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일대일재건축이 서울 강남 일대에서 새로운 도시정비사업 트렌드로 떠오른다.

일대일재건축은 일반분양 물량이 거의 없거나 기존 세대수를 유지하는 방식을 말한다. 조합원들이 당장 내야 하는 분담금이 높지만 재건축 규제를 피할 수 있는 만큼 결과적으로 부담이 줄어 서울 강남 등 부촌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1:1재건축 강남 재건축 트렌드 되나, 조합원 부담 낮추고 고급화 전략 주목

▲ 일대일재건축이 서울 강남 일대 재건축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일대일재건축으로 지어진 서울 이촌동 '래미안첼리투스'. <네이버> 


1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대치 선경 1·2차 아파트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추진위)는 11일 주민설명회를 열고 일대일재건축 사업방식 결정을 추진한다. 

대치 선경1·2차 아파트는 1983년 준공돼 12개 동, 1034세대로 구성됐다. 추진위는 일반 재건축사업을 해도 일반분양물량이 100세대에 미치지 못해 이익이 크지 않을 것으로 바라보고 일대일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조합은 일반적으로 일반분양을 통해 사업비와 공사비를 지급하고 조합원의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한다.

하지만 최근 분양경기가 얼어붙으며 분양성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조합원 분담금을 더 내더라도 장기적으로 고급화·랜드마크 전략을 통해 부동산 가치를 높이는 것이 더 낫다는 판단이 확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대일재건축을 추진하면 재건축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 

우선 일반분양이 30세대 미만이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다. 건축비 한도가 없는 만큼 특화설계를 적용하고 커뮤니티 시설을 확대해 고급화 전략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일대일재건축이 매력적으로 꼽히는 가장 큰 이유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를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반분양 수익이 빠지는 만큼 초과이익 부담금이 대폭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과이익환수제는 재건축조합 등이 사업을 통해 얻은 이익에서 인근 주택 가격상승분과 비용 등을 제외한 초과이익이 1인당 3천만 원을 넘기면 10~50%를 환수하는 제도다. 초과이익 산정 시점은 재건축조합 추진위원회 승인일부터 준공 시점까지다. 

다만 서울 부촌에 위치한 재건축 단지의 초과이익 부담금이 수억 원대로 높아 재건축사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 한강맨션 1인당 초과이익 부담금은 7억7710만 원, 성동구 장미아파트 4억6328만 원, 서초구 반포아파트는 4억2천만 원에 이른다.

정부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지난 2022년 9월29일 ‘재건축부담금 합리화 방안’을 내놓았지만 재건축 조합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한 데다 초과이익환수제 개편안이 국회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조합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에 여전히 부담을 느끼고 있는 이유다.

더욱이 일대일재건축 성공사례도 다시 조명되면서 분양시장이 얼어붙고 있을 때 재건축사업을 통해 장기적으로 부동산가치를 올리는 방안이 현실적이란 판단을 조합에서 내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 사례가 부촌 서울 이촌동의 ‘래미안첼리투스’다. 1974년 지어진 렉스아파트를 재건축한 것으로 당시 세대당 분담금은 5억7천만 원이었다. 기존 전용면적 121㎡ 460세대가 124㎡ 460세대로 재건축됐다. 

지상 56층, 최고높이 201m로 지어졌고 카페, 피트니스센터, 골프장, 독서실 등 커뮤니티시설에 스카이브리지로 각 동을 쉽게 오갈 수 있도록 해 한강변 입지 아파트 가운데서도 최고급 아파트로 인정 받았다.

2015년 7월 말 입주를 시작했을 때 매매가격은 17억~19억 원 수준이었지만 국토부 실거래가 기준으로 2022년 1월 50억9998만 원에 거래됐다. 5년 만에 3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이 뒤에 실거래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KB부동산에 따르면 2023년 1월 기준 래미안첼리투스 시세는 45억 원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다만 일대일재건축을 추진할 때 당장 내야할 조합원 분담금이 커 사업추진이 쉽지 않다. 재건축 조합 설립을 위해서 75% 이상의 주민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대규모 재건축에서는 일대일재건축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진다. 

이에 분담금을 감당할 수 있는 부촌에서 추진되는 사례가 많다. 현재 삼성동 홍실아파트, 압구정3구역(현대아파트) 등에서 일대일재건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일부 부촌에서 일대일재건축 추진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며 "미분양 위험을 해소할 수 있는데다 고급화를 통한 랜드마크를 세우려는 조합원의 의지가 있어 시공사 입장에서도 수익성 있는 사업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