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지동섭 SK온 대표이사 사장이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입지를 키우기 위해 3조 원 규모로 예상되는 해외자금 유치에 온 힘을 다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은 올해만 7조 원을 생산능력 확충에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등 당분간 지속해서 큰 돈이 필요한 상황에 놓여 있다.
  
올해만 7조 필요한 SK온, 지동섭 경쟁력 위한 대규모 해외자금 유치 사활

▲ 지동섭 SK온 대표이사 사장(사진)이 원활한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추가 투자금 마련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SK온은 최근 2조8천억 원을 수혈했고 미국에서도 조 단위의 정책자금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큰 만큼 지 사장이 3조 원 해외자금 유치에만 성공한다면 크게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배터리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SK온은 영업흑자 달성보다 투자금 추가 유치가 최대 당면 과제라는 시각이 많다. 

SK온은 신규 공장 가동 비용 및 수율 문제로 아직 영업손실을 보고 있다. 물론 영업흑자 전환은 매우 중요하지만 배터리 후발주자인 SK온이 겪는 당연한 문제라는 시각도 있다. 

SK온은 영업흑자 전환에 필수 요소로 여겨지는 수율 개선을 위해 여러 방면으로 힘쓰면서 2024년 영업이익 달성을 자신하고 있다.

이에 2025년을 기점으로 과점화가 예상되는 배터리 산업에서 SK온이 생산능력 확장 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과제로 여겨진다.

지 사장은 2025년 SK온을 글로벌 3위 배터리 공급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목표 아래 연간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을 2022년 88GWh(기가와트시)에서 2025년 220GWh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지 사장은 해외자금 유치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로이터는 최근 SK온이 글로벌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최대 3조 원의 투자유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SK온은 다수의 국내외 투자자와 4월 마무리를 목표로 신주 발행과 관련한 조건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선 SK온의 투자유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할 수 없지만 금융시장 환경은 점차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배터리업계 한 관계자는 “거시경제 상황을 쉽게 예측할 수 없지만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끝이 언급되는 등 지난해보다는 투자심리가 살아날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며 “무엇보다 배터리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확실한 만큼 자금이 배터리쪽으로 유입될 유인은 크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SK온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국내 및 글로벌 투자자 유치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투자 규모나 일정 등이 확정된 것은 없다”며 “투자유치가 확정되는 대로 시장과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대규모 해외자금 유치를 성공적으로 완수할 수 있다면 지동섭 사장은 자금 운용 측면에서 한결 숨통이 트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최근 유상증자를 통해 2조8천억 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2조 원을, 한국투자PE 등 재무적 투자자가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로 8천억 원을 출자했다.

SK온은 재무적 투자자를 상대로 한 프리IPO(상장전 지분투자)를 통해 5천억 원의 추가 조달을 순조롭게 추진하고 있다. 3조 원 규모의 해외자금 유치까지 더하면 최대 6조3천억 원가량의 자금을 우선 확보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SK온과 미국 포드의 배터리 합작법인 블루오벌SK는 미국 정부에 수조 원대 정책자금 대출을 신청해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미국 에너지부의 첨단기술차량제조(ATVM) 대출 프로그램으로 미국이 자국 첨단산업 육성을 위해 2007년부터 운영한 대출사업이다. 신청한 사업비의 30% 규모까지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에 대출이 가능하다.

블루오벌SK의 미국 배터리 3개 공장의 사업비가 모두 15조 원에 이르는 만큼 SK온은 3조~5조 원가량의 대출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블루오벌SK의 배터리사업은 지난해 말 정책자금 대출 관련 절차 가운데 하나인 환경평가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올해 상반기 안에 대출이 실행될 가능성이 크다.

또 지 사장에게는 정유사업 호조에 지난해 역대 최대 영업이익(3조9989억원)을 냈고 지속적 지원 의지를 비치고 있는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이 든든한 뒷배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SK온 유상증자에 2조 원 규모로 참여하면서 “SK온이 확실한 고객사 물량 수주로 사업 확장을 가시화하는 상황에서 차질없는 투자금 확보로 성장세에 속도를 더할 것”이라며 “모회사 직접 투자를 통해 배터리사업 관련 시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SK온은 올해 설비투자(CAPEX)에 7조 원을 사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를 모두 포드와 합작법인인 블루오벌SK(BlueOvalSK)를 통해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미국 공장 3곳(129GWh)을 포함한 글로벌 생산능력 확대에 활용한다.

최근 SK온과 깊은 협력관계를 맺어온 포드가 본격적으로 중국 기업으로 배터리 공급망을 늘린 점도 원활한 투자의 중요성을 키우는 부분이다.

CATL이 SK온과 다른 저가형배터리인 리튬인산철(LFP)배터리를 공급하기 때문에 당장은 SK온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동화 확장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는 포드가 가격 경쟁력을 중요시 여겨 CATL의 배터리 탑재를 늘린다면 장기적으로 SK온이 공급하는 물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SK온이 포드와 추진하던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공장 계획이 무산된 터라 SK온 배터리사업을 향한 시장의 주목도가 더욱 커지기도 했다. 다만 이런 관측이 지나친 우려라는 시각도 있다.

전우제 KB증권 연구원은 “SK온의 튀르키예 투자 취소는 자금 부족보다는 투자 재배분으로 해석된다”며 “배터리 시장이 셀러스 마켓(공급자 우위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어 향후 투자는 수익성 위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배터리업계 다른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기업들이 LFP배터리를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장하고 있지만 국내 배터리기업들의 고성능 하이니켈 배터리는 이미 확실한 경쟁력을 입증했다”며 “시장이 워낙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완성차기업과 배터리기업의 이합집산도 당연한 흐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