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이 기후위기 앞당긴다] (1)원인과 결과로 맞물린 악순환, 기온 상승과 산불

▲ 2023년 들어 한국의 산불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산불의 빈도가 늘고 규모가 커진 데는 기후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산불로 발생한 온실가스와 산림파괴는 다시 기후변화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진은 3일 서울 종로구 인왕산 일대에 발생한 산불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잔불을 정리하는 모습. <연합뉴스> 

 
[편집자주]

식목일을 앞두고 전국이 산불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과거와 달리 산불의 피해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지만 멀리 떨어진 곳에서 뉴스로만 소식을 접한 사람들에게는 산불이 그저 다른 지역의 재난일 수 있다.

하지만 산불은 특정 지역의 재난에 그치지 않는 전 지구적 문제다. 지구의 기후에 직접 영향을 주고 변화된 기후를 연료로 삼아 더욱 거세게 번지는 것이 산불이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산불이 기후와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는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산불이 기후위기 앞당긴다] (1)원인과 결과로 맞물린 악순환, 기온 상승과 산불 
[산불이 기후위기 앞당긴다] (2)한국의 산림 특성 고려한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
[산불이 기후위기 앞당긴다] (3)산림에서 산림자원으로, 선순환 고리 만들어야

[비즈니스포스트] 올해도 봄과 함께 불청객 ‘산불’이 함께 찾아왔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더욱 빈번해지고 대형화된 산불은 다량의 온실가스 배출, 탄소흡수원 파괴 등으로 기후변화를 앞당긴다. 결과와 원인이 맞물린 악순환의 고리인 셈이다.

3일 오후 2시 기준으로 전국 8곳에서 산불 진화 작업이 벌어지고 있다.

서울 인왕산에서 전날 발생한 산불은 25시간 만인 3일 낮 1시 반쯤에 완전히 꺼졌다. 하지만 충남 홍성과 금산, 대전, 경북 군위 등에서 발생한 산불은 여전히 진화 작업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 올해 산불 발생건수, 평년 대비 2.5배 "봄 기온 상승이 주요원인" 

건조한 날씨와 기온의 상승에 따라 봄철에는 산불이 자주 발생한다. 하지만 근래 들어 산불 발생 건수가 크게 늘었고 몇 년에 한 번 일어날 규모의 대형산불까지 잦아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산불 경보는 1단계 ‘관심’, 2단계 ‘주의’, 3단계 ‘경계’, 4단계 ‘심각’ 등 네 단계로 분류된다. 3단계인 경계부터는 예상 피해면적이 100헥타르(ha) 이상인 대형산불이다.

2017년 이후 피해면적 100ha 이상인 대형산불은 7년 연속으로 발생하고 있다.

2023년 들어서는 1, 2월 두 달 동안 228건의 산불이 발생했다. 최근 10년 같은 기간 평균 대비 2.5배에 이르는 수치다.

2일 하루 동안에는 전국에서 올해 들어 가장 많은 수치인 34건의 산불이 발생하기도 했다.

◆ 산불 피해 커지는 이유는 기후변화, 유엔환경계획 "2100년까지 대형 산불 50% 증가"

날로 심각해지는 산불의 주요 원인으로는 기후변화가 꼽힌다.

기후변화가 산불 자체의 발생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으나 산불의 발생 빈도를 늘리고 피해 규모를 키우는 중요한 요인이라는 데는 전문가들이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온실가스 증가에 따른 지구의 표면온도 상승으로 기후가 건조해지고 건조해진 기후는 토양과 초목의 수분을 줄이기 때문에 산불이 더욱 쉽게 발생하고 더 빨리 확산하게 된다는 것이다.

윤진호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는 “산불과 관련해 확실한 기후적 신호는 지난 40년 동안 계속 상승한 온도를 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윤 교수는 “봄철 온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해서 산불위험도를 높이고 있으며 특히 올해 3월의 온도는 다른 달과 비교했을 때에도 확실히 강한 신호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산불 피해의 확대는 한국뿐 아니라 세계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세계 각국은 이전과 비교해 훨씬 대형화된 산불에 더욱 빈번한 고통을 받고 있다.

호주는 2019년 9월부터 2020년 2월까지 7개월 동안 이어진 전례 없는 산불을 경험했고, 미국은 지난해 7월 캘리포니아주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산불로 국가 비상사태까지 검토했다. 

유엔환경계획(UNEP)는 지난해 2월 내놓은 세계 산불 보고서에서 “기후와 토지 사용의 변화로 산불은 더욱 빈번해지고 강도도 세질 것”이라며 “전체 산불 가운데 대형 산불의 비중은 2030년 14%, 2050년 30%, 2100년에 50%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바라보기도 했다.

◆ 산불은 산림을 탄소 흡수원에서 배출원으로 바꿔, 오존층 파괴로 기온 상승 유발도 

기후변화가 불러온 산불의 빈도 상승과 피해 규모 확대가 다시 기후변화를 가속한다는 점은 더욱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산불이 발생 자체로 막대한 양의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데다 주요 탄소흡수원인 산림을 파괴하는 결과까지 불러오기 때문이다.

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소나무 숲 100㎡가 불타면 자동차 7대가 1년 동안 배출하는 온실가스 규모인 이산화탄소 54톤 정도가 배출된다.

2022년 국내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인 경북 울진 및 강원 삼척 지역 산불로 131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산화탄소 131만 톤은 중형차 220만 대가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동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규모와 맞먹는다.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규모의 산불 피해를 보면 산불이 지구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분명해진다.

미국 메사추세스공과대학, 콜로라도주립대 등으로 구성된 연구진은 2023년 3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 2019~2020년 호주 산불로 지구 오존층의 3~5%가 파괴됐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오존층의 파괴는 지구로 들어오는 자외선의 양을 늘려 세포 파괴 등 생물에 직접적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기온 상승도 함께 유발한다.

연구를 진행한 수잔 솔로몬 메사추세스공과대학 수석연구원은 “산불로 발생한 연기 입자에 의한 오존층 파괴는 매년 봄에 남극의 오존 구멍이 형성되는 과정과 비슷하지만 그 기온은 훨씬 더 높은 상태”라며 “일시적 오존층 손실은 곧 회복되지만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다시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