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 그늘 드리운 포스코홀딩스, 리튬 투자 늘려 기업가치 높인다

▲ 지난해 태풍 피해로 포항제철소가 침수피해를 입는 등 어려움을 겪었던 포스코홀딩스는 올해 리튬사업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포스코가 아르헨티나 리튬 염호에서 탐사를 진행하는 모습. <포스코홀딩스>

[비즈니스포스트] 포스코홀딩스가 올해 리튬을 시장에 공급하고 투자도 가파르게 늘린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해 태풍 피해로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침수피해를 입으며 주력 철강사업에서 어려움을 겪었는데 올해 리튬사업 확대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을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주력계열사 포스코의 제품 판매단가 하락과 3천억 원 이상의 태풍 피해 복구 비용 등의 영향을 받아 4분기 수익성이 크게 악화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대차증권은 4분기 포스코홀딩스 영업이익이 지난해 4분기보다 85% 꺾인 3642억 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포스코의 올해 철강 업황은 지난해보다는 다소 개선되겠지만 여전히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포스코홀딩스가 올해 본격적으로 펼치는 리튬사업이 기업가치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대표이사 회장도 최근 신년사를 통해 "친환경 미래소재 분야에서는 본격적 시장 확대와 공급망 재편의 기회를 활용해 글로벌 성장 투자를 가속화하고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강화함으로써 경쟁우위를 극대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3월 지주사 포스코홀딩스 출범과 함께 발표한 그룹 7대 핵심사업에서 배터리소재와 함께 리튬·니켈 등 배터리소재 원료를 주력 사업인 철강 바로 뒤에 놓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최근 아르헨티나 살타주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의 염수리튬으로 수산화리튬을 상용화하는데 속도를 내고 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달 국내에서 수산화리튬을 생산·판매하는 포스코리튬솔루션을 새로 만들어 자회사로 편입했다. 포스코리튬솔루션은 포스코아르헨티나가 아르헨티나 염호에서 생산한 탄산리튬을 수입하고 국내에서 수산화리튬으로 가공해 판매하는 역할을 한다. 

포스코리튬솔루션은 올 상반기 탄산리튬을 수산화리튬으로 가공하는 광양에 공장을 착공해 2025년 하반기에 준공할 계획을 세웠다.

앞서 지난해 10월 포스코홀딩스는 이사회 승인을 받고 올해로 예정됐던 아르헨티나 염호 염수 리튬을 통해 수산화리튬을 생산하는 2단계 투자 사업을 앞당겨 실시하기로 했다. 투자비는 약 10억9천만 달러(약 1조5천억 원)다.

2단계 투자는 수산화리튬 연산 2만5천 톤 규모로 지난해 말 해발 4천 미터 아르헨티나 염호에 탄산리튬 생산공장을 착공했다. 포스코아르헨티나 공장에서 탄산리튬을 생산하면 포스코리튬솔루션이 국내에서 탄산리튬을 수산화리튬으로 전환하는 공장을 거쳐 양극재 기업에 공급하는 구조를 구축했다.

포스코아르헨티나 1단계 공장은 지난해 3월 아르헨티나 염호에 8억3천만 달러를 투입해 연산 2만5천 톤 규모로 내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1, 2단계 투자를 통해 포스코홀딩스는 2024년 말 5만 톤 수산화리튬 양산 체제를 갖추게 된다.

또 아르헨티나 염수 리튬 생산 연 10만 톤 체제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 3, 4단계 투자에도 속도를 낼 계획을 세웠다. 2028년 최대 10만 톤 규모까지 생산을 단계적으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리튬은 배터리 생산원가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양극재의 핵심 광물이다. 양극재의 원료로 사용되는 리튬은 탄산리튬과 수산화리튬으로 나뉜다. 

그동안 2차전지업계에서는 탄산리튬을 주원료로 하는 양극재를 주로 생산해왔다. 하지만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늘리기 위한 2차전지 기술이 발전하면서 니켈 함유량 80% 이상의 양극재가 개발되고 이에 쓰이는 수산화리튬의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염호 리튬 외에 광석 리튬과 관련해서는 호주에서 주로 생산되는 리튬 광석을 주원료로 자체 연구개발한 공정을 적용해 올해 말 전남 광양에 별도의 수산화리튬 공장을 준공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통해 포스코홀딩스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배터리 원료로 쓰일 수산화리튬을 공급하게 된다.

포스코홀딩스는 현존하는 모든 방법으로 리튬을 생산하고 있다.

포스코아르헨티나와 포스코리튬솔루션을 통해 염수리튬을, 호주 필바라와의 합작법인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을 통해 광석리튬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포스코HY클린메탈은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리튬·니켈·코발트를 추출한다. 포스코HY클린메탈은 올 2월 광양 1공장 가동을 시작하고 3분기부터는 판매에 들어간다.

포스코홀딩스는 염수리튬과 광석리튬,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등을 통해 2030년까지 연산 30만 톤 체제를 완성하고 리튬 생산 글로벌 '톱3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2016년부터 2018년 사이 전기차 보급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리튬 가격이 3배가량 뛰자 글로벌 광물 기업들은 리튬 사업에 앞다퉈 뛰어들었다.

이에 리튬 수요보다 공급량이 앞서 증가하면서 리튬가격이 하락세를 보이자 글로벌 기업들은 다시 리튬 사업에서 하나 둘 손을 땠다. 

이를 틈타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전기차 2차전지 시장 선점 정책에 힘입은 중국기업들이 리튬 광물 및 재가공 시장을 최근 장악했다.

중국이 리튬 시장에서 압도적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런던금속거래소(LME)는 리튬 가격을 중국 위안화(RMB)로 표시하고 있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물류 이동이 제한되고 중국이 리튬 공급망을 장악하면서 세계 리튬 매장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남미 국가들도 '리튬 보호주의'로 돌아서면서 리튬 가격은 10배 넘게 폭등했다.

한국광해광업공단에 따르면 2020년 9월 34위안 수준이었던 탄산리튬 가격은 올해 1월6일 기준 459.5위안으로 13배 넘게 뛰었다.

포스코그룹은 세계적 리튬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아르헨티나 염호를 2018년 인수한 바 있다.

리튬은 다른 배터리 소재와 달리 대체재를 구하기 어려운 데다 중장기적으로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돼 포스코홀딩스 리튬 사업의 가치는 생산 능력 확대와 함께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에 포스코에서 만든 리튬이 정식으로 시장에 공급되기 시작하고 2025년까지 해마다 리튬 생산능력이 향상된다"며 "리튬 모멘텀이 앞으로 3년 동안 주가를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