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시장의 예상을 크게 밑도는 실적을 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주력 메모리반도체 사업의 업황 악화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로서는 실적이 크게 후퇴한 만큼 업황 회복을 위한 메모리반도체 감산과 점유율 확대를 위한 생산량 유지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어닝쇼크' 삼성전자 고심, '메모리 감산'과 ‘점유율 확대’ 어떤 카드 쓸까

▲ 지난해 4분기 어닝쇼크를 낸 삼성전자가 올해 메모리 반도체의 감산과 점유율 확대를 놓고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사진은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


6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에도 생산량을 줄이지 않고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부진했던 반도체 업황이 되살아날 요인들이 다수 있는 만큼 시장 회복에 대비해둘 필요성이 크다는 점이 이런 분석의 근거로 꼽힌다. 

서버분야에서는 인텔의 새로운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사파이어 래피즈’의 양산이 예정돼 있다. 또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 CES2023에서 대거 선보이는 확장현실 기기 시장도 올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사파이어 래피즈는 차세대 제품 DDR5 D램을 처음으로 지원해 D램 가격 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는다.

인텔은 서버용 CPU시장에서 시장점유율 90%를 보이며 압도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사파이어 래피즈가 확산되면 데이터센터의 CPU 교체와 함께 DDR5 D램과 서버용 낸드플래시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확장현실 기기의 경우 가상현실(메타버스)을 구현하기 위해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하기 때문에 업황회복에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비해 메모리 반도체 업계 최고 속도의 차세대 모바일 D램 LPDDR5X를 처음으로 개발한 바 있다.

전자업계에서는 올해 증강현실과 인공지능 등 대용량 데이터처리가 필요한 첨단산업이 본격적으로 확장되면서 DDR5 D램 시장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경기침체와 더불어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면서 주문량이 급감했다. 메모리반도체 재고가 쌓이면서 가격도 고꾸라졌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범용 D램제품인 DDR4 8GB의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7월 4.1달러까지 올랐으나 그 뒤 하락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12월 평균 2.2달러를 나타낸 바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매출 70조 원, 영업이익 4조3천억 원의 잠정실적을 거둔 것으로 파악된다. 2021년 4분기와 비교해 매출은 8.6%, 영업이익은 70%가량 급감했다.

애초 증권업게에서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6조9254억 원을 거뒀을 것으로 추산했지만 시장 컨센서스보다 낮은 실적이 나온 것이다. 이는 실적을 예측한 시점과 집계한 시점 사이에서 반도체 가격이 더 가파르게 떨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감산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올해 2분기 메모리반도체 부문이 영업적자 전환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 기준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예상치보다 하회하며 재고가 급격히 늘어나 2023년 1분기 메모리 가격 하락폭은 더욱 커질 것이다”며 “감산 결정이 없다면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부문 역시 2023년 2분기 적자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다만 반도체 업황이 올해 상반기에 바닥을 치고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삼성전자는 감산과 시장점유율 확대를 두고 심도 있는 검토를 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전문지 시킹알파에 따르면 일본 다이와증권은 IT 수요감소에 따라 침체돼 있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바닥 지점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김성규 다이와증권 연구원은 “전방산업에서 나타날 다양한 이슈를 종합해 볼 때 올해 3분기부터 D램 가격이 반등하면서 업황 개선의 신호탄을 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런 전망에 비춰볼 때 삼성전자는 단기적 적자를 감수하서라도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한 생산 유지에 무게를 실을 것이라는 공산이 좀 더 커 보인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인위적 감산 계획이 없는 삼성전자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앞으로 더욱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며 “반도체 산업 불황은 1등 기업의 시장지배력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는 불황을 버틸 현금성 자산(단기 금융상품 포함)이 128조 원에 이르고 차입금은 10조 원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 역시 지난해 9월 기자간담회에서 “항상 보면 위기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마켓셰어(시장점유율)를 늘리거나 독점하는 등 안 좋은 구간이 지났을 때 삼성전자가 지금보다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