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투스 'SM 경영권 분쟁'에 주목, 지분투자 송재준 캐스팅 보터 부상

▲ 송재준 컴투스 대표이사의 투자 전략이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다툼 상황에서 빛을 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송재준 컴투스 대표이사의 투자전략이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다툼에서 빛을 보고 있다.

하이브와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대전이 한층 더 치열해질수록 경영권 향방에서 컴투스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컴투스는 지난해 진행한 SM엔터테인먼트에 대한 투자로 재무적 이득뿐만 아니라 사업적 기회도 얻을 가능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컴투스는 지난해 11월 SM엔터테인먼트 지분 99만 주(약 4.2%)를 매입했다.

당시 컴투스는 SM엔터테인먼트의 가치가 저평가돼 있어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투자 이유를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SM엔터테인먼트와 사업적 시너지 창출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컴투스는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시장가격에 장내 매입했는데 지분 취득 사실을 공개한 지난해 11월1일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은 6만6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1월 이후 큰 변동이 없었던 SM엔터테인먼트 주가는 올해 1월 중순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 SM엔터테인먼트가 행동주의펀드인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멀티 프로듀싱 체제' 도입을 선언하며 이수만 창업자와 관계 단절을 암시한 영향으로 풀이됐다.

게다가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선언한 뒤로 주가는 더욱 크게 뛰기 시작해 17일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은 13만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송재준 대표가 SM엔터테인먼트의 경영권 다툼까지 내다본 것은 아니겠지만 매입 당시보다 2배 가까이 주가가 올랐으니 결과적으로 재무적 이득을 크게 본 셈이다.

컴투스는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정리를 통해 시세차익을 남기는 것에 대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는 컴투스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상황을 맞아 의결권을 행사해 새로 선임되는 경영진과 사업협력을 꾀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송 대표는 10일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추가로 취득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며 "(3월 SM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지 여부도 아직 검토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송 대표는 의결권 행사 가능성은 열어놨다.

그는 "향후 필요하다면 주주이익, 사업영역인 컴투버스와 엑스플라, 콘텐츠 등에서 사업적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앞으로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의 행방은 하이브-이수만 연합과 SM엔터테인먼트 현 경영진-카카오-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연합간 표 대결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이수만 창업자의 반대편에 섰던 국민연금과 KB자산운용은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각각 8.96%, 5.12% 들고 있는데 이번에는 누구의 편을 들지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일반주주들의 지분이 70%에 달하는 상황에서 SM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하이브가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인 12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 상태가 계속 유지된다면 일반주주들이 하이브의 공개매수에 응할 이유가 없어져 하이브가 일반주주들로부터 SM엔터테인먼트 지분 25%를 매입하겠다는 계획에는 차질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수만 창업자가 SM엔터테인먼트 이사회를 상대로 제기한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되면 싱거운 싸움으로 끝나겠지만 기각되면 카카오의 지분 취득이 인정되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이 불가피해 보인다.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양쪽 모두 컴투스가 보유한 4.2%의 지분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컴투스가 양측의 구애를 받을 경우 송 대표는 추후 사업 협력이라는 선물을 얻어낼 수도 있다. 컴투스 입장에서는 하이브와 카카오 어느 쪽이 경영권을 확보하든 사업적 시너지 창출의 길은 열려 있기 때문이다.

컴투스는 게임회사를 넘어 종합콘텐츠기업으로 도약을 꿈꾸며 드라마·영화 등 미디어와 메타버스, 블록체인 사업 등에 투자하고 있다.

카카오그룹은 계열사를 통해 게임과 미디어, 웹툰·웹소설 콘텐츠, 블록체인 분야 등에서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까지 사업을 넓혀가고 있다.

하이브 역시 지난해 게임분야에 도전을 선언해 컴투스와 접점이 생겨날 여지가 충분하다. 또한 컴투스는 하이브의 연합군이라 불리는 네이버와도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서 협업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컴투스 관계자는 "최초 주식 취득할 때 밝힌 것처럼 특정 방향으로의 의결권 행사를 위한 목적이 없다는 입장은 현재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