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이 기후위기 앞당긴다] (3)산림에서 산림자원으로, 선순환 고리 만들어야

▲ 숲도 생태계이고 순환이 필요하다. 특히 수령 30~50년 나무가 대다수인 한국의 숲은 산불 방지 측면에서나 탄소중립 달성 측면에서나 세대교체가 절실하다. 사진은 후계림이 조성 중인 강원도 인제군 원대리 자작나무 숲길의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5일 제78회 식목일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는 식목 행사가 이어졌다. 올해 유난히 기승을 부린 산불도 이날 전국에 내린 비로 잠시 기세가 주춤한 모양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전례 없이 발생 빈도가 늘어난 산불이 전국 곳곳에 남긴 상처는 컸다. 2일부터 4일까지 사흘 동안에만 전국에서 53건의 산불이 발생했고 대형산불도 5건이 발생했다.

산불 건수는 물론 대형산불 건수도 1986년 관련 통계작성 이후 가장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이 발생한 수치다.

윤석열 대통령은 5일 후속조치로 산불 피해를 본 충남 홍성군 등 10개 시군구에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기후변화와 산불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산림관리 단계부터 대응해 제대로 된 숲을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숲도 하나의 생태계인 만큼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보전이 아니라 순환을 통한 지속가능성 확보가 산불 대비는 믈론 탄소중립 달성에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근래 들어 적절한 목재 수확, 후계림 조성 등 산림의 순환을 강화하는 움직임이 정부, 기업 등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 숲도 생태계, 꾸준한 순환으로 지속가능성 확보해야 '제 역할'

산불 피해가 심각해지자 산불 방지를 위한 직접적 대책 외에도 활엽수 비중을 높이고 수목의 밀도를 조정하는 등 숲을 제대로 가꾸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후계림 조성 등을 통해 산림을 다시 가꾸기 위해서는 적절한 수준의 목재 수확 등 숲의 순환을 촉진하기 위한 관리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후계림이란 나이가 많은 숲 다음으로 새로 생겨나는 숲을 뜻한다. 숲이 노령화되었을 때 곁에 어린 나무들을 키워 후계로 삼는 것이다. 인제의 관광명물 자작나무 숲 옆에 산림청이 조성한 어린 자작나무숲이 한 예다.

숲도 나무들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노령화되고 세대교체가 필요하다.

노령화된 나무는 탄소중립 측면에서 바라봐도 거의 탄소를 흡수하지 않아 탄소흡수원으로서 가치 역시 크게 떨어진다.

올해 3월 발표된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보면 흡수원 부문은 2018년 4130만 톤에서 2030년 2670만 톤으로 35.4%가 감소한다.

한국의 산림이 70~80년대에 집중적으로 조성돼 수령 30~50년 나무가 76%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는 평균적으로 수령 20년 때 헥타르(ha)당 이산화탄소 11.5톤을 흡수하지만 수령 60년이 넘어가면 헥타르당 흡수량은 5.6톤 정도로 반토막이 난다.

따라서 무분별한 벌채가 아닌 적절한 수준으로 목재를 수확해 이용하고 새로운 숲을 조성해 숲의 세대교체를 촉진하는 일은 산불 대응뿐 아니라 기후대응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산림청 역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통해 “산림순환경영으로 탄소 흡수, 저장기능을 증진시키겠다”며 “조림, 숲가꾸기, 목재 수확 확대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산불이 기후위기 앞당긴다] (3)산림에서 산림자원으로, 선순환 고리 만들어야

▲ 적절한 목재 채취를 통한 숲의 순환은 산불 방지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 대응에도 긍정적이다. 탄소중립 추진에 따른 친환경 바람을 타고 목재는 이제 고층건물의 재료로도 사용될 정도로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국토의 60% 이상이 산림이지만 목재 자급률이 15%에 불과한 한국이 목재 활용에 더욱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까닭이다. 사진은 2017년 캐나다 밴쿠버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에 지어진 18층 규모의 목조건물 기숙사.

◆ 높아지는 목재의 몸값, 한국은 국토 60% 이상이 산림이지만 목재 자급률은 15%에 불과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요구가 거세지면서 목재의 수요는 늘고 있는데도 한국은 산림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숲의 순환을 촉진하는 관리를 절실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세계 육지에서 산림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30% 정도인 데 비해 한국은 국토의 63%가 산림이다.

세계 평균을 두 배 가까이 웃돌 정도로 국토 내 산림의 비중이 높으면서도 한국의 목재 자급률은 15%에 불과하다.

반면 친환경 소재로서 목재의 가치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같은 소품의 재료를 대체하는 데서부터 건축재료까지 목재를 활용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세계 곳곳에서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2017년 밴쿠버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에 18층 규모, 높이 53m 규모의 목조 기숙사가 건설됐고 스위스, 호주 등에서는 높이 100m 이상 목조건물이 들어서기도 했다.

일본은 2041년까지 350m, 70층 규모의 건물을 목조로 짓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플라스틱 대체와 관련해서도 미국 메릴랜드 대학 연구진이 나무판을 투명하게 만드는 ‘목재 투명화 기술’을 내놓는 등 기술 연구도 진척을 보고 있다.

산불 대비를 위한 산림순환은 물론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도 국내에서의 목재 생산량 확보가 점점 중요해지는 상황인 셈이다.

현재 국제사회에서는 자국산 나무로 만든 목재 제품만을 대상으로 탄소저장량 산정에서 인정해 주고 있는 데다 국산 목재는 이동 거리가 짧아 탄소배출향 산정에서 유리하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국산 목재의 생산량 확보는 더욱 시급하다.

김영환 산림과학원 연구관(임학박사)는 “나무를 벌채하기에 적절한 수령인 벌기령이 대략 50년 정도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국 산림의 수목 상당수가 벌기령에 들어섰다”며 “임도(임간도로) 확보 등 산림 관리를 위한 기반시설 확보와 함께 친환경적 벌채 방식 등 적절한 목재수확 방법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
 
[편집자주]

식목일을 앞두고 전국이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과거와 달리 산불의 피해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지만 멀리 떨어진 곳에서 뉴스로만 소식을 접한 사람들에게는 산불이 그저 다른 지역의 재난일 수 있다.

하지만 산불은 특정 지역의 재난에 그치지 않는 전 지구적 문제다. 지구의 기후에 직접 영향을 주고 변화된 기후를 연료로 삼아 더욱 거세게 번지는 것이 산불이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산불이 기후와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는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산불이 기후위기 앞당긴다] (1)원인과 결과로 맞물린 악순환, 기온 상승과 산불
[산불이 기후위기 앞당긴다] (2)한국 산림 특성 고려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
[산불이 기후위기 앞당긴다] (3)산림에서 산림자원으로, 선순환 고리 만들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