 셈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중국이 YMTC와 같은 자국 기업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의 메모리반도체를 대체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전했다.

한국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대중국 압박에 합의점을 찾는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를 중국에서 판매할 수 없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글로벌타임스는 “한국이 미국 정부의 ‘장기말’로 전락하는 일은 큰 비용을 치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에 굴복해 자국의 이익을 해쳐서는 안 된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 최대 시장으로 두고 있는 중국과 관련해 더 큰 리스크를 안게 됐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글로벌타임스는 이날 별도의 논평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 놓인 원인을 갈수록 강력해지는 미국 정부의 압박에서 찾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한국 반도체기업이 기술과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는 일이 필수적인데 미국 정부가 다양한 규제 조치로 중국을 고립시키며 이런 효과를 보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글로벌타임스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반도체 기술 경쟁에서 승리하지 못 한다면 미국과 종속 관계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며 “미국의 태도는 절대 동맹국을 대하는 자세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미국 정부의 반도체 지원법 시행에 따른 한국 반도체기업의 수혜 가능성과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반도체 지원법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기업이 미국 정부에 기밀정보와 초과이익 등을 공유하기로 약속해야만 공장 투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는 세부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러한 조건 완화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중국 반도체 공급망과 한국 사이 거리를 두도록 하려는 바이든 대통령의 의도를 어느 정도 받아들이게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정부가 이러한 결과를 우려하고 있는 만큼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를 통해 노골적인 경고를 내놓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시장을 놓친다면 한국 반도체기업의 투자는 과잉 생산과 자원 낭비에 그치고 말 수 있다”며 “미국의 입장만을 받아들이는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력 약화를 넘어 생존 가능성마저 불안해지도록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