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에코프로비엠이 2차전지사업의 성장성에 힘입어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주재환 대표이사(사업총괄) 사장과 최문호 대표이사(기술총괄) 사장의 2인3각 경영체제에 힘이 실리는 상황이다.

주재환·최문호 사장은 에코프로의 글로벌 양극재 최강자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대와 제품 다변화에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비엠 실적 ‘훨훨’, 주재환 최문호 2인3각으로 양극재 패권 잡는다

▲ 에코프로비엠이 2차전지사업의 성장성에 힘입어 호실적 행진을 이어가며 주재환 대표이사(사업총괄) 사장(사진 왼쪽)과 최문호 대표이사(기술총괄) 사장의 2인3각 경영체제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닥시장에서 에코프로비엠을 비롯한 에코프로그룹 주식을 향한 투자심리가 여전히 뜨겁다.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올해 초 10만 원을 밑돌던 수준에서 이날 종가 기준으로 27만6천 원에 장을 마감했다. 11일 종가는 29만4500원까지 기록해 3배가량 뛰었다.

에코프로비엠 주식의 시가총액은 약 27조 원으로 카카오를 제쳤고 네이버에 근접했다. 현대모비스, 삼성물산, LG전자, SK텔레콤 등 대기업 계열사들의 시가총액은 에코프로비엠 아래다.

주식시장에서 에코프로비엠을 향한 투자열기가 이렇게 뜨거운 배경에는 2차전지 시장의 높은 성장 잠재력이 있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 보급률 확대에 따라 전기차용 2차전지 수요가 늘어나며 올해 687GWh 수준으로 예측되는 전기차용 2차전지 수요가 2035년 5.3TWh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액으로 따지면 2023년 1210억 달러에서 2035년 6160억 달러로 늘어나는 것이다. 

에코프로비엠이 만드는 양극재는 2차전지 원가의 40~50%를 차지하는 만큼 2차전지시장의 높은 성장성은 에코프로비엠의 실적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에코프로비엠은 좋은 실적 흐름으로 성장성을 입증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2022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5조6403억 원, 영업이익 6189억 원을 냈다. 2021년과 비교해 매출은 275%, 영업이익은 616%나 급등한 것이다.

올해 1분기에는 매출 2조105억 원, 영업이익 1073억 원을 거뒀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03.5%, 영업이익은 161.3% 증가한 것이다. 

에코프로비엠은 법적 구속력을 지닌 ‘바인딩계약’을 기초로 배터리 셀 제조사들에 양극재를 납품하고 있어 앞으로의 실적 전망도 밝은 편이다. 

에코프로비엠은 삼성SDI, SK온, 일본 TMM을 주 고객사로 두고 있다. 2022년 말 기준으로 SK온의 배터리 수주잔고는 290조 원을 넘었다. 삼성SDI는 수주잔고를 공개하지 않지만 최소 100조 원을 넘는 물량을 확보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 주 고객사 물량 가운데 에코프로비엠 양극재가 들어가는 비중이 적지 않은 만큼 실적 급등세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에코프로비엠은 양극재 분야에서 경쟁력도 탄탄한 것으로 평가된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삼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 시장에서 출하량 1위를 차지했다. 

삼원계 NCM 양극재보다 저가인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가 1~5위를 모두 차지했지만 삼원계 NCM 양극재 제조에 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에코프로비엠의 기술력을 짐작할 수 있다.

우수한 공급망 경쟁력도 무시할 수 없는 강점으로 꼽힌다. 에코프로그룹은 에코프로머티리얼즈(전구체), 에코프로이노베이션(리튬), 에코프로씨엔지(폐배터리 재활용) 등 다양한 계열사를 통해 양극재 아래 중간재 및 핵심 광물 조달 역량을 갖추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광물, 중간재 등을 안정적이면서도 저렴하게 조달할 기반을 마련해 놓은 셈이다.

2차전지시장의 우호적 업황 속에서 올해로 1년을 넘긴 주재환·최문호 각자대표체제도 한층 단단해진 것으로 파악된다. 주재환·최문호 대표는 2022년 3월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당시 에코프로비엠은 이동채 에코프로그룹 회장과 에코프로비엠 핵심 임원 4~5명의 내부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던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서 이동채 회장은 그룹 지주사 에코프로 대표직에서 사퇴하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에코프로비엠 경영진도 전면 물갈이됐다. 

주재환 대표는 삼성SDI 셀사업부장(전무)를 거쳐 2차전지 동박을 만드는 일진머티리얼즈에서 대표이사를 지낸 외부 출신 인사다. 내부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 의혹에 휩싸였던 상황에서 외부 수혈의 필요성을 절감해 진행한 인사로 해석된다.

최문호 대표는 2004년 에코프로그룹에 입사한 내부출신 인사로 기술개발 쪽을 담당해왔다. 2차전지 산업진흥에 기여한 공로로 국무총리상을 받은 이력도 있다. 

주 대표는 사업총괄 책임과 함께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으며 최 대표는 기술 분야를 총괄하고 있다. 외부출신과 내부출신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며 역할 분담을 하는 경영체제로 볼 수도 있다.

에코프로비엠을 비롯해 에코프로그룹에서 창업자인 이동채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는 아직 곤란한 상황이다. 올해 3월 내부자 거래와 관련해 에코프로 본사가 압수수색을 당하는 등 지난해 시작된 오너경영 리스크가 아직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에코프로비엠에서 최고경영진과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제를 원활하게 가동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로 여겨진다.

주재환·최문호 대표는 공격적 투자로 생산능력을 강화하는 한편 제품군을 다변화하며 2차전지 양극재시장 성장에 대응하고 있다. 

회사 측은 2027년 양극재 생산능력을 71만 톤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해 올해부터 2027년까지 7조1천억 원을 자본지출(CAPEX)에 투입하기로 했다. 

중국 기업들이 장악한 LFP(리튬·인산·철)양극재로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올해 LFP양극재 공장을 착공해 2025년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LFP 양극재 제조의 기술적 난도가 NCM 양극재보다 낮은 만큼 에코프로비엠이 LFP 양극재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선전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에코프로비엠 측은 2027년 매출 전망치를 27조 원 이상으로 제시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의 증설 계획과 실적 전망치가 충분히 실현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조기 달성 전망도 나오고 있다. 

주민우 NH증권 연구원은 “다수의 신규 계약 확보를 통해 에코프로비엠의 계획이 2026년 말로 앞당겨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구속력 있는 계약에 기반한 증설 계획인 것을 감안하면 중장기 실적에 대한 가시성이 높다고 판단한다”고 바라봤다. 

다만 에코프로비엠의 경쟁력과 별개로 현재 주가 수준은 다소 고평가됐다는 시각도 나온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은 전세계 양극재산업 내 가장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대 생산능력을 확보한 1등 업체로서 좋은 기업임에는 틀림없지만 지금 주가 흐름은 본연의 가치와 밸류에이션을 무시한 상승세”라고 평가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