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테슬라 설 자리 좁아져, 경쟁 심화에 LG에너지솔루션도 영향권

▲ 중국 전기차 업계에서 BYD와 CATL 등 기업이 테슬라를 견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테슬라 상하이 전기차 생산공장 내부. <로이터>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업계를 중심으로 테슬라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BYD는 테슬라를 겨냥한 고가 전기차 라인업을 선보였고 CATL은 다른 자동차기업에 공급하는 배터리 가격을 낮췄다.

테슬라가 중국시장에서 전기차 수요를 확보하기 어려워지거나 가격 경쟁에 더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선다면 배터리 협력사인 LG에너지솔루션도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 관영매체 차이나데일리는 20일 “테슬라의 제한적인 전기차 라인업은 큰 약점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중국에서 경쟁사의 공세를 피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차이나데일리는 테슬라가 중국에서 여전히 '모델3'과 '모델Y' 등 두 종류의 전기차만 판매하고 있어 다양한 신차를 잇따라 선보이고 있는 중국 자동차기업들에 뒤처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테슬라가 최근 중국시장에서 전기차 가격을 대폭 낮춰 내놓은 점도 중국에서 갈수록 치열해지는 전기차 시장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차이나데일리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BYD를 비롯한 경쟁사가 낮은 가격의 신차를 선보이면 테슬라의 가격 인하 효과는 단숨에 무효화되고 말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20일 테슬라 전기차의 안전성 문제가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제기되면서 판매량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보도를 내놓았다.

최근 중국에서 테슬라 차량의 브레이크 고장이 원인으로 의심되는 사망 사고가 발생한 데 따라 소비자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두 관영매체가 같은 날 테슬라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내용을 보도한 점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를 최근 중국 전기차 관련업계의 움직임과 맞물려 해석할 때 중국시장에서 테슬라를 밀어내기 위한 ‘여론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라고 해석하는 시각도 나온다.

세계 1위 전기차 배터리업체인 중국 CATL은 최근 현지 고객사들에 공급하는 배터리 가격을 낮추는 새 계약을 맺었다. 니오와 리오토, 지커 등 주요 전기차기업이 대상이다.

그러나 CATL은 핵심 고객사에 해당하는 테슬라를 배터리 가격 인하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테슬라는 중국 상하이공장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CATL과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를 탑재한다.

CATL이 중국에서 테슬라의 주요 경쟁사로 꼽히는 기업에만 배터리 가격을 낮춰 공급하는 일은 자연히 테슬라가 가격 경쟁력이나 수익성을 확보하기 더욱 어려워지는 결과로 이어지게 된다.

지난해 테슬라를 제치고 중국 전기차 1위 기업에 오른 BYD는 테슬라의 현지 주요 고객층을 직접적으로 겨냥하는 사업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에서 테슬라 설 자리 좁아져, 경쟁 심화에 LG에너지솔루션도 영향권

▲ 중국 BYD 고가 전기차 '양왕 U8' 이미지.

BYD는 최근 온라인 행사에서 고가 전기차시장에 처음으로 진입한다고 발표하며 가격이 최대 150만 위안(약 2억8천만 원)에 이르는 새 라인업 ‘양왕’시리즈 차량을 선보였다.

중국에서 테슬라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던 고가 전기차 수요를 흡수해 가격 경쟁에서 벗어나고 차별화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는 것이다.

닛케이아시아는 BYD가 양왕 브랜드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고급차 중심으로 기업 이미지를 바꿔내겠다는 목적도 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BYD는 배터리와 전기차를 모두 직접 개발하는 수직계열화 구조를 갖추고 있으며 지난해 중국에서 연간 220%에 이르는 출하량 증가율을 기록할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고가 전기차시장까지 진출을 확대한다면 테슬라에 더욱 강력한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 BYD를 가장 중요한 경쟁사 가운데 하나로 언급했을 정도다.

2022년 기준으로 테슬라의 중국 매출이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22%를 차지했다. 절반 가까운 매출을 책임지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중요한 시장에 해당한다.

지금과 같이 테슬라를 시장에서 밀어내기 위한 중국 전기차 및 배터리업계의 시도가 이어진다면 실적에 큰 리스크를 안게 될 수밖에 없다.

테슬라의 중국 판매 실적은 LG에너지솔루션에도 영향을 미치는 변수에 해당한다. 테슬라 전기차 판매량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공급 물량이나 단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만약 테슬라가 BYD 등 경쟁사에 밀려 전기차 판매 부진을 겪거나 가격 경쟁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사들에 배터리를 비롯한 부품 단가 인하를 요구한다면 LG에너지솔루션도 영향권에 놓일 수 있다.

로이터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최근 중국 상하이 전기차공장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협력사를 향해 가격을 낮춰달라는 주문을 내놓았다.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배터리 공급업체가 이런 요구를 받아들였는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