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 선거 개표 임박, LG엔솔 SK온 배터리공장에 변수

▲ 미국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위원장 선거 결과가 이른 시일에 발표된다. 결선투표 후보에 오른 레이 커리 현 위원장(왼쪽)과 숀 페인 후보.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산업 노동조합인 전미자동차노조(UAW)가 역사상 처음으로 조합원 직접투표를 통해 위원장을 선출한다. 이른 시일에 선거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가 당선자를 발표한 뒤 강성 노조의 성격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미국에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신설하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한국 배터리업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7일 전미자동차노조에 따르면 1월12일부터 우편 방식으로 진행된 조합원 투표가 현지시각으로 2월28일 마무리된다. 개표는 3월1일부터 시작된다.

이번 투표는 88년에 이르는 전미자동차노조 역사상 처음으로 조합원 직접투표를 통해 당선되는 새 위원장을 선출하기 위해 이뤄진다.

이미 지난해 말 투표가 이뤄졌지만 과반수 득표자가 없어 최종 후보 2명을 두고 결선투표가 진행됐다. 최종 당선자는 개표가 마무리되는 대로 발표된다.

당시 레이 커리 현 위원장의 득표율은 38%에 그쳤고 나머지 4명의 후보가 총 62%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득표율을 보인 숀 페인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커리 위원장과 맞붙는다.

전미자동차노조는 미국 자동차산업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추고 있으며 포드와 GM, 스텔란티스 등 미국에 생산공장을 운영하는 기업에 특히 중요하다.

상당한 강성 노조로 평가받는 전미자동차노조가 공장 근로자들의 임금 인상 등 요구를 강력하게 앞세우면서 단체행동을 주도해 성과를 거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GM은 최근 4만2300명에 이르는 공장 근로자들에게 2022년 초과이익을 분배한다는 명목으로 최대 1만2750달러(약 1680만 원)의 성과금을 지급했다. 지난해보다 2500달러 늘어난 것이다.

포드는 5만6천 명가량의 근로자에게 각각 9176달러의 보너스를 제공했고 스텔란티스는 4만500명 안팎에 각각 1만4760달러씩을 지급했다.

조사기관 집리쿠르터에 따르면 전미자동차노조 소속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2021년 말 기준으로 시간당 25달러, 연봉은 평균 5만2771달러로 집계됐다. 현재 미국 제조업 분야의 평균 시급이 14달러에 그치는 것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전미자동차노조가 그만큼 근로자들의 임금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 자동차기업뿐 아니라 현재 미국에 합작법인 형태로 여러 곳의 배터리 생산공장을 신설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가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GM 오하이오 배터리 합작공장에서 대표교섭 지위를 확보한 데 이어 다른 배터리공장에도 정식 노조 설립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레이 커리 위원장은 결선투표가 진행되는 동안 LG에너지솔루션 및 GM의 합작법인과 임금 협상을 주도하며 근로자 평균 임금을 현재의 2배 가깝게 높이겠다는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결선투표에서 커리 위원장이 연임을 확정짓는다면 이런 주장을 더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미국에 설립되는 다른 배터리공장에도 비슷한 요구를 내놓게 될 공산이 크다.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 선거 개표 임박, LG엔솔 SK온 배터리공장에 변수

▲ LG에너지솔루션과 GM 합작법인 얼티엄셀즈의 미국 오하이오 배터리공장.

경쟁자인 숀 펜 후보가 위원장에 새로 취임하는 경우에도 전미자동차노조가 임금 인상 등 요구에 수위를 낮추기보다 오히려 더 힘을 실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숀 펜 후보는 레이 커리를 비롯한 전미자동차노조의 기존 고위 임원들이 자동차기업들과 타협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하며 더욱 강경한 태도를 앞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아메리칸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 스티븐 실비아는 칼럼 전문지 더컨버세이션을 통해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 선거는 더 많은 임금과 파업, 그리고 자동차 가격 인상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전미자동차노조 위원장에 누가 당선되든 처음으로 조합원 직접투표를 거쳐 선출되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자동차업체와 협상에서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존재감을 증명하려 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선거에서 이미 당선이 확정된 마가렛 목 전미자동차노조 사무총장은 “자동차기업들은 앞으로 더 새롭고 공격적으로 바뀐 노조를 상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자동차산업의 중심이 내연기관에서 전기차 중심으로 전환하는 흐름에 맞춰 전기차 관련 분야에서도 조합원의 권익을 확보하도록 하는 데 집중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의 배터리 생산공장이 모두 노조의 '타겟'으로 자리잡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임금 인상 요구나 노사 갈등에 더 적극적으로 대비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

전미자동차노조는 이미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설립하는 다른 공장에도 노조 설립 가능성을 예고했고 SK온과 포드의 배터리 합작공장에도 정식 노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실비아 교수는 “미국 자동차기업들은 새로 설립하는 전기차 및 부품공장에 전미자동차노조가 들어서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막중한 과제를 안게 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