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채권단 졸업 1년’ 박정원 재무안정화 성과, 주력 사업도 순항

▲ 두산그룹이 채권단 관리체제 졸업 1년 만에 단단한 재무구조를 다지는 데 성공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단단한 재무체력을 바탕으로 올해 반도체와 첨단 신사업에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원 회장은 두산테스나를 앞세운 반도체테스트사업과 자체 전자소재사업 및 신사업 자회사 3곳의 첨단 신사업 부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과거 채권단 관리체제 아래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거친 데다 지난해 호실적을 바탕으로 내실을 다진 만큼 기존 그룹의 핵심이었던 에너지, 건설기계에 이어 반도체 테스트와 첨단 신사업을 통한 미래 성장동력 마련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10일 두산그룹 안팎에 따르면 박 회장은 지주사 두산을 포함해 주력 계열사들의 재무체력을 눈에 띄게 탄탄히 다졌는데 앞으로도 이런 흐름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두산은 지난해 말 연결기준 부채비율 156%, 순차입금 4조5277억 원을 나타냈다. 채권단 관리체제에 돌입한 2020년 말과 비교하면 부채비율은 136%포인트 낮아졌고 순차입금은 4조2940억 원이나 줄었다.

두산밥캣을 아래에 둔 핵심 계열사 두산에너빌리티도 연결기준으로 지난해 말 부채비율 129%, 순차입금 3조4047억 원을 기록했다. 2020년 말 부채비율 260%, 순차입금 7조4075억 원과 비교해 각각 절반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이는 박 회장이 2020년 3월부터 시작된 채권단 관리체제 아래에서 추진한 자산 매각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계열사들의 최근 호실적이 밑바탕이 됐다.

박 회장은 당시 두산인프라코어를 포함해 다수의 자산을 매각해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3조 원 이상을 확보했고 두산에너빌리티는 1조15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했다. 그 결과 2022년 2월 23개월 만에 채권단 관리체제에서 졸업했다.

두산은 지난해 2019년 이후 3년 만에 영업이익 1조 원을 회복하며 빠르게 경영 정상화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두산에너빌리티도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낸 두산밥캣에 힘입어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장익수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두산그룹은 대규모 자구노력을 바탕으로 계열사 전반의 재무구조가 안정화했다”며 “각 사업분야에서 우수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양호한 실적 흐름을 유지하고 현재 수준의 재무안정성을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단단한 재무체력과 기존 사업에서 안정적으로 이익을 창출하고 있는 만큼 박 회장이 향후 신사업 투자를 통한 성장동력 마련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여건이 충분히 갖춰진 셈이다.

박정원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지난 몇 년 동안 내실을 다진 결과 기회를 포착하면 먼저 치고 나갈 수 있는 재무적 여건을 상대적으로 잘 갖췄다”며 “비즈니스 모델 발굴, 새로운 시장 진출 기회를 적극적으로 모색하자”고 신사업 추진 의지를 나타냈다.

두산은 9일 2022년 실적발표 뒤 내놓은 IR자료를 통해 두산그룹 중장기 전략으로 ‘에너지, 기계, 반도체·첨단사업을 3개 축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그룹 핵심사업인 두산에너빌리티 및 두산퓨얼셀의 에너지사업과 두산밥캣의 건설기계사업에 이어 반도체와 전자소재, 로봇 등 중장기 그룹 체질 개선을 위한 신사업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두산그룹 ‘채권단 졸업 1년’ 박정원 재무안정화 성과, 주력 사업도 순항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사진)이 단단해진 재무구조를 기반으로 중점을 두고 있는 반도체 및 첨단 신사업 분야에 더욱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우선 지난해 4월 인수를 마무리한 두산테스나(옛 테스나)를 통해 반도체 관련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두산테스나는 반도체 생산의 후공정인 테스트 분야 전문기업으로 국내 웨이퍼 테스트 분야의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이 고객사다.

박 회장은 두산테스나의 반도체 테스트사업에 2027년까지 1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해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지난해 6월 경기도 서안성 두산테스나 사업장을 직접 찾아 웨이퍼 테스트 라인을 꼼꼼히 살폈을 정도다.

두산테스나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각각 34%, 24% 성장하며 박 회장의 기대를 키우고 있다. 특히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당초 시장 기대치를 20%가량 뛰어넘으며 성장세를 가시화하고 있다.

두산의 자체사업인 전자BG(비즈니스그룹)의 전자소재 사업과 두산로보틱스를 앞세운 자회사 신사업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두산 전자BG는 지난해 퀄컴에 납품할 5G 안테나 패키지(AiP)를 본격 양산하는 등 반도체와 통신장비 소재에서 고부가·고품질(High-end) 제품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또 패턴드플랫케이블(PFC, 전기차배터리 최소 단위인 셀을 연결하는 소재)을 중심으로 가파른 시장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로 발을 넓히고 있다. 두산 전자BG는 전기차배터리 소재 등 내부 신사업 분야의 2026년 매출을 지난해보다 58%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를 뒀다.

신사업 자회사 가운데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점유율을 기존 5위에서 4위로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말 오너4세 박인원 사장을 대표로 선임하며 협동로봇 사업에 힘을 싣는 인사를 실시했다. 미국과 함께 주요 시장인 유럽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악조건 속에서도 2022년 매출을 1년 전보다 22% 확대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두산그룹의 재무구조 개선으로 금리 상승기에 대응할 수 있는 체력을 갖췄다”며 “전자BG는 올해부터 패턴드플랫케이블 성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면서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태고 두산로보틱스등도 높은 성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