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에코프로그룹이 국내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 확대는 물론 양극재 밸류체인의 수직계열화에 한걸음 더 다가갈 것으로 보인다.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부터 에코프로그룹 밸류체인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데 우호적 대외 환경 속에서 2차전지 소재 분야의 최강자란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기회를 얻었다.
 
에코프로 양극재 생산능력 업그레이드, 송호준 소재 최강자 입지 다진다

▲ 에코프로그룹이 국내 증설을 통해 생산능력 확대는 물론 양극재 밸류체인의 수직계열화 역량을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송호준 에코프로 대표이사 사장(사진)은 올해부터 에코프로그룹 밸류체인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데 우호적 대외 환경 속에서 2차전지 소재 분야의 최강자란 입지를 더욱 확고히 할 기회를 얻었다.


7일 배터리업계와 증권업계 의견을 종합하면 에코프로그룹이 포항에서 양극재 일괄생산체제를 구축하고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 사업경쟁력을 한층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에코프로그룹은 포항 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에 양극재 일괄생산공장 증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2027년까지 2조 원 이상 추가 투자해 원료, 전구체, 양극재 등을 종합적으로 생산하는 시설을 구축한다.  

에코프로그룹이 포항에 양극재 분야 수직계열 밸류체인을 구축하기 시작한 것은 2017년부터다. 1조7천억 원 이상을 투자해 원료, 전구체, 양극재, 리사이클링까지 내재화한 ‘에코배터리 포항캠퍼스’ 건설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 이번에 2조 원을 투자하는 증설 계획까지 더해지면 에코프로그룹은 2027년 양극재 71만 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에코프로그룹의 증설 계획이 미국 정부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지침 발표 직후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중요한 사업 계획들이 계속해서 구체화될 공산이 크다.

현지시각으로 3월31일 발표된 인플레이션 감축법 세부지침을 보면 배터리 핵심소재인 양극재·음극재가 ‘핵심부품’이 아닌 ‘핵심광물’로 분류됐다. 

핵심광물은 핵심부품과 달리 굳이 미국 내에서 생산하지 않더라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를 맺은 곳이거나 미국과 핵심광물 협정을 맺은 곳에서 생산하면 IRA에서 규정한 보조금 대상이 된다.

에코프로비엠으로서는 현지 투자를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고 국내 증설에 나설 여유가 생겼다. 더욱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으로 2차전지 소재시장의 가파른 성장세에 대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송호준 사장으로서도 양극재 밸류체인의 최강자란 에코프로그룹의 입지를 더 굳건히 할 기회를 맞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그룹 지주사 에코프로의 핵심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삼원계 NCM(니켈·코발트·망간) 양극재 시장에서 출하량 1위를 차지했다. 

삼원계 NCM 양극재보다 저가인 LFP(리튬·인산·철) 양극재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가 1~5위를 모두 차지했지만 삼원계 NCM 양극재 제조에 더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에코프로비엠의 기술력은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여겨진다.
 
에코프로비엠 역시 LFP 양극재 공장을 올해 착공해 2025년 양산에 돌입할 계획을 세웠다. LFP 양극재 제조의 기술적 난도가 NCM 양극재보다 낮은 만큼 에코프로비엠이 LFP 양극재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선전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지금도 양극재 시장의 글로벌 선두권 기업으로 꼽히지만 양극재 밸류체인 내재화와 증설이 진행되면서 그 지위는 더욱 공고해질 공산이 크다.

지주사 에코프로는 양극재 제조사 에코프로비엠을 중심으로 양극재 밸류체인에서 경쟁력을 지닌 자회사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리튬), 에코프로머티리얼즈(전구체), 에코프로씨엔지(리사이클링) 등이 수직 계열화를 이루고 있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해외에서 저순도 탄산리튬을 들여와 고순도 수산화리튬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하며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양극재의 전 단계라 할 수 있는 전구체를 생산한다. 폐배터리 리사이클 사업을 하는 에코프로씨엔지도 장기적으로 사업 전망이 밝은 것으로 평가된다. 

에코프로이노베이션은 현재 1만3천 톤의 수산화리튬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2022년 기준 2만4천 톤의 전구체를 생산하고 있다. 전구체는 니켈과 코발트, 망간, 알루미늄 등 광물을 가공해 제조한 양극재 중간원료로 양극재 원가에서 60%가량의 비중을 차지한다.

에코프로씨엔지는 폐배터리 리사이클을 통해 1만2천 톤 규모의 니켈 등 광물을 추출하고 있다.

송호준 체제에서 에코프로는 그룹의 양극재 밸류체인을 원료 분야로까지 더 확대하는 데도 공을 들일 것으로 보인다. 

송호준 사장은 지난달 말 열린 에코프로 25기 정기 주주총회에서 광산기업에 지분 투자를 하는 방식으로 원료를 확보하는 데까지 사업영역을 더 확장할 것이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양극재 밸류체인을 확장하는 일도 서두르고 있다. 미국도 자국 내 생산을 강조하고 있지만 유럽 역시 핵심원자재법(CRMA) 시행을 예고하며 유럽산 원자재 사용과 재활용 원료 비율을 높이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에코프로가 SK에코플렌트, 테스와 유럽 지역 배터리 재활용 사업의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채결한 것도 이런 사업 환경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에코프로와 SK에코플랜트, 테스는 유럽에 거점을 둔 전기차와 배터리 제조사를 대상으로 폐배터리와 스크랩(배터리 제조공정에서 나오는 불량품) 물량을 확보하는 데 협력하기로 했다.  

송호준 사장은 업무협약을 맺으며 “2050년 글로벌 폐배터리 시장이 600조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으로 불리는 핵심원자재법이 발표될 예정인데 이번 협력을 바탕으로 선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코프로그룹은 오너 리더십 중심으로 가동되는 회사지만 잇따른 불미스러운 일로 창업자인 이동채 회장이 전면에 나설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동채 회장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에코프로비엠 주식을 거래한 혐의로 금융당국과 검찰수사를 받게 된 뒤 지난해 3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 사건에는 이 회장뿐 아니라 다른 경영진들 4~5명도 연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올해 3월 또다시 내부자 거래와 관련해 에코프로 본사가 압수수색을 당하는 일이 있었다. 전현직 임직원이 2020~2021년 사이 미공개 정보 등을 이용한 주식거래로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서였다. 

이 때문에 외부 출신인 송 사장 영입은 그동안 불거졌던 그룹 내부 임직원의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윤리적 위기 상황과 안 좋은 이미지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측면이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에코프로그룹이 2차전지 소재 시장의 본격적 확대 추세에 발맞춰 성장의 기반을 닦아야 하는 시점이라 송 사장의 역할은 그만큼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1965년생인 송 사장은 2011년부터 2022년까지 삼성SDI에서 일하다 지난해 에코프로에 영입됐다. 삼성SDI에서는 기획팀장(부사장)으로 일했다. 이전에는 컨설팅회사인 PwC컨설팅과 엑센츄어에서 경영컨설턴트 경력을 쌓았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