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브리핑] 일본이 베낀 ‘불닭볶음면’, 삼양식품은 소송을 할까요

▲ 2022년 삼양식품 면스낵부문의 수출 매출은 6027억 원으로 2021년과 비교해 56.2%가 증가했다. 면스낵부문 수출 매출 중 약 80% 정도가 불닭볶음면과 관련된 매출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삼양식품은 일본 기업이 따라한 제품에 대한 소송을 진행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본 기업이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을 표절한 제품을 출시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습니다.

이 일본기업은 닛신식품으로 세계 최초 인스턴트 라면인 ‘치킨라멘’과 세계 최초 컵라면인 ‘컵누들’을 상용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출시된 제품을 살펴보면 ‘까르보 불닭볶음면’과 많이 닮아있기는 합니다.

분홍색 포장지부터 ‘볶음면’이라는 이름까지 얼핏보면 삼양식품 제품으로 착각할 정도입니다.
 
라면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진 기업이 따라만들 정도니 불닭볶음면에 대한 인기가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겠네요.

누가 봐도 비슷한 제품인데 당하고만 있을 수 없지 않느냐는 궁금증이 들기도 합니다.

일단 요리 레시피에는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롯데제과 ‘빼빼로’를 예로 들어볼까요. 누군가가 빼빼로라는 이름의 상품을 판매하면 롯데제과는 상표권 침해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빼빼로라는 상표만 사용하지 않는다면 똑같은 재료로, 똑같은 모양의 과자를 만들어 ‘막대과자’라는 이름으로 판매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상표권 침해의 허점이 있습니다.

닛신식품도 이런 상표권 침해의 허점을 공략한 것으로 보입니다. 까르보 불닭볶음면과 맛과 포장은 비슷할 수 있지만 닛신식품 제품의 이름은 볶음면입니다. 상표권 침해가 인정될 수 없죠.

식품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분쟁이 생겼을 때 맛과 포장이 비슷하다는 것만으로는 법적 대응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양식품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시장에서 닛신의 볶음면 판매 상황을 지켜본 뒤 원조인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의 오리지널리티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과자나 라면류에 대한 표절 논란은 이미 50년이 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오랜 기간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많은 과자들이 일본 과자를 베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습니다.

롯데 ‘빼빼로’는 일본 ‘포키’, 오리온 ‘고래밥’은 일본 ‘옷톳토’, 크라운 ‘카라멜콘 땅콩’은 일본 ‘카라멜콘’, 해태 ‘홈런볼’은 일본 ‘초코칼슈’, 농심 ‘새우깡’은 일본 ‘갓파 에비센’과 비슷한 모양으로 생겼습니다.

마치 까르보 불닭볶음면을 따라한 볶음면처럼 말이죠.

표절 제품이 인기를 얻으면 원조 제품도 덩달아 많이 팔린다는 재미있는 분석도 있습니다.

표절 제품이 아무리 원조를 비슷하게 따라한다 해도 원조의 맛을 그대로는 구현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결국에는 원조 제품을 찾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백브리핑] 일본이 베낀 ‘불닭볶음면’, 삼양식품은 소송을 할까요

▲ 세계에서 최초로 인스턴트 라면을 팔기 시작했던 일본 기업 닛신식품이 삼양식품 ‘까르보 불닭볶음면’을 표절한 제품을 출시했다.


최근 케이팝(K-pop)부터 케이드라마(K-drama), 케이푸드(K-food)까지 ‘케이브랜드’가 해외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습니다.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으면서 라면에 대한 인기도 높아졌습니다.

주인공들이 소주 안주로 생라면에 스프를 뿌려 먹는 장면 때문입니다. 이 장면에 등장하는 라면은 삼양라면입니다.

광고계약을 진행한 것이 아님에도 오징어 게임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며 판매량이 급증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인기 때문에 지난해 삼양식품 면스낵부문의 수출 매출은 6027억 원으로 2021년과 비교해 56.2%가 증가했습니다. 면스낵부문 수출 매출 중 약 80% 정도가 불닭볶음면일 정도로 라면의 인기가 엄청납니다.

올해 3월까지 우리나라 라면 수출액도 2억8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3% 증가했다고 하네요. 이는 1분기 기준 사상 최고치 라면 수출액입니다.

먹자골목을 가보면 많은 식당들이 서로 원조라는 간판을 내걸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어느 식당이 진짜 원조인지 압니다. 먹어보면 원조의 맛은 다르기 때문이죠.

불닭볶음면의 이름과 포장은 따라할 수 있어도 원조의 맛이 가진 힘이 있을 것입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