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퍼니 백브리핑] 아시아나 HDC현산 소송 2차전, 뒤집힐 수 있나

▲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간 2500억 원 인수합병(M&A) 계약금 소송이 2차전에 돌입했다. 사진은 정몽규 HDC그룹 회장.

[비즈니스포스트] HDC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과 아시아나항공(이하 아시아나)간 2500억 원 인수합병(M&A) 계약금 소송이 2차전에 돌입했다.

2019년 말 현산은 아시아나를 인수하겠다며 2500억 원의 계약금을 걸고 본계약 체결을 추진했으나 2020년 9월 딜은 깨졌다.  

계약 무산 책임과 계약금 반환을 둘러싸고 두 회사간 소송이 붙었으나 11월17일 1심 재판부는 계약금을 몰취한 아시아나의 손을 들어줬다. 

현산이 12월8일 항소함에 따라 소송은 2차전에 접어들었다.

현산이 뒤집기에 성공할 수 있을까. 아니면 아시아나의 굳히기로 종결될까.

필자가 생각하기에 뒤집힐 가능성은 작다. 

필자는 이 M&A가 난항을 겪고 있을 때 “무산되면 소송전이 벌어질 것이고 현산이 계약금을 돌려받을 가능성은 매우 작다”는 내용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왜 이런 판단을 할 수 밖에 없었고 지금도 그러한지 요약해 본다.
 
시계바늘을 3년 전으로 돌려보자. 

2019년 금호그룹은 아시아나를 매물로 내 놓았다. 4곳의 최종입찰 적격자들은 7주간 실사를 진행했고 그해 11월 현산컨소시엄(현산+미래에셋증권)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컨소시엄은 금호산업(현 금호건설) 지분 31%를 3200억 원에, 아시아나가 발행하는 신주를 2조1800억 원에 인수하는 등 총 2조5000억 원을 투입한다는 내용의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 

컨소시엄은 2500억 원을 계약금으로 납입했는데 여기에는 현산측을 1순위자로 하는 질권이 설정됐다. 아시아나측 귀책사유로 계약이 무산되는 경우를 대비하기 위한 조치였다.

본계약 체결 이후 현산은 인수단을 구성하고 정밀실사에 나섰다. 딜의 최종종결 시한은 2020년 9월이었다.

그런데 그 해 2월부터 코로나19가 본격화하면서 항공업계가 풍비박산나기 시작했다. 

2020년 3월 말 아시아나의 2019년 연간 재무제표가 공시된 뒤 현산은 인수조건 재협상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가장 크게 문제삼은 것은 아시아나의 부채 급증이었다.

현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이후 아시아나는 3분기 말 기준 부채(연결기준)가 8조7800억 원이라고 공시했다. 

그런데 2020년 3월말 공시한 2019년 말 기준 부채는 11조3800억 원이었다. 외견상으로 한 분기만에 부채가 2조6000억원이나 증가한 것처럼 보였다.   

현산은 최초 실사 과정에서 아시아나가 제출한 각종 재무자료가 공정하고 투명한 회계처리의 결과물인지 의구심이 든다며 인수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협의를 요구했다. 

이 때부터 현산과 아시아나간 다툼이 본격화하면서 여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는 보도자료 공방전까지 벌어진다. 

그렇다면 아시아나의 부채 2조6000억 원 증가는 현산이 인수조건 재협상을 요구할 정도로 문제가 있는 것이었을까? 

필자가 보기엔 그렇지 않았다. 

현산이 매각대금을 크게 후려치거나 아시아나측 귀책사유를 만들어 계약을 무산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판단됐다.
 
부채가 왜 증가했는지 보자. 

2019년부터 국제회계기준(IFRS)의 리스회계 기준이 바뀌었다. 

아시아나가 비행기를 리스해 오면서 1년 10억 원씩 10년간 총 100억 원의 리스료를 내기로 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동안 회계기준을 따르면 아시아나는 해마다 10억 원을 손익계산서에 리스료 비용으로 반영하면 됐다. 

그런데 이 거래의 실질을 따져보면 아시아나가 100억 원의 리스부채(연 10억 원X10년)를 지는 것이나 다름없다.  

IFRS는 2019년부터는 리스료만 비용으로 반영하는 리스회계 방식(운용리스)을 쓰지 않고 리스기간의 지급예상액을 리스부채로 반영하는 금융리스 방식을 적용할 것을 결정했다.  

리스부채는 아시아나가 리스료를 지급할 때마다 그만큼 감소해서 리스기간이 끝나면 ‘0’이 된다.

아시아나도 당연히 이 같은 정책에 따라 2019년 초부터 3분기 결산까지 리스부채를 반영했다.

그런데 4분기 중에 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새로운 해석지침을 내린다. 

리스계약기간 종료 이후 회사가 리스계약을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면 그 예상연장기간을 포함한 전체기간동안의 리스 지급료 예상분을 부채로 인식하라는 것이었다.
   
아시아나 항공기 가운데는 당연히 최초 계약기간 이후 연장 가능성이 있는 항공기들이 꽤 있을 것이다. 그만큼 리스부채는 증가한다. 

그렇다고해서 이 부채가 지금 당장 리스료 지급이라는 현금유출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증가한 부채가 실제 현금유출(리스료 지급)로 이어지는 것은 나중에 리스기간을 실제로 더 연장했을 때 나타난다. 

이러한 리스회계 정책 변경으로 증가한 부채가 1조5600억 원에 이른다. 

그 다음으로 항공기 정비복구 부채가 5700억 원 증가했다. 

리스 항공기는 리스회사에 되돌려줄 때 동체의 인테리어 등을 원상복구해야 한다. 또 엔진도 정비해줘야 한다. 

아시아나는 반납 5년전부터 정비복구 부채를 반영했다. 

예를 들어 2010년 초 10년 리스계약으로 도입해서 2019년 말 반납 예정인 항공기에서 10억 원의 정비복구비 지출이 예상된다 해보자. 

2015년부터 2019년 말까지 5년동안 연 2억 원을 부채로 인식해왔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2019년 말 결산과정에서 부채 인식 시작시점을 항공기 리스 시작시점부터 바꿨다. 

예컨대 2017년 초 10년 계약으로 도입한 항공기를 과거 회계정책에 따라 처리하면 2022년에 가서 정비복구부채 반영을 시작하면 된다. 

그러나 바뀐 정책에 따르면 2019년부터 부채에 반영해야 한다. 

이에 따라 2019년 결산에서 항공기 복구정비부채가 5700억 원 넘게 증가했다. 

단기간에 걸쳐 해마다 많이 인식하던 것을 장기간에 걸쳐 잘게 나누어 인식하는 방법을 취한 것이니 비행기 한 대당 총부채 인식액에는 변함이 없다.
  
아시아나항공의 2조6000억 원 부채증가는 항공기 리스, 복구정비, 마일리지 관련 부채의 증가분이며 회계정책이나 회계추정 변경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아시아나 신용등급이나 실질 기업가치에 영향을 줄 요소는 아니었다. 

현산도 이 정도는 충분히 파악했을 것이다. 그래서 1심 재판부는 부채증가를 재협상 필요의 가장 큰 이유로 현산이 내세운 것은 잘못이라고 봤다. 

현산은 아시아나가 현산의 사전동의를 받지 않고 추가차입이나 에어부산 등 계열회사 지원을 결정한 것은 본계약서에 명시된 사전협의와 동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회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져 긴급하게 자금을 조달해야 할 상황에서 사전협의와 동의에 응하지 않은 것은 현산의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가 이러한 원심의 판단을 달리 볼 가능성이 있을까? 

필자 생각에는 새로운 증거나 증인, 정황이 제시되지 않고 원심과 같은 쟁점을 놓고 격돌한다면 현산이 뒤집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아시아나의 굳히기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수헌 코리아모니터 편집장