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임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 롱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데 이어 3명의 후보로 압축될 숏리스트에도 포함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당초 금융업계에서는 우리금융지주가 회장 후보로 내부 인사에 더 무게를 둘 것으로 바라봤다.
최근 발표된 롱리스트에도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사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등 내부 5명,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 등 외부 3명이 포함됐다.
내부 인사 5명, 외부 인사 3명으로 숫자상으론 내부 인사가 더 많다. 27일 발표될 숏리스트에도 내부 인사 2명, 내부 인사 1명이 꼽힐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금융지주가 완전 민영화에 성공했음에도 정부에서 원하는 인사를 추천해 관치금융을 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시선이 나오며 우리금융지주 이사회가 외부 인사 선임을 부담스러워 해 내부에 더 무게를 뒀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임 전 금융위원장은 숏리스트에 포함될 유일한 외부 인사로 꼽히고 있는 만큼 부담을 안고 도전에 나설 수밖에 없다.
임 전 금융위원장이 경제관료 출신으로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오르게 되면 관치금융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 아니냐는 시선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임 전 금융위원장은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에서 학사 학위를,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미국 오리건주립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81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1999년부터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에서 일한 경제관료 출신으로 2007년에는 경제정책국 국장을, 2009년에는 대통령실 경제비서관, 2010년에는 기획재정부 제1차관, 2011년에는 국무총리실장 등을 맡기도 했다.
1999년 외환위기를 겪을 때 금융기업구조조정개혁반장으로 일하며 은행합병 등을 주도했고 금융위원장으로 일할 때는 취임사에서 국내 금융산업의 개혁을 주장하기도 했다.
임 전 금융위원장은 우리금융지주가 관치금융 논란에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해 2013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일한 경력을 더 부각할 것으로 여겨진다.
임 전 금융위원장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일한 2014년 우리투자증권 인수하는 등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해 애쓰기도 했다.
우리금융지주는 2023년 비은행 부문 강화를 위한 증권사 인수와 보험사 인수 등을 노리고 있어 비은행 부문 인수합병 경험이 많은 임 전 금융위원장이 강점을 보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임 전 회장의 존재가 부각되는 분위기 속에 우리금융지주 노동조합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노조는 이날 서울 용산구에서 성명서를 통해 “임 전 금융위원장은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으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일할 때 정부 고위관료 출신 인사를 임명해 구설수에 올랐다”며 “임 전 금융위원장은 과거 정부 모피아 출신으로 라임펀드 등 사모펀드 규제완화를 실시한 주범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 노조는 앞서 임 전 금융위원장의 롱리스트에 포함되자 “임 전 금융위원장은 우리은행 민영화를 할 때 금융위원장을 지내며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발표하며 핵심 키워드를 ‘자율경영’으로 말했고 우리은행의 성장 걸림돌이 정부의 경영간섭이라고 강조했었다”며 “이런 인사가 우리금융지주 수장 자리를 노린다면 스스로 관치를 입증하는 셈이다”고 말했다.
우리금융지주 노조는 “외부 인사 낙하산이 우리금융지주 수장이 되는 것은 정권 교체의 전리품처럼 나누려는 구태의연하고 추악한 시도다”며 “낙하산이 얼마나 조직발전에 위해가 되는지 깊게 경험한 적이 있어 전문성 없는 외부 인사의 보금자리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지주 노조는 앞서 회장 후보로 이름이 올랐던 조준희 전 YTN 사장에게도 금융인인지 언론인인지 알 수 없는 변신의 귀재라고 말하는 등 외부 인사를 비판하기도 했다.
우리금융지주 노조는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2018년 주 52시간 근무제를 은행권 최초로 도입했고 2019년, 2020년 노조와 임금·단체협상 교섭을 타결할 때도 마찰이 없어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손 회장이 금융당국의 잇따른 압박에 연임 도전을 포기한 셈이라 우리금융지주 노조는 정부의 입김이 닿은 외부 인사에 관한 반발심이 거세다.
임 전 금융위원장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일하며 ‘마찰 없는 소통의 리더십’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금융 현장의 목소리를 잘 듣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품이 온화하고 다정하며 기획재정부 비공개투표에서도 ‘닮고 싶은 상사’에 3번이나 뽑히는 등 직원들의 신망을 얻었다.
임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지주 노조와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회장 도전에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