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창호 KCC건설 대표이사가 취임 첫 해부터 수익성 제고와 신사업 발굴이라는 무거운 과제를 짊어지게 됐다.

KCC건설은 지난해 건설경기 부진과 건자재값 상승의 타격을 직격으로 받으며 7년 만에 영업손실을 냈다. 경기변동에 취약한 국내 건축주택사업에 매출의 90%를 의존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 과제가 더 절실해졌다.
 
KCC건설 7년 만 적자에 신사업도 빈손, 이창호 취임 첫해 과제 산적

▲ KCC건설은 지난해 건설경기 부진과 건자재값 상승의 타격을 직격으로 받으며 7년 만에 영업손실을 냈다. 경기변동에 취약한 국내 건축주택사업에 매출의 90%를 의존하는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 과제가 더 절실해졌다.


7일 KCC건설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조8930억 원을 거뒀는데 매출원가는 1조8372억 원으로 원가율이 97%에 이르렀다. 매출원가는 기업 영업활동에서 영업수익을 올리는 데 필요한 비용을 말한다.

건설업계는 2022년 자재값과 인건비, 파업 등에 따른 공사지연 등의 영향으로 원가율 대폭 상승이라는 어려움을 겪었다. 현대건설과 같은 대형 건설사부터 금호건설, DL건설 등도 원가율이 90% 안팎 수준을 보일 정도였다.

다만 이런 상황을 고려해도 KCC건설의 원가율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이창호 대표가 풀어내야 할 수익성 개선 과제가 만만찮은 이유다. 이 대표는 KCC건설에서 관리Ⅱ총괄 부사장으로 재무와 회계관리를 담당해온 ‘재무전문가’로 평가받는다.

KCC건설은 올해 3월 이사회결의를 통해 이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하면서 “이 대표는 30여 년 동안 제조·건설분야에서 재무, 회계, 인사, 공사관리 등 관리분야 핵심적 직무를 수행해온 인물”이라며 “회사의 안정적 경영에 기여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KCC건설은 2019년부터 영업이익이 뒷걸음질치고 있다. 

KCC건설 영업이익은 2019년 588억 원에서 2020년 543억 원, 2021년에는 318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에는 4분기 영업이익을 냈지만 2분기와 3분기에 영업손실을 내면서 연간으로 영업손실 10억91883만 원을 냈다. 2015년 뒤 7년 만에 적자를 보였다.

회사의 영업 관련 현금창출력을 보여주는 영업활동현금흐름도 2021년부터 마이너스를 보이고 있다. KCC건설은 2021년에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이 –1105억 원, 2022년에는 –782억 원으로 나타났다.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수년째 지켜온 ‘마이너스’ 차입 경영기조에도 빨간불이 켜지고 있다.

KCC건설은 2017년부터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단기·장기차입금보다 많이 보유하면서 순차입금이 마이너스를 보여왔다. 중견 건설사 가운데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KCC건설은 2022년 단기차입금이 1953억 원으로 2021년 말(893억 원)보다 118.7% 늘어나고 최근 3년 0원을 보이던 장기차입금도 116억 원 발생했다.

1년 사이 회사의 부채총계가 6473억 원에서 7475억 원으로 늘어나면서 부채비율도 146.2%에서 165.8%로 높아졌다.

2022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168억 원 수준이다.

KCC건설은 여전히 차입금 규모나 부채비율이 높은 편이 아니다. 다만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 재무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문호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KCC건설은 자재가격 인상을 비롯한 공사원가 상승, 일반건축사업 비중 확대 영향으로 당분간 수익성이 위축된 모습을 나타낼 전망”이라며 “재무적으로 실적 부진과 운전자금 부담에 따른 자금소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청구공사를 포함한 매출채권의 증가, 소폭의 영업적자가 발생한 점 등이 현금흐름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재무구조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바라봤다.

이 대표는 올해 원가관리 등 재무건전성 부분의 대응만큼이나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해야 하는 과제도 미룰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KCC건설은 2022년 기준 국내 도급 주택사업을 포함 건축부문 매출 비중이 86.6%, 토목부문 비중이 12%다.

전체 매출에서 주택사업 비중은 50% 안팎으로 파악된다. 도급 주택사업보다 수익성이 높은 자체주택분양사업은 2020년 6.79%에서 2021년 0.66%로 줄어든 뒤 지난해에도 1.4% 수준에 그쳤다.

KCC건설은 2022년 11월 대전에서 ‘대전 에테르 스위첸’을 분양했는데 113세대 모집에 272명이 청약했다. 대전 에테르 스위첸은 전용면적 84㎡ 세 가지 유형 가운데 2개는 1순위에서 미달이 났고 2023년 4월 현재도 분양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KCC건설 주택분양 사업지는 대부분 비수도권에 위치해있다. KCC건설은 지난해 분양에 나선 대구 수성 포레스트 스위첸, 충남 아산 벨코어 스위첸, 대전 서구 씨엘리오 스위첸, 강원도 동해 프라우드 스위첸 단지 등이 아직도 분양 중이다.

KCC는 또 최근 몇 년 동안 원가율이 높은 물류센터, 오피스 등 일반건축사업 비중이 증가해왔는데 현재 건자재값 상승에 수급불안 등 건축사업 전반의 업황도 불안정하다.

이에 KCC건설도 올해 3월 주주총회를 통해 건설엔지니어링을 사업목적에 새롭게 추가했다.

KCC건설은 이번 사업목적 추가를 통해 설계 단계에서부터 시공사가 참여해 공사를 수주하는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CM)시장에서 먹거리 찾기에 나선다.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는 애초 공공공사와 토목사업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중견건설사들이 많이 진출한 분야다. 최근에는 공공기관 및 공기업에서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 유형 발주가 더 늘어나는 추세다.

KCC건설은 모기업인 KCC 공장 공사 등을 수행하면서 플랜트분야 실적을 쌓은 만큼 BTO 유형 사업 등 시공책임형 건설사업관리 영역에서 포트폴리오를 넓혀나간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BTO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으로 민간 사업자가 시설을 직접 건설한 뒤 정부 등에 소유권을 양도하고 일정기간 직접 시설을 운영하면서 수익을 거두는 방식을 말한다.

이 대표는 1964년생으로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1990년 KCC건설에 입사했다. 그 뒤 건설관리담당 임원을 지냈고 2019년 상무, 2022년 전무를 거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23년 3월 KCC건설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돼 오너경영인인 정몽열 KCC건설 회장과 함께 회사를 이끌고 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