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형건설사들이 올해 초 세운 분양물량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내년 목표를 크게 내려 잡고 있다.
분양시장이 크게 얼어붙자 건설사들은 분양을 미루거나 이미 진행된 계약도 취소하며 대응에 나섰다. 상대적으로 건설경기 침체에 영향을 덜받은 대형건설사들도 2023년 분양목표를 더욱 보수적으로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건설업계와 증권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건설사들은 내년 분양시장 전망을 올해보다 나쁘다고 보고 분양계획을 보수적으로 세운 것으로 관측된다.
2023년에도 기준금리 인상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그 영향으로 주택가격 하락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분양시장은 더욱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형건설사들는 내년 분양목표 물량을 전년보다 내려 잡고 있다.
2023년 대형건설사들의 분양물량 목표를 살펴보면 현대건설 2만1천 세대, GS건설 2만1천 세대, 포스코건설 1만3400세대, 삼성물산 9980세대, DL이앤씨 9550세대 등이다.
전년과 분양 목표치를 비교해보면 DL이앤씨는 1만 세대, 현대건설은 9400세대, GS건설은 6천 세대, 포스코건설은 2800세대, 삼성물산 2600세대 수준의 물량을 줄이는 셈이다.
대형건설사들은 올해 초 세웠던 분양계획 달성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보인다.
대형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GS건설이 올해 초 세운 2만7천 세대 분양물량 목표를 채운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건설은 별도 기준으로 3만400세대를 분양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12월 말 까지 2만9천 세대를 분양한 것으로 집계돼 목표에 근접했다.
반면 대우건설은 올해 초 2만9천 세대를 분양하기로 했지만 현재까지 1만8천 세대를 분양하는 데 그쳤고 DL이앤씨도 2만300 세대를 분양하겠다는 목표를 내놨지만 현재까지 9500 세대가량을 분양했다.
이밖에 포스코건설도 1만6천 세대 분양목표를 세웠으나 9630세대를 분양하는 데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건설사들은 올해 분양가 상한제 개편 등을 고려해 분양을 하반기로 미뤄뒀다. 공사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분양가를 올리지 못해 분양일정을 늦춘 셈이다.
정부는 지난 6월21일 분양가 제도운영 합리화 방안을 발표하고 7월15일부터 정비사업에서 발생하는 필수비용 등을 반영하는 분양가상한제 개편안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형건설사들은 4분기에 본격 분양에 나섰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4분기 분양 예정물량은 15만4700여 세대로 3분기(8만3100세대)와 비교해 2배 수준이었다.
하지만 연말로 갈수록 청약시장이 더욱 얼어붙었고 여기에 도시정비 조합과 시공사 사이 공사비 인상, 분양가 산정 갈등이 더해져 일부 사업장의 분양일정이 뒤로 미뤄지기도 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2년 분양물량 가운데 31%는 2023년으로 이월됐다. 구체적으로는 서울 동대문구 이문3구역(1067세대), 은평구 센트레빌 파크프레스트지(454세대) 등이 있다.
건설사와 시행사들은 미분양 위험이 증가하고 있어 무리하게 분양을 나서는 것보다는 적절한 시기를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희건설이 시공을 맡았던 서희스타힐스 더 도화가 지난 7월 분양을 시작했지만 100세대 이상이 미분양 돼 입주자모집공고의 취소 승인 고시를 받아 수분양자의 청약통장 내 당첨 사실을 삭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11월 전체 분양현장 40곳 가운데 청약 완판이 되지 않은 곳은 14곳으로 미분양 3601세대가 발생했다. 또 미청약이 발생한 14개 현장 가운데 12곳은 청약경쟁률이 0.5대 1 미만을 보였다.
12월 들어서도 경기 광명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와 호반써밋 그랜드 에비뉴 등에서 1순위 청약 미분양이 나왔다. 철산자이 더 헤리티지는 930세대 모집에 902명이, 호반서밋 그랜드 에비뉴는 293세대 모집에 184명만 청약을 넣었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2023년 분양시장은 2022년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보여 분양계획을 더 보수적으로 세우고 있다”며 “전반적으로 분양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분양가격, 입지 등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핵심사업인 주택사업이 분양경기 악화에 영향을 받아 건설사들의 매출이 줄고 수익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분양물량을 줄이면 매출이 줄어들고 미분양 주택 해소를 위해 할인분양 진행, 분양제고 마케팅 비용 등의 비경상 비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기업평가는 “건설사들이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에도 불구하고 주택 매수 관망세가 지속되고 있고 높아진 원가부담을 분양가격에 전이하는 등 공격적 분양정책을 쉽지 않다”며 “2022년부터 분양물량이 축소된 영향으로 2023년 하반기부터 매출 감소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바라봤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